[시승기] 벤츠 잡겠다는 K9, 타보면 안다!

정숙성, 승차감 '세계 최고 수준'...수입 브랜드 위협 할 것

  • 입력 2012.05.11 00:0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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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굶어도 구두는 광을 내야 직성이 풀린다면 이 시승기는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다. 같은 세그먼트와 스펙, 부담스러운 가격에도 벤츠와 BMW 등 수입 브랜드에 열광했던 사람들이 머쓱해질 정도로 만만치않은 내공을 갖춘 기아차 K9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국산차는 메이커가 아무리 좋다고 얘기해도 늘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결정적인 지적들이 따라 다녔고 이 때문에 자동차 산업의 외형적 성장과 달리 특히 고급 세단 시장에서는 대접을 받지 못했다.

스펙과 사양, 그리고 부분적인 디자인을 하나 하나 뜯어보면 썩 괜찮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조화와 균형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국산 고급차 어떤 모델로도 충분하게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수입차에 관심을 가진 이유이기도 하다.

"벤츠와 BMW는 운전을 한다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로 모든 상품성이 완벽하다"는 극찬이 그러한 이유로 떠올랐다. 그리고 동감한다. 그런데 기아차는 감히 K9을 출시하면서 경쟁모델로 벤츠 E 클래스, 그리고 BMW7 시리즈를 지목했다.

지난 9일, 강원도 양양에서 진행된 K9 미디어시승행사에서 기아차는 제원, 사양, 정숙성 등 모든 분야에서 이들 모델과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시승 후에는 기자도 기아차의 도발이 괜한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BMW를 닮았다고? 칭찬으로 받아 들인 피터의 자신감

한 참 떨어진 곳에 세워진 K9이 BMW의 실루엣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피터 슈라이어가 "디자인이 BMW와 비슷하다면 칭찬으로 받아들이겠다"고 한 말 때문인지 여기 저기 눈에 띄는 BMW와 매우 닮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느낌들이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K9의 전면부는 세로 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호랑이 코를 형상화한 패밀리 룩, 상어가 입을 벌린 듯한 인테이크 홀과 안개등을 일체화시켜 BMW와는 확연하게 차별화됐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분명한 후드의 캐딕터 라인과 보석처럼 화려하게 다듬어진 어댑티브 풀 LED 헤드램프까지 더해져 BMW 7시리즈의 중후함에 역동성까지 더해졌다.

전면부 전체를 공기저항계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라운드 타입으로 디자인한 것도 BMW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미지를 준다. 이는 기교를 생략하고 심플하게 외관을 설계, 더 강인하고 안정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긴 후드와 달리 트렁크 테크를 짧게 설계한 후면부는 5미터가 넘는 전장(5090mm)의 차체에 속도감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아웃사이드 미러의 LED 턴 시그널 램프, A필라에서 C필라까지 이어지는 루프 라인도 대형 세단 특유의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앰블럼에 대한 지적도 많이 제기됐지만 기아차의 고집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눈을 어디에, 호화로운 실내 인테리어

이상형을 만난 남자가 눈을 둘 곳이 마땅하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K9의 실내는 화려하고 호사스러운 사양들로 가득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12.3인치의 초대형 풀 LCD 클러스터(계기판 전체가 컬러 LCD 화면이다), 센터페시아와 전석 뒷 부분에 9.2인치 LCD모니터다.

LCD 클러스터는 다른 수입 모델에도 일부 적용됐지만 부분적이고 제한적이며 재규어XJ의 것보다 시인성과 정보 제공 기능면에서 한 발 앞서 있다. 전자식 변속레버,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도어를 완전히 닫아주는 전동식 파워 도어와 같은 편의 사양도 즐비하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헤드업디스플레이(HUD)도 그래픽의 세련미와 정보의 폭에 있어 수입 경쟁 모델들을 압도한다. 속도와 같은 기본 정보뿐만 아니라 길 안내와 같은 다양한 정보를 원하는 타입으로 설정해 제공 받을 수도 있다.

클러스터와 내비게이션은 스티어링 휠에 적용된 햅틱 리모컨, 그리고 조그다이얼의 드라이버 인포메이션 시스템(DIS)으로 간편하게 조작이 가능하다. 덕분에 센터페시아를 포함한 대시보드 전체가 간결하고 여유롭게 만들어졌다. 최고급 나파가죽, 그리고 화이트 계열로 구성된 시트의 촉감과 착좌감도 매우 뛰어났다.

 

-국산차의 획기전 반전 보여준 놀라운 주행능력

K9은 기아차가 포텐샤 이후 두 번째 후륜구동 타입의 세단으로 이날 시승차는 최고급 트림인 프레지던트로 3.8리터 GDI 엔진을 탑재한 8640만원짜리 풀 옵션 모델이 준비됐다.

최고출력 334마력, 최대토크는 40.3kg.m로 억대가 넘는 3605cc급 포르쉐 파나메라보다 출력(300마력), 토크(40.8kg.m)가 월등하거나 대등하다. 경쟁상대로 지목한 벤츠 E클래스와 BMW 7시리즈와도 충분히 비교할 만한 스펙이다.

변속기는 국내에서 처음 적용된 전자식 8단 자동변속기로 변속감이 부드럽고 안전성이 뛰어난 장점을 갖고 있다. 정차시에는 변속레버 상단의 'P' 버튼만 누르면되는 편의성도 갖췄다.

K9의 진가는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고속 주행의 순간까지 일관된 정숙성에서 확인된다. 특히 스포츠 모드에서 보여주는 환상적인 주행 능력은 저속과 고속 어느 상황에서도 민첨하게 반응하고 뛰어났다.

 

K9은 노말과 스포츠, 에코, 스노우 등 다양한 주행환경에 맞춰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고속 주행에서의 바른 직진성과 함께 긴 차체에도 코너링에서의 언더 스티어나 롤링에 대한 불만도 찾아보기 힘들다.

서스펜션의 세팅도 적당해 이날 시승회에 참석한 기자들이 "국산차가 이 정도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랍다"는 평가를 하기까지 했다.

운전자의 취향, 또는 주행 상황에 맞춰 감쇠력과 지상고를 제어하는 전자제어 에어서스펜션이 적용된 효과였다. 이러한 주행 성능과 함께 K9이 보여준 또 다른 능력은 바로 정숙성이다.

차량 하부의 로드노이즈, 풍절음은 고속주행에서 속도감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미하다. 달리는 능력, 운전의 편의성과 함께 사각지대에 접근한 자동차를 감지해 알려주는 후측방경보시스템과 차선이탈을 운전석 시트의 좌우 진동으로 진행 방향까지 알려주는 안전 기능도 눈여겨 볼 사양이다.

스스로 틈새를 메꿔 펑크를 예방하는 19인치 셀프 실링 콘티넨탈 타이어, 9개의 에어백 등의 안전사양도 적용됐다.

K9은 BMW와 벤츠, 그리고 현대차 에쿠스와 제네시스 등이 포진한 고급 승용차 시장에서 특히 수입차와 경쟁할 수 있는 기본기는 일단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기아차라는 브랜드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웬만한 수입차보다 비싼 가격의 설득, 이 좋은 차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리는 가다. K9 프레지던트가 BMW 5시리즈와 벤츠까지도 고려해 볼 수 있는 8000만원대의 가격은, 현재의 시장 구조로 봤을 때 소비자들의 선택이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담하건대 누구든 K9을 몰아본 후 심각한 고민에 빠질 것이 틀림없다. 그만큼 기존의 국산차와는 차원이 다른 가치와 성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K9주요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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