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출한 토종 디젤 세단 ‘아반떼 e-VGT’

  • 입력 2015.09.18 07:4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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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 아반떼, 그 중 1.6 디젤을 개발한 엔지니어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지금까지 등장했고 현존하는 국산차와 수입차를 능가하는 높은 완성도로 걸출한 토종 디젤 세단의 가능성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시승에서 아반떼 디젤은 여러번의 탄성을 지르게 했다. 포인트를 바꿔가며 거칠게 운전을 했는데도 놀랍게 정숙했고 차체는 견고하고 민첩했으며 속도 상승력까지 경쾌했다.

 

아반떼의 중심이 될 충분한 자격

6세대 아반떼는 가솔린 엔진 감마 1.6 GDi, 누우 2.0 MPi와 엘피지 감마 1.6 LPi, 그리고 U2 1.6 VGT 디젤 엔진의 제품군을 갖고 있다.

현대차는 17일 미디어 시승에 예전과 다르게 전 차량을 U2 1.6 VGT 디젤 모델로 준비했다. 유럽산 디젤 차들이 소형차 시장 지배력을 키워 나가고 있는 데 따른 견제 의도가 엿보인다.

이 엔진은 136마력의 최고출력과 30.6kg.m의 최대토크 성능을 갖고 있다. 폭스바겐 골프 1.6 TDI(105마력/ 25.5kg.m)보다 높고 쏘나타와 K5에 올려진 1.7 디젤 엔진(141마력/34.7kg.m)보다 낮다.

 

충분한 파워는 고속주행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처음 출발을 할 때, 또는 저속에서 급하게 가속을 하면 간헐적으로 충분한 회전수에 도달하기 전 터보렉이 나타나지만, 속도 상승감은 환상적이다.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를 쉽게 뽑아내고 도달하는 시간도 매우 짧게 느껴진다. 더 놀라운 것은 최대치의 속도를 낼 때까지 보여준 U2 1.6 VGT 엔진의 질감이다.

디젤 엔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진동과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휘발유 엔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규칙적이고 부드러운 맛은 디젤차로 믿기지 않을 만큼 유연하고 매끄럽다.

 

인상적인 차체 안정감, 그리고 7단 DCT

어떤 길을 어느 만큼의 속도로 달리든 차체의 자세가 흐트러지는 일도 없다. 과격하게 차선을 변경하면 차체 한쪽이 자세를 낮추고 다시 복원되는 일반적인 차들과 다르게 대부분 반듯한 자세로 이런 요구들을 받아들인다.

차체 유연성을 늘리고 강도를 높여주는 초고장력 강판이 53%나 적용됐고 샤시의 구성품들을 제어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얘기다.

고속도로 진출입로의 굽은 길에서도 뛰어난 접지력을 보여준다. 운전대만 바르게 잡고 있으면 원하는 방향으로 민첩하고 믿음직스럽게 조향력이 발휘되고 정확한 핸들링 능력을 보여준다.

 

조향의 정확도, 서스펜션의 무르기와 노면 충격의 흡수력,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반응하는 스티어링 휠, 정확한 제동능력과 빠르게 반응하는 7단 DCT도 재미있는 운전을 하도록 돕는다.

많은 거리를 달리지는 않았지만, 준중형 세단의 대표 모델 아반떼의 중심에 디젤이 자리를 잡게 될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다. 1750rpm에서 시작해 2500rpm까지 유지되는 최대 토크 밴드의 범위가 독일 차보다 좁다.

일상적인 주행에 부족한 수준이 아니고 굵고 짧게 힘을 발휘하는 탄력도 좋았지만, 속도의 상승력을 이어가는 끈적함은 이래서 아쉬움으로 남았다.

 

당당한 스타일과 분에 넘치는 첨단 사양

디자인에 호불호가 있다고 하지만 어느 쪽에 기우는 평가는 있기 마련이다. 아반떼는 제네시스와 쏘나타에 적용된 외관 디자인을 준중형 차체에 맞도록 다듬어 평균치 이상의 호평을 받고 있다.

대형 헥사고날 그릴이 가용 면적의 대부분을 점령한 전면부는 날카로운 안개등과 폭이 좁고 긴 헤드램프로 포인트를 줬다.

측면은 간결하고 후면은 균형감과 트랙 포지션을 강조하기 위해 범퍼의 아랫단을 가능한 지면 쪽으로 끌어내렸다. 여기에 윈드 쉴드와 트렁크 리드를 완만한 곡선으로 처리해 차폭을 넓게 하는 시각적 효과를 노렸다.

 

실내장식의 기본 구성도 쏘나타와 유사하다. 운전자 쪽으로 살짝 기울어진 센터페시아에는 사용 빈도에 따라 좌측에서 우측으로 각 기능별 버튼들이 자리를 잡았다. 공조장치 패널은 크롬과 하이그로시로 구분이 되도록 했다.

변속기 노브, 콘솔 주변도 깔끔하다. 시트와 운전대 열선, ISG, 그리고 드라이브 모드 선택 버튼을 집중시켜 놨고 정돈도 잘 됐다.

차체 크기는 전장 4570mm, 전폭 1800mm, 전고 1440mm다. 기존 아반떼보다 각각 20mm, 25mm, 5mm 확장됐다. 축간거리는 이전과 같은 2700mm다. 늘어난 만큼의 사이즈는 범퍼의 형상과 휠 하우스 볼륨을 키우는 데 사용됐다는 설명이다.

차급에 어울리지 않는 최고의 사양들에도 눈길이 간다. 스마트키를 갖고 3초 이상 머물면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트렁크와 노멀, 스포츠, 에코의 3가지 주행모드, 후측방 경보 시스템이 신형 아반떼에 적용됐다.

 

[총평]

최고급 트림이 2371만 원까지 올라가면서 흔히 얘기하는 가격대성능비를 따지기가 애매해졌다. 품질로 보면 더없이 만족스럽지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러나 눈높이를 조금 낮추면 된다. 7단 DCT가 포함된 주력 트림 스마트는 1981만 원이다. 꼭 필요한 내비게이션을 옵션으로 선택하면 69만 원이 추가된다.

폭스바겐 골프 1.6 TDI는 3110만 원, 푸조 208은 2760만 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가격대성능비에 대한 가치는 조금 더 높여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준중형 아반떼는 지금까지 20대와 30대의 첫차로 많이 소비됐다. 하지만, 앞으로 은퇴 세대의 수요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은퇴 세대들이 큰 차를 버리고 점점 더 작고 효율적인 중·소형차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문이다.

소형차의 마케팅 대상을 젊은 세대로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합리적인 소비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중, 장년층들을 아반떼의 새로운 수요층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시승연비는 14km/l대를 기록했다. 오는 11월 20일부터 적용되는 공동고시 연비 17.7km/l(17인치 기준)에는 미치지했지만 고속주행이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괜찮은 수준이다. 국도에서 차분하게 달리면 20km/l대를 어렵지 않게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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