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순간들을 담은 추억의 자동차

  • 입력 2015.02.09 02:1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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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구-자동차와 시, 서, 화-성주 꿀 참외(1990년 초 포터) 

어릴 적, 아니 상당한 나이가 들 때 까지도 자동차는 나의 꿈이었다. 때때마다 로우더가 시원하게 다져 놓는 국도 1호선 신작로에도 달리는 자동차가 흔치 않았던 시절부터다. 소독차보다 더 쾌쾌하고 많은 먼지를 내는 삼륜차라도 지나가면 온 동네 꼬마들이 땀을 흘리며 꽁무니를 따라갔던 때다. 그래서인지 1970년대 초반쯤 주유소를 하시던 고모부의 중고 코티나(현대자동차)를 처음 타게 됐을 때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것도 앞 자리였다.

성균관대학교(김주곤, 신성한, 정영섭)팀 ‘아버지의 크기’

개인적인지는 몰라도 인생에서 가장 눈부셨던 순간, 그리고 짜릿했던 추억들에는 자동차가 유독 많이 등장한다. 현대자동차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고 있는 '브릴리언트 메모리즈'를 찾은 것도 이런 추억들을 되새겨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자동차를 소재로 한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과 함께 소박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소중한 순간들이 예술작품으로 만들어져 전시되고 있다.

모멘츠 사진전

겨울의 끝자락에서 몸부림을 치듯 갑작스러운 한파가 왔는데도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알림터 알림1관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온 어른들로 가득했다. 참외농장을 하며 자식들을 길러낸 아버지의 공로가 고스란히 담긴 전시물에 사람이 가장 많았다. 참외를 실어 나르고 '참외가 왔어요. 싱싱한 참외가 왔어요' 아버지가 직접 아파트며 시장을 돌며 직판을 할 때 사용했던 1톤 포터를 곱게 갈아 그 쇳가루로 '성주 꽃 참외'를 쓰고 또 부모님을 생각한다는 자식들의 절절한 사연을 김종구 작가가 글로 써 내려간 작품이다.

한진수-DOOR Clock(1998년 EF 쏘나타)

'봉'자 돌림의 형제가 대학 시절까지 타고 다니며 '티봉이'라는 애칭으로 불렀던 1997년식 티뷰론은 키 박스를 이용한 '붉은 상어'로 변신을 했다. 4명의 친구가 한 아버지의 차 1998년식 EF 쏘나타를 타고 떠났던 아름다운 순간은 한진수 작가의 손을 거쳐 '4개의 문'으로 다시 탄생했다. 어느 신인 영화감독의 추억이 담긴 1991년식 쏘나타2는 '이야기 그네'가 됐고 초등학생 때부터 한 아이의 엄마가 될 때까지 자신과 함께 했던 1996년식 아반떼는 화장나무가 돼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녀와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양수인-이야기 그네(1994년 쏘나타 Ⅱ) 

자동차 함께 한 순간이 담긴 사진들로 구성된 두 번째 섹션 모멘츠가 주는 소소한 사연들도 감동이다. 김용호, 오중석, 아놀드박, 서대호 4명의 사진작가들이 이 작품들을 맡았다. 전시된 47개의 사진들에는 부모와 아이, 또는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영원히 잊지 못할 짜릿한 경험의 순간과 자동차가 어우러져 있다. 녹이 슬어 군데군데 칠이 벗겨진 아반떼와 함께 포즈를 취한 가족, 아이와 잊지 못할 순간을 보내는 아빠의 모습도 보인다.

 우주+림희영-붉은 상어(1997년 티뷰론) 

기억과 모멘츠, 그리고 드림 3개의 테마로 구성된 브릴리언트 메모리즈에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모두가 우리들이 살아오면서 쉽게 경험하고 봤던 것들이라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들이다. 지금까지의 삶에서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순간이 언제였는지를 반추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전시회는 오는 17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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