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뉴 508, 야성이 살아있는 거친 사자

  • 입력 2015.02.09 00:5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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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508은 프랑스 국민 브랜드 푸조의 플래그십 세단이다. 그러나 전장은 4830mm로 보통의 중형세단 크기이고 전폭(1830mm)과 전고(1455mm)도 딱 고만하다. 다만 축거의 크기는 2815mm로 조금 크다. 기존 모델보다 전장은 40mm 늘리고 전폭과 전고는 줄여 날렵한 인상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 기준으로 보면 D세그먼트다. 하지만 지난 해 11월 국내 시장에 소개된 뉴 508은 푸조시트로엥그룹(PSA)의 세계화 비전에 맞춰 처음 개발된 의미 있는 모델이다.

 

뉴 508은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외관과 실내, 그리고 동력계통까지 많은 부분에 손을 댔다. 외관의 앞쪽에는 특히 많은 변화를 줬다.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범퍼와 안개등의 형상과 포지션, 그리고 사자 로고의 위치까지 바꿨다. 이런 변화로 노린 것은 안정감과 고급스러움이다. 소박하고 단순했던 기존의 모습과 달리 LED 헤드램프와 주간전조등은 아주 멋지고 충분히 고급스럽다. 무엇보다 보닛의 끝 부분에 위태롭게 자리를 잡았던 사자 로고를 그릴 중앙에 배치한 것이 마음에 든다. 크롬과 새틴으로 멋을 부린 헤드램프에는 야간 주행시 전방의 차량과 조명 상황을 스스로 파악해 상향등과 하향등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이 포함됐다. 옆 부분에서는 큰 변화가 보이지 않지만 뒷부분에서는 리어램프의 디자인을 사자 발톱을 연상할 수 있도록 강한 인상으로 바꿨다.

 

실내의 변화는 많지가 않다. 센터페시아의 버튼 위치와 표시가 일부 변경됐고 센터콘솔에 작은 커버가 추가됐을 뿐 나머지는 그대로다. 그래서 여전히 불편한 요소들이 많다. 스마트 폰을 놓을만한 마땅한 수납공간을 찾을 수 없었고 센터페시아 중앙에 숨겨져 있는 컵홀더의 위치도 여전히 불안하고 불만스럽다. 적지 않은 힘을 들여야만 겨우 움직이는 시트열선 다이얼 버튼, 풀 터치스크린의 반응도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시동을 걸면 계기반 위쪽으로 불쑥 튀어나오는 반투명 패널 타입의 헤드업디스플레이의 효용성도 의심스럽다. 반면 공간과 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시트의 구성은 만족스럽다. 넉넉한 휠베이스(2815mm)로 운전석과 후석의 무릎과 어깨, 그리고 천정과 머리 사이의 공간에 모두 여유가 있다. 특히 세미 버킷 타입의 앞 좌석 시트가 주는 안정감도 마음에 든다. 또 후석에서 독립적으로 공조장치 조절이 가능하도록 했고 햇빛을 가릴 수 있는 가리개도 마련이 됐다.

 

뉴 508에 탑재된 엔진은 2.0 HDi. 3750rpm에서 최고 163마력, 2000rpm에서 34.6Kg.m의 토크를 발휘하며 복합 기준 14.8km/l의 연비 성능을 발휘한다. 500km가 넘는 시승 연비도 이와 비슷한 14.2km/l를 기록했다. 엔진의 성격은 거친 편이다. 정지해 있을 때의 진동과 소음도 그렇고 가속페달에 반응하는 움직임에서도 이런 성격들이 나타난다. 속도가 상승하고 탄력이 붙으면 어느 정도 잦아들지만 여기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일상적인 주행에 맞춰진 동력계 구성이 갖는 특징들도 여전하다.

이 때문에 시원한 가속이나 아주 빠른 속도의 상승, 고회전 영역에서의 토크 수치 등은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한다. 대신 박진감 있는 주행은 수동 모드로 어느 정도 구현이 된다. 기어레버의 위치가 적절한데다 단수의 변화에 분명하고 빠르게 반응을 하기 때문이다. 패들 시프트가 있기는 하지만 강제로 시프트 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별 재미가 없다. 서스펜션은 아주 강해진 느낌이다. 이 때문에 노면에 집착하는 강도가 다소 떨어져 과격한 핸들링이나 도로의 상태에 예민하다.

 

푸조가 평범한 차는 아니다. 이건 우리가 익숙해진 자동차의 질감을 기준으로 하는 얘기다. 승차감, 가속의 성격, 인테리어의 구성 등에 낯선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푸조의 운전자들은 아주 빠르게 푸조의 장점들을 알아챈다. 무조건 잘 나가고 조용하고 부드럽고 화려해야만 최고의 차로 생각하는 인식을 버리고 낯설고 이질적인 부분들에 길들여지면 더 없이 실용적인 가치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야성을 버리지 않은 사자, 뉴 508의 가격은 에코 3990만원, 악티브 4190만원, 알뤼르가 449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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