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저 하이브리드 경차급 연비 도전, 결과는

  • 입력 2013.12.24 13:3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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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에도 자동차의 화두(話頭)는 연비였다. 신차가 나오면 얼마나 개선이 됐다는 수치가 앞서 부각이 됐고 경쟁사 경쟁 모델과의 비교에서 첨병에 섰던 것 역시 연비다. 독일산 디젤차량들이 득세를 하기 시작한 것도 연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갈증 욕구를 해갈 시켜줬기 때문이다.

수입차 시장에서 독일산 디젤 차량의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국산차를 위협할 정도까지 성장을 하면서 가장 곤욕스러워진 것이 일본계 브랜드다. 특히 가솔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혼다와 닛산은 좌판을 접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이런 가운데 도요타 브랜드는 비교적 선전을 하고 있다. 저변에는 프리우스를 비롯한 탄탄한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전세계 시장에서 500만대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고 차급을 가리지 않는, 그리고 럭셔리 브랜드 렉서스에 이르기까지 도요타 하이브리는 막강한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현대차그룹의 하리브리드 라인업은 빈약했다. 준중형 LPG 하이브리드는 명맥이 끓겼고 의욕적으로 내 논 쏘나타와 K5 하이브리드도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런 현대차그룹이 한 해의 끝, 기념비적인 모델들을 연이어 내 놨다. 기아차는 500h, 700h 등 하이브리드 전용 브랜드를 내 놨는가 하면 현대차는 국산 첫 준대형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가장 큰 관심이 쏠려있는 것은 준대형 세단 그랜저 하이브리드다. 아반떼와 쏘나타에서 축적된 하이브리드 기술이 어떻게 진보하고 반영이 됐는지, 기대하고 있는 수준의 연비 효율성 달성은 가능한 것인지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그랜저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차별화된 외관과 사양=그랜저 하이브리드는 가솔린 모델을 베이스로 개발이 됐다. 플랫폼, 섀시의 구성, 차체의 디자인 등 외관과 실내의 모든 것들이 동일하다. 그러면서도 하이브리드카만의 차별화된 요소들이 제법 반영이 됐다.

새로 디자인된 17인치 알로이 휠과 하이브리드 전용 엠블렘이 적용돼 쉽게 구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아쿠아 마린 외장 컬러도 하이브리드 모델만을 위한 것이다.  실내에는 경제운전을 얼마나 잘 했는지에 따라서 다양한 애니메이션이 구현되는 하이브리드 전용 4.6인치 컬러 TFT LCD 클러스터가 탑재됐다.

이 클러스터의 트립 컴퓨터는 연비 효율성이 높은 주행으로 에코레벨을 높이면 활짝 핀 꽃송이가 표시되고 엔진과 모터, 배터리에서 에너지가 어떤 흐름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보여준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모니터에서도 다양한 구성으로 에코레벨, 에너지흐름도 등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클러스터의 트립 컴퓨터에서는 순간연비와 평균연비, 그리고 배터리의 잔량이 함께 표시되고 있어 최적의 경제운전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전기차 모드로 주행을 할 때 보행자가 차량의 접근을 알아챌 수 있도록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도 적용이 됐다.

 

아쉬운 가속력, EV 모드 더 끌어올려야=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단일 트림으로 출시가 됐다. 세타Ⅱ 2.4 하이브리드 전용엔진과 고출력 모터를 탑재했고 최고출력 159마력(ps), 최대토크 21.0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변속기와 통합주행모드 시스템이 탑재가 됐다. 부족한 가속력을 보완하기 위한 구성이다.

35kW급 고출력 전기모터가 추가되면서 츨력은 204마력(ps)으로 높아지고 연비는 1등급 기준인 16.0km/ℓ다. 배기량이 비슷한 렉서스 하이브리드 ES300h와 수치상으로는 전혀 꿀릴 것이 없다. 렉서스 300h는 최고출력 158마력(5700rpm), 최대토크 21.6kg.m의 엔진 파워를 갖고 있다. 연비는 16.4km/l로 그랜저 하이브리드보다 조금 높다.

핵심은 이런 대등한 기본기가 실제 도로 주행에서 어떤 파워와 주행 능력으로 이어지는 가에 있다. 버튼 시동키를 누르면 기분 좋은 엔진음이 들린다. rpm 게이지가 없어 스로틀의 변화를 읽을 수는 없었지만 매우 낮은 수준에서 유지가 된다.

출발은 EV모드로 시작을 한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시동과 저속, 가속, 그리고 등판과 정속 주행을 할 때 배터리와 모터, 즉 전기모드로 움직이고 감속을 할 때는 회생제동시스템이 작동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구동이 된다.

EV모드의 작동 시점은 일정하지가 않다. 대부분의 출발에서는 20km/h 이하에서 해제가 되고 도로의 상황에 따라 60km/h, 또는 100km/h의 속력에서도 작동을 한다. 배터리의 잔량이 부족하면 더 낮은 속도, 정차 중일 때도 배터리 충전을 위해 엔진의 회전수가 상승을 하기도 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자동차의 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많은 때가 출발을 하고 일정 속도의 탄력을 받기까지다. 그러나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20km/h 이하의 속도에서 EV모드가 해제된다. 엔진이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출발 시점 순간연비가 크게 오른다.

캠리 등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40km/h의 속력에 도달할 때까지 EV 모드가 유지된다. 당연히 연료 효율성이 좋을 수 밖에 없다. 가속페달의 반응도 한 템포씩 늦게 이뤄진다. 하이브리드카의 단점들이 완벽하게 해소가 되지 않았다. 거칠게 운전을 하지 않는다면 큰 불만이 되지 않겠지만 이런 점을 빼면 나머지 주행감성은 대체적으로 무난하다. 조용하고 핸들링, 차체의 안정감까지 가솔린 엔진을 얹은 그랜저와 크게 다르지 않는 만족감을 준다.

 

333km, 연비는 16.0km/l=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시승은 경기도 부천에서 강원도 철원 노동당사를 잇는 코스에서 이뤄졌다. 올림픽대로와 의정부, 동두천, 양주, 연천을 잇는 고질적인 상습 정체 구간을 일부러 골랐다. 운전 패턴은 지극히 일상적으로 했다. 굳이 연비 수치에 신경을 쓰지 않고 도로의 흐름에 맞춰 운전을 했다. 연천에서 시작된 한적한 도로에서는 제법 빠른 속도를 내기도 했다.

총 시승거리는 333km로 마감을 했다. 이렇게 달려 트립 컴퓨터에 표시된 연비는 16.0km/l, 공교롭게도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인증연비와 같았다. 배기량 999cc급 경차인 기아차 모닝의 연비가 15.2km/l, 또 다른 경차 쉐보레 스파크도 비슷하다는 점과 비교하면 놀랄만한 수치다.

동급의 그랜저 가솔린(2.4모델)의 복합 11.3km/ℓ(도심:9.6km/ℓ, 고속도로:14.4km/ℓ)연비와 비교하면 약 98만원, 5년 주행시 약 490만원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이 현대차의 설명이기도 하다.  2.4 가솔린 그랜저는 3012만원(모던),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3460만원에 판매되고 있고 두 모델의 가격차가 448만원, 현대차의 계산이 맞다면 5년간 유지를 해야 타산이 맞는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아주 특별한 혜택을 제공한다. 하이브리드 전용 부품은 10년간 20만Km까지 무상 보증 서비스가 제공되고 연식에 따라 3년 62%의 중고차 가격도 보장을 해 준다. 더 파격적인 것은 '타봤더니 별로'라고 생각하면 30일 이내에 다른 차량으로 교환해주고 1년 이내 사고가 나면 신차로 교환해주는 프로그램까지 제공을 한다.

한편,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늘려 나갈 수 밖에 없다. 미국 등이 연비 총량 규제를 강화하면서 평균 연비를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숙명에도 전반적인 상품성과 경제적 가치는 충분해 보인다. 운행빈도가 높을 수록 그 경제적 가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요로 하는 수요처가 꽤 있겠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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