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 테크] 전기차 함부로 견인하면 '완파' 고전압 시스템 등 고가 장비 고장 초래

  • 입력 2023.03.13 08:40
  • 기자명 김아롱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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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고장이나 교통사고 등으로 차량을 견인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불법주차 단속으로 본의 아니게 견인을 당하는 일도 있지요. 그런데 내연기관차와 달리 고전압 시스템을 탑재한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는 함부로 견인하면 고장은 물론 화재까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독일 자동차 동호회인 ACE(Auto Club Europa)는 자동변속기 차량은 물론 전기 및 하이브리드차를 끈으로 연결해 직접 견인할 경우 자동변속기가 파손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는 특유의 회생제동으로 인해 고전압 시스템은 물론 고전압 배터리가 손상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차량을 견인할 때 일명 레커차라고 하는 견인 차량이 차량을 사용하게 되는데, 차량 구동 방식에 따라 견인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전륜구동 차량은 대부분 견인 장치를 이용해 앞바퀴를 들어 뒷바퀴로 차량을 끌고 갑니다. 후륜구동 차량은 반대로 뒷바퀴를 들어 견인하게 됩니다.

때에 따라서는 차량을 끌고 가는 바퀴 아래쪽에 둘리(Dolly)라고 부르는 작은 받침대를 받쳐서 견인하기도 합니다. 네 바퀴를 모두 구동하는 사륜구동차량은 한쪽만 들어 견인할 경우 구동 시스템에 손상을 초래하기 때문에 차량을 견인 차량에 직접 싣고 가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지요.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는 견인할 때 앞, 뒷바퀴 어느 한쪽이라도 직접 지면에 닿은 상태로 견인할 경우 전기모터를 포함한 고전압 시스템과 고전압 배터리에 직접적인 손상을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반드시 차량을 견인차에 짐을 싣는 방식을 사용해야 합니다. 부득이한 경우 지면에 닿는 바퀴 아래쪽에 둘리를 받쳐 이동해야 하지요.

이처럼 전기차(이하 하이브리드차 포함)를 견인할 때 차량을 직접 끌고 가지 않는 이유는 회생제동이라는 고전압 시스템 특유의 특성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전기차는 회생제동이라는 시스템을 사용해 브레이크를 밟거나 액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떼면 전기모터가 발전기로 변환돼 전기를 생성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시동이 걸리지 않은 상태는 물론 고장 또는 사고로 인해 고전압 시스템이 망가진 경우더라도 구동 바퀴가 계속 회전할 경우 회생제동이 이뤄지게 됩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이때 발생한 전기로 고전압 배터리를 충전하지만 견인상태에서는 정상적인 충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전기모터 내부의 스테이터 코일에 열이 발생하고 코일이 손상되게 됩니다.

내연기관차가 배터리가 방전된 상태에서 계속 시동을 걸면 스타트 모터 과열로 탄내가 나는 것과 같지요. 이렇게 지속해 전기모터 내부에서 열이 발생하면 내부 회로가 손상돼 결국 모터가 회생 불능상태가 됩니다. 또한 회생제동으로 전기모터에서 발생한 교류 전기를 직류로 변환해 고전압 배터리로 충전해 주는 인버터 역시 견인상태에서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열 손상에 따른 고장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전기차는 400V 이상의 고전압 전기를 사용하므로 열이 많이 발생하게 되는데 견인 때와 같이 비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전기모터와 인버터(컨버터 포함)와 같은 고전압 시스템, 고전압 배터리의 열을 식혀주는 냉각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 열적 손상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시스템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심하면 전기차 화재로 이어질 수도 있지요. 실제로 전기차를 견인하다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심심찮게 보고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것이 전기차를 견인할 때는 반드시 차량을 견인차에 싣고 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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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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