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 찍는 자동차 블랙박스', 증거 영상 하나만 나와도 제조사 책임 드러날 것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2.12.18 10:14
  • 수정 2022.12.19 08:43
  • 기자명 김필수 대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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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급발진 사례는 1980년대 초 시작해 지금까지 40여 년 동안 많은 운전자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지금도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줄지 않았다. 최근 전기차도 급발진 사고가 발생해 공포감이 더하고 있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운전자 의지와 무관한 급가속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통제력을 상실하면서 심각한 사고로 이어지는 과정이 워낙 충격적이어서 급발진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은 사고 후에도 후유증에 시달린다. 국내 급발진 사고는 연간 100여 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한다. 사고 원인을 밝혀내지 못할 것이 뻔하다 보고 액땜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급발진 사고는 매년 약 2000건 정도이고 운전자 실수는 약 80%로 본다. 문제는 나머지 약 400건 내외가 차량과 관련한 급발진 사고로 추정되지만 정부나 공공기관, 제조사의 역할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운전자가 알아서 입증하고 보상해야 한다. 지난 40여 년간 자동차 급발진 사고 관련 소송에서 소비자가 승소한 경우는 전무하다.

최근 발생한 자동차 급발진 사고 역시 운전자 과실보다 차량 문제라는 정황이 크지만 운전자의 실수로 최종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 급발진 사고 90%는 가솔린 엔진과 자동변속기라는 조건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본다. 나머지 10%는 전자제어 디젤엔진과 자동변속기 조건에서 발생한다.

하이브리드카 급발진 사고는 잦지 않았는데 최근 전기차 급발진 사고가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자주 발생하고 유럽은 적은 이유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의 문제는 책임의 입증과 보상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유 불문하고 운전자가 사고의 원인까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는 1980년대 전자제어장치 사용과 함께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관련 사고에 대하여 민간 연구기관에서 급발진 사고의 원인이 전자제어 이상, 알고리즘의 이상이라는 것을 일부 밝혀내 글로벌 이슈가 됐다. 급발진 사고 이후 흔적이나 재연이 불가능해 운전자가 원인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차량의 주행 기록 분석 장치인 EDR로 일부분 원인을 밝혀내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제조사의 면죄부가 됐다. 운전자에게 불리한 증거로만 이용되면서 국내 관련법과 함께 제조사의 편만 들어 준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반면 미국은 자동차 제작사가 차량에 결함이 없다는 것을 직접 밝혀야 한다. 이 부분을 명확히 하고 소비자를 배려하지 않으면 결과가 나오기 전 합의를 종용해 배상받는 구조다.

급발진 사고라는 운전자의 주장에 대한 반박과 소명의 책임을 재조사가 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운전자가 제조사에 왜 이것이 급발진 사고인지를 밝혀줘야 한다. 따라서 미국은 급발진 의심 사고 상당수가 보상받고 몇 건의 사고가 발생하면 도로교통안전국(NHTSA) 같은 공공기관이 조사를 시작해 제조사의 책임을 가려낸다.

이런 상황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급발진 사고가 내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밝히고 증명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사고기록장치는 의미가 없고 발이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는 것을 증거로 남겨야 한다. 아니면 실수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지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블랙박스의 전후방 영상으로는 자동차 급발진 사고 입증자료로 활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블랙박스에 발을 찍을 수 있는 채널을 더해서 가장 확실한 증거로 남겨야 한다. 예전에는 기술적인 부분도 한계가 있어서 발을 찍는 블랙박스 개발과 보급이 쉽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가능해졌고 판매하는 상품도 있다.

사고 시간과 기록에 대한 확실한 영상이 저장되는 만큼, 기존 블랙박스와 함께 사고 이후 확실한 증거자료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지만 단, 하나의 영상만 나온다고 해도 유사한 사고에서 제조사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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