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vs. 오리지널] 12. 벤츠 SLS AMG vs. 300 SL '홀로 선 AMG 첫 모델'
[레트로 vs. 오리지널] 12. 벤츠 SLS AMG vs. 300 SL '홀로 선 AMG 첫 모델'
  • 류청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2.08.0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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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는 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새로운 고성능 스포츠카 SLS AMG를 공개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후광 브랜드면서 자회사인 메르세데스-AMG에게는 무척 의미있는 모델이었다. 일반 승용차를 손질해 성능을 높이고 고급스럽게 꾸민 모델이 아니라, 처음으로 모든 개발 과정을 담당한 독립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LS AMG는 메르세데스-AMG가 처음으로 모든 개발 과정을 담당한 독립 모델이라는 의의가 있다 (출처: Mercedes-Benz)
메르세데스-벤츠 SLS AMG는 메르세데스-AMG가 처음으로 모든 개발 과정을 담당한 독립 모델이라는 의의가 있다 (출처: Mercedes-Benz)

'현대적 개념의 300 SL'을 목표로 삼았지만, 과거 디자인의 재해석에 그치지 않고 300 SL에 대한 경의의 뜻을 담아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했다는 것이 메르세데스-벤츠의 주장이다. 앞 차축 뒤쪽에 엔진을 놓은 프론트 미드십 배치 덕분에 뒷바퀴 바로 앞에 탑승공간이 놓이는 고전적 롱 노즈 숏 데크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 덕분에 옆모습에서는 300 SL과 무척 비슷한 비례를 느낄 수 있었다. 스포일러 역할을 하도록 뾰족하게 다듬은 트렁크 리드를 빼면, 부드러운 곡면이 뒤로 갈수록 아래로 내려가는 차체 뒷부분 역시 고전적 분위기를 자아냈다.

현대적 구조와 더불어 공기역학 효율을 높이기 위해 차체 외부는 불필요한 장식적 요소들을 최소화했다. 300 SL처럼 바퀴 위에 날개 모양 장식을 넣지도 않았고, 300 SL에 처음 쓰인 이후 메르세데스-벤츠 스포츠 모델에 스포티한 디자인 요소로 자주 활용된 보닛 위의 두 줄기 돌출부도 사라졌다. 아울러 헤드램프는 원형이었던 300 SL과는 달리 프로젝션 타입 램프와 LED 램프 겉에 차체 표면의 일부를 이루는 형태의 다각형 커버를 씌웠다.

프론트 미드십 엔진 배치 덕분에 옆모습에서는 300 SL과 무척 비슷한 비례를 느낄 수 있다 (출처: Mercedes-Benz)
프론트 미드십 엔진 배치 덕분에 옆모습에서는 300 SL과 무척 비슷한 비례를 느낄 수 있다 (출처: Mercedes-Benz)

그러나 기능 면에서 필요한 요소들은 빼놓지 않으면서 300 SL을 연상시킬 만한 것들은 남겨 놓았다. 앞 펜더의 앞바퀴 뒤쪽과 보닛 뒤쪽에 배치한 공기 배출구가 대표적이다. 그러면서도 차체 맨 앞쪽에는 한가운데에 세 꼭지 별 엠블럼을 배치한 얇고 넓은 그릴을 달았다. 차체 뒤쪽 모서리에 배치한 테일램프 역시 커버 안에 가로로 LED를 넣어 현대적 분위기를 냈다.

무엇보다도 쿠페 모델에 300 SL의 상징과 같은 걸 윙 도어를 단 것이 가장 돋보였다. 차체 구조는 300 SL과는 전혀 달랐고 일반 도어를 달기에도 무리가 없었지만(300 SL처럼 SLS AMG 역시 나중에 나온 로드스터에는 일반적인 스윙 도어를 달았다), 오리지널 모델의 유전자를 이어받았음을 강조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다만 전복 사고 때 도어를 열 수 없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한 장치를 달았다. 차가 뒤집히면 도어가 분리되도록 지붕에 달린 경첩 부분을 자동으로 파괴하는 장치가 바로 그것이다. 오리지널 300 SL에 없었던 그 장치는 현대적 안전규정을 따르기 위해 필요했다.

실내는 내장재 대부분을 가죽과 알칸타라로 덮어 호화로운 분위기를 냈다 (출처: Mercedes-Benz)
실내는 내장재 대부분을 가죽과 알칸타라로 덮어 호화로운 분위기를 냈다 (출처: Mercedes-Benz)

트랙 주행을 고려해 만들었지만, 브랜드를 상징하는 역할을 하는 최상위 모델이기도 했기 때문에 실내는 호화롭게 꾸몄다. 가로로 뻗은 대시보드에 센터 페시아가 센터 콘솔과 이어지는 단순한 구성이었지만, 내장재 대부분을 가죽과 알칸타라로 덮어 호화로운 분위기를 냈다. 또한 네 개의 공기 배출구뿐 아니라 원형 계기도 금속 느낌으로 치장해 스포티한 느낌을 살렸다. 전자식 기어 레버 옆에 한 줄로 배치한 주행 관련 조절장치, 안락하면서도 몸을 잘 잡아주는 스포츠 시트도 그런 느낌을 뒷받침했다.

전용 섀시를 쓰고 GT3 클래스 자동차 경주에 출전하기도 했지만, SLS AMG는 근본적으로 승용 스포츠카로 개발되었다. 그러나 SLS AMG의 모티브가 된 1954년형 300 SL은 처음에는 경주차로 개발된 것을 승용차로 바꿨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300 SL은 당대 메르세데스-벤츠 차들 중에서도 디자인이 돋보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당시 메르세데스-벤츠의 일반 승용차들은 1950년대 차들 특유의 높은 보닛과 뭉툭한 앞부분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300 SL은 낮고 넓은 차체부터 색다른 모습이었다.

1954년에 나온 메르세데스-벤츠 300 SL은 경주차의 뼈대로 만든 스포츠카였고, 독특한 걸 윙 도어가 만들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출처: Mercedes-Benz)
1954년에 나온 메르세데스-벤츠 300 SL은 경주차의 뼈대로 만든 스포츠카였고, 독특한 걸 윙 도어가 만들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출처: Mercedes-Benz)

잘 알려져 있듯, 300 SL은 무게와 강성을 고려해 파이프를 용접한 스페이스 프레임을 뼈대로 삼았다. 그 때문에 일반적인 형태의 도어를 달 수 없었고, 경주차 규정에 맞추기 위해 지붕을 파고드는 형태의 걸 윙 도어가 탄생했다. 보닛에 있는 두 개의 돌출부는 덩치 큰 직렬 6기통 엔진을 낮은 보닛 아래에 넣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했던 요소였다. SLS AMG는 V8 엔진의 구조적 특성상 그런 요소 없이도 보닛 높이를 낮출 수 있었다.

300 SL은 판매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후대에 기념할 가치가 있는 차가 되었다 (출처: Mercedes-Benz)
300 SL은 판매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후대에 기념할 가치가 있는 차가 되었다 (출처: Mercedes-Benz)

경주차를 바탕으로 만든 스포츠카는 당대 주 수요층에게 아주 매력적인 것이었다. 그런 수요층의 취향을 간파하고 메르세데스-벤츠에게 제작을 요구한 미국 수입상 맥스 호프먼 덕분에 300 SL이라는 명차가 탄생할 수 있었다. 판매 면에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300 SL을 후대에 기념할 가치가 있는 차로 만들었다는 점만큼은 대단한 아이디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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