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 테크] 수명 다한 전기차의 금맥 '폐배터리' 도시 밝히는 ESS 기술

  • 입력 2022.06.09 08:25
  • 기자명 김아롱 칼럼니스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전기차에 탑재되는 고전압배터리를 에너지저장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이하 ESS) 또는 에너지운반체로 활용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기차에 적용되고 있는 고전압배터리의 용량(충전전력량)은 차종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72kWh를 기준으로 적게는 50kWh, 많게는 90kWh 이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72kWh의 배터리용량은 서울시 가구당 일일평균 전력 사용량이 7.3kWh(2020년 12월말 기준)인 점을 감안했을 때 한 가정에서 약 10일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 맞먹습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선보인 아이오닉5와 EV6에 탑재된 고전압배터리의 경우 100% 완충된 경우 일반 가정에서 노트북, 전기포트, 전기밥솥, 전기그릴, 전자레인지 등의 각종 가전제품을 약 4일(4인가족 기준)간 사용할 수 있지요.

그런데 전기차에 탑재되는 이러한 고용량의 배터리는 충방전을 자주하게 되면 충전효율이 떨어지게 되는데 배터리의 SOC(State of Current)가 8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전기차 배터리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렸다고 판단해 교환 및 폐기처리하고 있습니다.

SOC란 원래 배터리 용량을 100%로 가정할 때 충전해서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의 잔존용량을 의미합니다. 스마트기기 전문업체인 애플의 경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노트북 등의 배터리 SOC가 8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유상으로 배터리를 교환(리퍼제품으로 교환)해 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의 폐배터리는 전기차에서 사용할 수는 없지만 이를 폐기할 경우 막대한 자원낭비가 되므로 이를 재활용하기 위한 방법으로 오래전부터 폐배터리를 이용한 ESS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ESS는 배터리를 충전했다가 필요에 따라 그때그때 꺼내 쓸 수도 있는 휴대용 보조배터리와 같이 전기차의 폐배터리를 한데모아 충전했다가 이동식 발전기를 대신해 전원을 공급해 주는 장치입니다.

내연기관 발전기와 달리 별도의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고용량의 배터리 전원을 이용하므로 장소나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전력을 원활히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작동 시 발생하는 소음도 적은 것이 장점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폐배터리는 지난해 440개에서 2025년 8321개, 2029년 7만 8981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특히 전기차 보급이 가장 활성화된 지방자치단체 중 하나인 제주도의 경우 오는 2030년 전기차 폐배터리가 약 2만 여개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2만여 개의 폐배터리를 전력량으로 환산하면 약 800MWh 규모에 달합니다. 이는 제주도내 2000가구가 1개월간 사용가능한 전력량과 맞먹습니다. 전기차의 폐배터리가 차세대 ESS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입니다.

또한 최근 일부 국가에서는 에너지수요의 증가로 인한 전력량 부족 및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전기차 폐배터리를 이용한 ESS뿐 아니라 전기차에 탑재된 고용량 배터리를 활용한 가상발전소(Virtual Power Plant 이하 VVP)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화력발전소나 수력발전소, 원자력발전소 등을 통해 그때그때 필요한 전력수요를 예상하고 이에 따른 전력공급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더운 여름철에 어어컨 사용 증가 등 순간적으로 최대 전력량이 발전소에서 공급하는 전력량보다 높게 되면 대규모 정전사태로 인한 블랙아웃 현상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전력수요보다 많이 생산된 잉여전력은 저장되지 못하고 그대로 낭비하게 됩니다. 또한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의 경우 흐린 날씨 등으로 인해 태양광 발전이 일정할 수 없고. 풍력발전 역시 바람이 없으면 제때 필요한 전기를 공급할 수 없게 된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잉여전력을 저장했다 필요에 따라 꺼내슬 수 있는 ESS 설치가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습니다. VSS는 기존 발전설비와 친환경 에너지원 그리고 각지에 흩어져 있는 소규모 재생에너지 설비, ESS 등 많은 분산에너지 자원을 IoT 기술 등을 활용해 원격제어함으로써, 전력사용량에 따라 서로 부족한 전력을 실시간으로 보완해 주는 개념입니다. 즉 수십여 개의 중소규모 발전소를 마치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것입니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