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갑툭튀 '닛산ㆍ혼다' 합병, 그만큼 절박해진 일본 자동차
[시시콜콜] 갑툭튀 '닛산ㆍ혼다' 합병, 그만큼 절박해진 일본 자동차
  • 김흥식 기자
  • 승인 2020.08.19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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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독일과 자동차 강국 자리를 놓고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쟁해왔다. 자동차 원조국으로 불리는 독일은 폭스바겐을 중심으로 볼륨을 키웠고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아우디와 같은 브랜드는 프리미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한국전쟁 으로 전기를 마련한 일본 자동차는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쏟아내며 독일과 최고 자리를 다툴 정도로 성장했다. 코로나 19 확산에도 토요타는 상반기 판매량에서 폭스바겐을 제치고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100년 이상 '내연기관'에 의존해왔던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 시대로 빠르게 변화하면서 일본 자동차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닛산 리프 추락으로 변변하게 내 세울 전기차를 찾아보기 힘들고 낡은 것을 고집하는 고루함, 원가절감에 집착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 진부함 이러면서도 자신들이 만들면 곧 자동차 표준이고 기준이라는 자만감이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본산 자동차 최대 시장 북미에서도 토요타는 GM, 포드와 함께 빅3를 형성해 왔지만 올해 사정은 다를 것으로 전망된다. 1월부터 7월까지 토요타 미국 누적 판매량은 106만32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1.89% 줄었고 혼다는 22.95% 감소한 70만7736대를 기록했다. 6월 기준 닛산은 48만2778대를 기록해 현대차그룹과 순위가 역전됐다. 닛산 2분기 판매는 지난해 동기 대비 50.1%로 반 토막이 났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은 54만040대를 팔았다.

문제는 일본 브랜드 판매 감소율이 경쟁사 대비 현저히 높다는 것에 있다. 2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했을 때 GM은 전년 동기 대비 33.1%, 포드는 32.3%, FCA 38.6%, 각각 감소했다. 같은 기간 토요타는 34.6%, 혼다는 28.0%, 닛산은 50.1%가 줄었다. 브랜드별 차이는 있지만 일본 브랜드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25.4% 감소에 그쳤고 7월에는 반등에도 성공했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유럽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 상반기 신차 등록 대수가 작년보다 24% 감소한 유럽에서는 전기차만 65% 증가한 18만3300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기차 위주로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토요타를 중심으로 한 하이브리드 시장 지배력은 여전했지만 규모를 이미 앞지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분야로 가면 일본은 닛산 리프만 눈에 보일 뿐이다.

내연기관 퇴출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는 유럽에서 뚜렷한 전기차 모델이 없다는 것은 미래 경쟁력을 완전 상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닛산 리프가 외롭게 버티고 있지만 판매 순위, 점유율이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기아차 니로 EV에도 순위가 처져있고 폭스바겐 Up, 아우디 e-Tron과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독자 기업 위주로 회복세를 보이는 중국 성적표도 시원치가 있다. 전기차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는 현 상황을 그러나 일본은 심각하게 보지 않고 있다.

최근 만난 일본 브랜드 관계자는 "전기차가 단기간에 내연기관을 대체해 나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는 "하이브리드 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같은 교잡종 파워트레인을 중심으로 내연기관 연료 효율성을 개선해 나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라며 "전기차 이상으로 환경에 친화적이고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내연기관차가 당분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가 지금 전기차 중심으로 수요가 확산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일본 자동차 산업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토요타는 몰라도 닛산과 혼다는 기술 혁신에 관심이 없다. 기술의 혼다, 닛산 이노베이션 그런 건 듣기 좋은 구호에 불과하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금 혼다나 닛산은 A 모델 시트를 두고 소비자 불만이 나오면 B 모델 시트로 교체하는 식이다. 시트 재질을 바꾸거나 기능을 개선하는 변화보다 쉬운 방법을 택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자동차가 일반적인 성능과 기능으로 경쟁을 할 때는 이런 방식이 원가와 가격을 내려 경쟁력으로 이어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른데도 연식이나 부부변경 심지어 세대교체 모델에도 일본 브랜드는 이런 방법을 고집한다"라고 꼬집었다. 돌아보면 신차를 출시하면서 상위 세그먼트에 적용되는 어떤 사양을 그대로 적용했다는 말을 자주 들었던 것 같다. 밑돌 빼서 윗돌을 고이는 식이다.

토요타, 혼다, 닛산이 사용하는 운전보조시스템, 커넥티비티, 엔터테인먼트 사양 수준은 국산차와도 비교할 것이 못 된다. 앞서 소개한 관계자는 "일본은 지금도 자동차는 잘 달리고 서면 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운전보조, 첨단안전, 엔터테인먼트 같은 기능은 운전에 방해되는 불필요한 것들이라는 얘기, 자신들이 곧 자동차 기준이고 표준이기 때문에 조금 더 늦게 해도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자랑처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동차는 첨단화뿐만 아니라 외장과 실내 디자인을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모습으로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속도 전을 벌이고 있다. 시장과 소비자 관심도 편하고 효율적인 기능으로 쏠려 가고 있다. 일본 자동차는 이런 현실을 자만심으로 뭉개왔다. 의도가 뭐였든 일본 정부가 닛산과 혼다 합병을 추진한 것도 자국 자동차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 세울만한 전기차, 진보적인 첨단 장치 부재를 규모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착각이다. 혼다와 닛산 합병이 성사됐다고 해도 경비 절감 등 규모 확대에 따른 효과는 있을 수 있었겠지만 멀리 갈 수 있는 동력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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