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가상현실), 신차 탄생의 처음부터 끝까지 '핵심'으로 부상

  • 입력 2019.12.18 09:24
  • 수정 2019.12.18 09:2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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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 새로운 자동차 하나가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은 간단치가 않다. 상품과 제품에 대한 기획과 계획이 완료되면 스케치를 시작으로 클레이 모델링 작업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 만개의 부품이 만들어진다. 샤시, 엔진, 차체 등 각 부위의 부품이 조합됐을 때, 파워트레인, 차체 안정성, 승차감 등을 분석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시작차(프로토타입)가 만들어지고 공정과 설비 작업이 끝나면 비로소 생산이 시작된다. 간단하게 요약해 설명했지만 자동차를 구성하는 부품의 수 이상으로 개발 과정은 복잡하다. 완성차가 신차를 내 놓으면서 수천억원의 개발비를 들였고 수년의 기간이 필요했다고 하는 건 따라서 절대 과장이 아니다. 

앞으로는 달라질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17일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공개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는 실제 부품과 실차를 반복해 만들어가며 수많은 인력이 현장에서 확인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 대신 시간과 공간, 거리에 제한을 받지 않고 설계와 디자인을 검증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이다. 

VR(가상현실, Virtual Reality)을 활용한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는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자동차 또는 주행 환경등을 구축해 실제 부품을 시험 조립해가며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을 상당 부분 대체한다. 원하는 대로 빠르게 디자인을 바꿔 품평까지 진행할 수 있고, 실물 시작차에서는 검증하기 힘든 오류도 빠르게 확인하고 개선이 가능하다. 

지난 3월 150억 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규모로 완공된 최첨단 VR 디자인 품평장은 20명의 디자이너가 실물과 다르지않은 VR 영상을 통해 디자인을 평가하고 실내를 둘러보며 의견을 나누고 개선점을 찾아 낼 수 있다. 직접 체험해 보면 VR 영상을 통해 실차와 다르지 않은 가상의 자동차를 놓고 전세계 어느 곳의 누구와도 토론하고 개선점을 찾는 등의 과정이 가능해 보였다.

품평장 내 36개의 모션캡쳐 센서가 VR 장비를 착용한 평가자의 위치와 움직임을 1mm 단위로 정밀하게 감지하기 때문에 가상의 환경 속에서 간단한 버튼 조작으로 부품, 재질, 컬러 등을 마음대로 바꿔보며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고 사용성(UX)이나 시공간별 디자인 적합성을 평가해 최적의 모델을 도출하게 된다.

선행 개발차를 일일이 실물로 제작하는 대신 다양한 VR 디자인을 풍부하게 만든 뒤 최적화 과정을 거칠 수 있고 양산차 디자인을 선정하기 위해 재질, 색상 등을 실제로 구현한 모델을 일일이 제작해야 했던 과정도 대부분 생략되면서 차량 제작의 비용과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엔진에 시동이 걸렸을 때 진동과 같은 움직임, 공기의 흐름, 차체 절개면을 통해 이상 유무를 살펴보고 각각의 부품 결합이 제대로 됐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VR 영상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설계나 조립 과정의 잘못으로 발생 할 수 있는 소음까지 잡아낼 수 있다"라며 "과거 개발자들이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웠던 부분까지 세심하게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완성도가 높은 신차를 내 놓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운전자와 탑승자의 시트 포지션, 실내 기능을 조작하는 동선, 시선에 따라, 교차로 등에서 방향을 바꿀 때 변화하는 시야도 VR 영상으로 재현이 가능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신차 개발 과정에서 그치지 않고 제조 및 조립 단계 등 연구개발 프로세스 전 과정에 걸쳐 시행하는 것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예를 들면 조립 라인에서 작업자의 효율적인 동선을 미리 계산하고 조립을 할 때 필요없는 과정을 걷어내거나 줄이고 작업자가 어느 정도의 힘을 들여야 하는지 확인하고 개선하는 과정까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가 반영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이를 통해 신차개발 기간은 약 20%, 개발 비용은 연간 15%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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