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가 대세 천만의 말씀, 美 2030 세단 선호도 더 높아

  • 입력 2019.03.25 10:24
  • 수정 2019.03.25 12:39
  • 기자명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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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의 인기는 이제 두 말하면 입 아프다. 국적 불문, 남녀노소 불문 모든 소비자들이 SUV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는 이제 업계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2017년 미국에서는 신차 판매 중 SUV와 크로스오버, 픽업트럭의 비중이 무려 70%에 달했다. 심지어 포드나 GM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세단이나 해치백 같은 승용 모델들을 단종시키고 SUV와 크로스오버로 모든 라인업을 꾸미고 있다.

그러나 세대 별로 뜯어봤을 땐 SUV의 인기가 절대적이지 않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이목을 끈다. 특히 향후 경제활동의 주축이자 강한 구매력으로 시장을 이끌 젊은 세대에서 SUV보다 세단 선호도가 높다는 분석 결과에 따라 향후 자동차 회사들의 전략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미국 최대의 보험 비교 전문 사이트 ‘QuoteWizard’는 지난 해 약5000만 명의 회원들의 보험 가입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차량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라 불리는2030 세대에서 세단 선호도가 확연히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분석에 따르면 22~37세 운전자들이 가장 많이 보험료를 확인한 차량10대 중 8대가 세단과 해치백이었다. SUV, 픽업트럭은 포드F-150(7위)과 지프 그랜드 체로키(10위) 등 2개 차종에 그쳤다.

특히 이 연령대의 운전자들은 중형 세단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 토요타 캠리, 현대자동차 쏘나타 등이 각각1, 2, 4, 5위에 올랐으며 준중형차인 혼다 시빅, 토요타 코롤라, 포드 포커스도 각각3, 8, 9위에 올랐다. 6위인 쉐보레 임팔라는 대형 세단 중 유일하게 10위권에 들었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 운전자 전체의 자동차 선호도와는 큰 괴리가 있다. 지난 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 상위 10개 중 세단과 해치백 등 승용 모델은 토요타 캠리, 혼다 시빅, 토요타 코롤라 등 3개 차종에 그쳤다. 상위25개 차종으로 범위를 넓혀도 승용 모델은 8종에 불과했다.

SUV가 대세라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젊은 세대가 승용 모델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QuoteWizard는 이러한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2030 세대의 생활 양식 차이를 꼽았다.

도시 근교에 거주하면서 자가용으로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기성 세대와 달리, 미국의 젊은 세대는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심 지역 거주 선호도가 높다. 도심에는 대중교통이 발달해 있고 주차공간이 협소하며, 1인 또는 2인 가구 비중이 높아 비싸고 큰 차를 사야 할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적어졌다.

소비 경향에도 차이가 크다. 기성 세대보다 수입은 적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주거비용 등으로 1인당 평균 부채가 3만 6000달러(한화 약 4082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저축보다 소비를 선호하다 보니 승용차보다 비싼 SUV나 크로스오버 구입에 부담을 느낀다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2030 세대가 자동차 구입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다. 경제·사회 활동이 활발하고 여가 생활을 즐기는 만큼 자동차를 구입할 필요는 있다. 때문에 SUV보다 저렴하면서 충분한 공간활용도를 지닌 중형 세단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게QuoteWizard의 분석이다.

유행보다는 개성을 표출하는 것을 선호하는 2030 세대의 구매 패턴도 이러한 세단 선호에 영향을 미쳤다. 세단이 주류를 이루던 과거에는 개성 강한 디자인의 크로스오버나 소형SUV가 젊은 세대를 위한 대체재로 여겨졌지만, SUV가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으면서 상대적으로 개체 수가 적은 세단이 오히려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선택지로 자리잡았다. 신차들이 전통적인 3-박스 세단이 아닌, 개성 강한 쿠페 스타일이나 패스트백 디자인을 적용하면서 젊은 구매자들에게 어필한 것도 선호도 변화에 영향을 줬다.

물론 QuoteWizard의 분석 결과는 정확한 판매량이 아닌 보험 가입자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자료이므로 100% 정확도를 담보할 수는 없지만, 젊은 운전자들이 크로스오버를 선호할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과 차이를 보여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 외의 시장에서도 SUV와 크로스오버의 인기가 일시적인 유행에 불과하며, 결국 세단의 시대가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을 방문한 장 필립 임파라토 푸조CEO 역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탄소 저감 요구에 대응할 수 있고 운전의 즐거움과 세련된 디자인을 갖춘 세단이 다시금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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