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치백, 따져보면 SUV 못지 않은 가성비의 '갑'

  • 입력 2018.07.05 10:29
  • 수정 2018.07.05 11:0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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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SUV다. 전체 판매량 79만여 대 가운데 경형 비중은 10%대로 떨어졌고 대형차 비중은 20%, SUV는 30%대를 넘었다. 상반기 SUV 판매는 27만4000여 대, 전체 세단이 기록한 35만7000여 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판매 비중은 지난해 동기 대비 10% 이상 늘었다. 세단은 그만큼 줄었다.

SUV 열풍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듬직한 데다 쓰임새가 많고 디젤로 누리는 경제성, 차급에 맞춰 골라 탈 수 있는 모델의 수도 많아졌다. SUV 못지않은 다양한 용도의 쓰임새가 있고 더 날렵한데도 찬밥 취급을 받는 차종이 있다.

해치백이다. 무덤 얘기까지 나오는, 그래서인지 해치백은 SUV와 다르지 않은 다양한 선택지가 있지만, 상반기 7만6000대만 팔렸다. 쿠페나 컨버터블, 왜건 등의 별종을 빼고 모델의 수도 상당하지만, 상대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나 판매가 줄었다. 해치백은 이런 대접을 받을 차가 아니다.

SUV와 비교했을 때, 특히 많이 팔리는 소형 차급과는 공간의 효율성에 차이가 크지 않고 운전이 쉬운 데다 재미도 남다르다. 해치백은 승객 실과 트렁크의 구분이 없는 2박스 구조. 밴이나 왜건과 같은 구조지만 세단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구분이 된다.

승객 실과 화물칸이 연결돼 있고 C필러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리드를 최대한 살려 놨기 때문에 세단보다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대부분 제공되는 2열 시트 폴딩 기능을 사용하면 소형 SUV와 다르지 않은 1000ℓ 이상의 적재 공간이 확보된다.

해치백인 르노 클리오의 경우 기본 300ℓ, 2열 폴딩으로 1146ℓ 적재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 소형 SUV 기아차 스토닉은 기본 320ℓ, 2열 폴딩 시 1155ℓ로 별 차이가 없다. 낮은 전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무게로 느낄 수 있는 운전의 재미도 해치백이 우세하다.

소형 SUV는 전고를 아무리 낮춘다고 해도 1500mm 이상인 반면, 대부분 해치백은 1400mm 수준이다. 중량 역시 같은 배기량과 타이어 시리즈를 갖고 있다면 100kg 이상 차이가 난다. 연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가솔린 1.4ℓ 엔진을 올린 현대차 엑센트 위트가 복합 기준 13.1km/ℓ의 연비 성능을 가졌지만, 동급의 기아차 스토닉(12.8km/ℓ/15인치 타이어)보다 우세하다. 별 차이가 아닌 이유는 차량 가격에서 연비료비 등 총 보유비용을 따져보면 나온다.

두 모델의 엔트리 트림(자동변속기) 가격은 300만 원 이상 차이가 난다. 경제성 또는 실용성을 따져 소형 SUV를 선택할 명분이 많아 보이지 않는 이유다. 명백한 우월적 가치를 가진 해치백은 다음과 같다.

다운사이징의 교과서, 쉐보레 아베오

사정이 그런 탓도 있지만 쉐보레 아베오는 탄탄한 기본기에도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2011년 처음 소개가 됐고 전 세계 150개국에서 팔리고 있는 글로벌 상품이기도 하다.

탄탄하게 조여진 섀시는 쉐보레가 자랑하는 6단 Gen Ⅱ자동 변속기와 다운사이징 1.4ℓ 터보의 최고 출력 140마력, 최대 토크 20.4kg.m의 구동력을 매끄럽게 받아들인다.

엔진 제원은 경쟁사의 준중형 차급이 품고 있는 1.6ℓ 급보다 앞선다. 중량(1175kg)은 더 가볍기 때문에 가속과 고속으로 치닫는 맛이 최고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코너링에서 보여주는 차체 안정감, 절제된 롤링, 빠른 복원력 등은 동급 해치백은 물론 소형차 가운데 단연 최고다.

2525mm의 여유있는 축거로 기본 290ℓ의 적재용량을 갖고 있고 6:4로 2열 시트를 접으면 1000ℓ 이상으로 확장할 수 있다. 가격은 1669만 원(자동변속기)부터 시작한다.

요염한 뒤태의 매력, 현대차 엑센트 위트

지금도 팔리고 있느냐는 되물음이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약하기는 해도 엑센트는 한 시대 국내 소형차 시장을 지배했던 모델이다. 1994년 소개된 1세대 엑센트는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그리고 디자인까지 현대차의 독자 기술이 모두 반영된 최초의 모델이기도 하다.

작지만 풍부한 사양을 가진 것이 엑센트 위트의 장점. 엔트리 트림인 스마트(1422만 원)에도 무단자동변속기와 인조 가죽 시트, 6개의 에어백, 차체자세제어장치, 무선 도어 리모컨 키, 후방 주차 거리 경고, 파워 윈도 같은 안전 및 편의 사양이 기본 제동된다.

웃돈을 주고 선택이 고민되는 사양이라고 해봤자 하이패스 시스템 정도. 엔트리 트림에서 내비게이션 패키지 선택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옥에 티다. 1.4 VVT는 100마력의 최고 출력과 13.6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동급 가솔린 모델 가운데 가장 저렴한 가격과 함께 복합 기준 13.1km/ℓ 연비 수치도 가장 앞선 것이다. 축간거리는 2570mm.

유럽을 지배하는 해치백 클리오

과감하게 해치백의 무덤에 뛰어든 클리오는 르노삼성차가 완제품으로 들여와 판매하는 수입차. 우리와 다르게 해치백 수요가 엄청난 유럽에서 폭스바겐 골프, 폴로와 함께 리더보드 상단에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리는 베스트셀링카다.

유럽인들이 해치백을 선호하는 이유는 우리와 다르다. SUV나 덩치가 큰 세단과 달리 작고 날렵한 차체를 기본으로 운전의 재미를 강조하는 탄탄한 기본기를 선호하는 성향이 강하다.

클리오의 성격도 다르지 않다. 좁고 울퉁불퉁하고 구불구불한 유럽의 도로에 최적화된 섀시는 그나마 상태가 좋은 국내 도로에서 더 날렵하게 반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해치백스럽지 않은 미려한 생김새, 전장 4062㎜, 전폭 1732㎜, 전고 1448㎜는 그렇다고 해도 2589㎜의 축간거리로 확보한 실내 공간의 크기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트렁크의 기본 용량은 300ℓ, 2열 시트를 폴딩 하면 소형 SUV에 버금가는 1146ℓ까지 확장된다.

1.5 dCi 디젤에서 나오는 최대출력 90마력, 최대토크 22.4kg.m의 성능은 수치상 빈약해 보이지만 일상의 영역에서 아쉬움이 없다. 독일 게트락 6단 DCT가 맞물려 나오는 복합 17.7km/ℓ의 공인 연비는 실 운전에서는 그 이상이 나온다. 가격은 1990만 원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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