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달라도 너무 다른 벤츠와 BMW

  • 입력 2017.01.16 16:0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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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3조원이 넘는 매출로 막대한 수익을 남기고 있는 넘버원 브랜드치고는 옹색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는 16일 가진 신년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해 30억원의 기금을 마련했고 올해 40억원을 추가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기준 벤츠 코리아가 기록한 영업이익은 1111억원이다. 2016년은 늘어난 판매 대수만큼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고 차 값을 올린 올해에도 증가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의 규모로 봤을 때 40억원은 새발의 피, 생색을 낼 수준이 아니다.

벤츠 코리아는 그 동안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재투자에 인색하고 영업이익의 대부분이 독일 주주의 배를 불리는데 사용됐다는 비난을 받았다. 사회공헌 기금을 본격적으로 내 놓은 것도 지난 해 부터다. 그러면서도 지난 해 500억원대 탈세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벤츠 코리아의 경쟁사인 BMW 코리아는 최근 5년 동안 BMW코리아미래재단을 통해 225억원의 기금을 내 놨다. 그리고 같은 기간 235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고도 독일 본사에는 배당금을 한푼도 보내지 않고 대부분을 한국에 투자했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 코리아 사장이 이날 “ 2000억 원을 투자해 네트워크를 확장, 고객 서비스 수준을 높이겠다”고 밝힌 것도 내면을 보면 벤츠 코리아가 내 세울 일이 아니다. 여기에는 ‘딜러들과 함께’라는 단서가 달렸다.

네트워크 확장에 투자하는 2000억원 가운데 벤츠코리아가 부담하는 액수가 얼마인지를 묻는 질문에 실리카스 사장은 “대부분 딜러사가 부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1개의 딜러사가 전시장을 늘리고 서비스센터를 확충하고 인증 중고차 전시장을 갖추는데 2000억원을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구조적인 강요가 아닌 자발적 투자를 어떻게 유도할 것인지를 묻자 “우리는 모두 한 가족”이라며 “공동의 발전, 그리고 성장 잠재력을 믿고 각각의 딜러가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딜러가 공감하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BMW코리아가 현재 진행형으로 국내에 투자한 금액은 2700억원에 달한다. BMW 드라이빙 센터를 짓는데 770억원을 썼고 매년 적자 운영비로 100억원 가량을 다시 투자하고 있다. 안성에는 1300억원을 들인 부품 물류센터를 짓고 있고 R&D 센터와 2018년 완공될 송도 콤플렉스에도 각각 200억, 450억원을 투자했다. 국내 1차 협력업체가 BMW 그룹에 수주한 금액만 약 8조원에 달한다. 

벤츠 코리아가 지속 가능한 균형 성장을 얘기하는 자리였으면 BMW 코리아와 같이 직접 얼마를 투자해 고용을 창출하고 한국 경제에 기여할 것인지를 밝혔어야 했다. 수 조원대 매출을 기록하는 회사가 연간 40억원을 사회공헌 기금으로 내 놓고 딜러가 투자하는 2000억원으로 생색을 내는 것은 수입차 전체의 체면을 깍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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