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만든 '난세의 영웅'

  • 입력 2016.01.05 10:5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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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자동차 판매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등 주요 기관들이 전망한 2015년 판매 대수는 165만대 수준. 그러나 국내 업체들은 157만9000대를 팔았고 수입차 예상치 23만여 대를 보태면 180만대 수준이 예상한다. 국내 업체들이 세운 내수 157만9000여 대는 지난 1996년 164만4000여 대 이후 가장 많은 기록이다.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좋은 실적을 거둔데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한 ‘영웅’들의 활약이 컸다. 가장 돋보이는 모델은 쌍용차 티볼리다. 2015년 1월 출시 이후 1년 이상 신차 효과를 이어 가면서 쌍용차를 먹여 살리다시피 했다. 지난 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각 업체의 일등공신을 정리했다.

 

티볼리, 쌍용차를 춤 추게한 일등공신

쌍용차 티볼리의 2015년 내수 성적표는 4만5021대다. 단일 모델로는 2004년 렉스턴이 세웠던 연간 판매량 5만4274대 이후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쌍용차 7개 라인업의 연간 판매량 9만9664대의 절반가량을 티볼리 홀로 책임졌다. 통상 3개월 정도 유지되는 신차효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비상적인 일이다.

티볼리는 지난 12월 한 달 동안 5212대가 팔려 신차가 출시된 작년 1월과 2월 보다 두 배 이상 많이 팔렸다. 업계는 ‘기이한 현상’으로 보고 있지만, 쌍용차는 생산량과 공급량, 계약 추이를 봤을 때 당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티볼리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쌍용차는 주홍글씨처럼 따라 다닌 해고자 복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03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 실적, 2009년 이후 6년 연속 판매 증가 등의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했다.

 

쏘나타, 명성에 걸맞은 활약 펼쳐

전무후무한 차대차 충돌테스트 이벤트까지 벌이며 작년 출시 30주년을 맞이한 현대차 쏘나타는 전사적 공을 들인 만큼,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쏘나타는 2015년 한 해 동안 10만8438대가 팔려 현대차 전체 라인업 가운데 가장 좋은 실적을 냈다. 항상 선두에 있는 만큼 실적으로는 돋보이기 힘들지만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해 냈다.

차대차 충돌테스트로 ‘수출 모델은 다르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의혹을 해소하는 성과를 거뒀고 주요 거점을 돌며 쏘나타 모터쇼를 열어 관심을 끄는데도 효과를 봤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는 현대차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모델”이라며 “동급 최고의 상품성과 그동안 소비자들이 생각했던 내수와 수출 모델 차별 의혹이 조금씩 해소되면서 절대 강자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반면, 쏘나타 판매량의 30%를 택시가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일본에서 판매되는 프리우스택시, 독일 벤츠 택시도 즐비한 마당에 흠잡을 일은 아니다.

 

스포티지, 신차 그리고 SUV 효과로 선전

SUV 차종만 따지면 2015년 최다 판매 업체는 기아차다. 작년 한 해 동안 판매된 자동차 157만9000여 대 가운데 SUV는 54만4549대를 차지했다. 판매 비중이 41%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기아차 엠블럼을 단 SUV는 21만4000대로 40%대를 점유했다.

기아차 SUV의 선전을 주도한 모델이 스포티지다. 스포티지는 9월 신형 모델이 가세하기 이전까지 월 평균 3000대를 파는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신형 스포티지가 본격 판매되기 시작한 10월부터 월 평균 8000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2015년 연간 판매량은 5만2748대다.

연간 총 판매량을 보면 쏘렌토가 7만7000대로 크게 앞서 있지만 10월 이후 부터는 상황이 역전됐고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스파크, 쉐보레의 영원한 효차(車)

한국지엠이 작년 15만8404대를 판매하며 2002년 회사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스파크다. 스파크는 총 5만8978대가 팔려 한국지엠 전체 라인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었다. 전반기 다소 부진했던 스파크를 다시 살려 낸 것이 작년 7월 출시된 신형 모델이다.

월평균 3000대를 넘지 못했던 스파크는 8월 7000대에 근접했고 이후 6000대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이때부터 한국지엠은 매월 새로운 기록들을 세워나가기 시작했다. 월 판매 최다 기록을 경신했고 덩달아 한국지엠 전체 판매량도 호조를 보여 회사 출범 이래 연간 최대 내수 실적을 갈아 치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전까지 한국지엠의 연간 최대 내수 실적은 2014년 세웠던 15만4381대였다. 지난해 7월까지 내수 판매가 6.8%나 감소했던 한국지엠을 살려내는데 신형 스파크가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이다.

 

QM3, 르노삼성차 제자리 속 나 홀로 선전

르노삼성차의 지난해 내수 판매는 총 8만17대로 직전 연도 8만3대와 거의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내 업체들의 평균 증가율 8.7%와 비교하면 부진한 결과다. 납품 모델인 닛산 로그의 주문량이 계획보다 많아지면서 수출 실적은 플러스로 마감했다. 노쇠한 라인업을 갖고도 르노삼성차가 내수 시장을 버틴 힘은 QM3에서 나왔다.

QM3는 같은 기간 총 2만4560대가 판매돼 르노삼성차 전체 실적의 25% 이상을 책임졌다. 작년 1년 동안 처음 월 판매 1만 대를 돌파한 12월에는 3018대를 기록해 전체 판매 대수(1만235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나 됐다.

완성차로 들여오는 QM3의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을 참고하면 의미가 있는 실적이다. 한 관계자는 “QM3 물량이 일시적으로 급감했던 작년 초 상황만 아니었어도 더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과 3월, QM3는 수입 물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월 판매량이 1000대 미만으로 떨어졌다. 한편으로는 완성차 수입 모델인 QM3와 주문자 생산 모델인 닛산 로그의 내수와 수출 비중이 크다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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