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도 선택한 독배(毒杯) '차대차 충돌테스트'

  • 입력 2015.08.26 10:4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대차가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고 있는 국내 시장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겠다며 수 백 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인 ‘카대카 충돌 이벤트’가 최근 화제다.

내수차와 수출차의 안전성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미국 현지에서 생산돼 판매되고 있는 쏘나타와 아산공장에서 만든 동일 모델을 서로 충돌시키는 모험을 했지만 기대했던 것과 다르게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충돌테스트에 동원된 차량들이 미리 설정된 것들이라는 의혹, 새 차가 아닌 운행차가 아니어서 믿을 수 없다는 주장, 일반적 사고의 형태인 옵셋(차량 전면부의 25%를 충돌시키는 방식, small overlap test)은 두려웠냐는 식이다.

냄새가 풀풀, 저런 충돌에도 에어백이 터지지 않으면 그게 비정상, 잘 짜여진 각본, 에어백 터진 것이 자랑할 일이냐, 시험용과 판매용이 다른 차라는 의혹과 비아냥도 수두룩하다.

현장을 지켜보고 이를 전한 기자에게는 “그게 안터지면 차 인가요? 뭘 받아먹고 그러는지 모르겟(겠)는데. 옆에 외국인 친구가. 에어백 터진게 자랑인듯 기사 내는게(것을) 어이가 없어하네요”라는 항의성 메일이 오기도 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비판과 지적에는 소비자들이 수용하고 포용해야 해야 할 것들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 가장 많이 지적된 정면충돌 방식만 해도 그렇다.

엄격하고 정밀한 장비가 갖춰진 전용 실험실이 아닌 야외에서 무인조종 시스템으로 테스트가 진행되는 만큼 자연환경 변수도 고려해야 했다.

충돌 직전 상황까지를 설정해 벌인 사전 시뮬레이션에서 차량이 레일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많이 벗어나는 일이 많아 아예 충돌이 이뤄지지 않거나 비정상적 상황도 벌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도 행사전 충돌테스트는 워낙 많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되는 이벤트”라며 "시장과 소비자들의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현대차가 초강수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테스트에 사용될 차량으로 미국에 있는 현대차 딜러샵을 직접 방문해 주차장에 보관된 수 많은 쏘나타 가운데 한 대를 임의로 선택한 정본인이다. 

 

신차가 사용된 점도 이해가 간다. 차량의 관리 상태가 전혀 다른 상황에서 동일한 상태의 중고차를 임의로 선택할 경우 오히려 공정성에 더 큰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상태가 동일한 신차를 전문 교수와 블로거가 누구의 간섭도 없이 무작위로 테스트 차량을 선택하도록 했던 이유다.

지난 22일, 인천 송도에서 만난 현대차 관계자들은 사상 유례가 없는 실험실 밖 공개장소에서 이뤄지는 실차 충돌테스트에 적지 않는 부담이 있었고 어느 정도는 이런 반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해 봤자 손해라는 생각에 연구소를 비롯한 내부에서 반대를 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내수차와 수출차를 다르게 만들어 국내 소비자들을 역차별 한다는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행사”였다며 “오해나 루머로 받는 피해보다는 잘못된 정보로 비롯되는 혼선이 더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는 명백한 실수나 잘못에 신속히 사과하고 개선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과거 실수에 대한 인정과 사과에 소홀했던 점, 바른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지와 노력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던 만큼 이번 이벤트는 부족했던 과거의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의지의 차원에서 받아 들여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뻔한 결과를 예상하고 독배(毒杯)를 선택한 이유다.

앞서 언급한 지적과 비판들은 현대차그룹이 세계 5위 거대 자동차 메이커로 성장할 수 있었던 토양이 됐다. 따라서 차대차 충돌테스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따갑고 비판적이어도 이는 현대차가 앞으로 가져 가야 할 지향점을 알려주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편견에 빠져 객관적인 사실을 얘기해도 우리가 현대차를 비판하는 것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대응 방식”이라는 한 네티즌의 지적과 더불어 소비자들도 무조건적인 비판에 앞서 현대차가 전력을 다하고 있는 고객과의 소통 노력을 지켜봤으면 하는 바램이다. 참고로 기자는 해당 기사와 관련해 현대차로부터 아무런 편의나 댓가를 제공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는 점도 분명히 밝힌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