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또는 하이브리드, 현대차 '그랜저'로 응수

  • 입력 2014.08.18 02:5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월에서 7월까지의 자동차 판매 통계를 보자. 국산차는 84만대, 수입차는 11만대, 총 95만대가 팔렸다. 월 평균 13만대가 팔렸다. 앞으로 남은 5개월 동안 이 수준이 유지되면 우리나라 연간 자동차 시장 규모는 160만대를 넘어 설 것으로 보인다.

수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 자동차 내수 최대 규모는 150만대로 전망됐다. 이를 깨고 시장 규모가 크게 늘어나게 된 원인은 수입차 판매가 급증을 했기 때문이다.

점유율 11%를 돌파한 수입차 시장 성장세는 비 가솔린 차량이 주도했다. 올해 1월에서 7월까지 수입 가솔린 차량의 판매는 0.9% 감소했지만 디젤 차량은 42.1%, 하이브리드 차량은 13.3%나 판매가 늘었다.

비 가솔린 차량의 판매 증가는 국산차도 예외가 아니다. 상반기 국산 디젤 모델은 1만 9000대, 하이브리드 모델은 1만 2000대나 팔렸다. 같은 기간 6만 8000여대가 팔린 수입 비 가솔린 모델의 17%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지난 해 5%를 갓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일취월장한 실적이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디젤과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늘렸고 쉐보레와 르노삼성차도 말리부와 SM5 D 등 다양한 국산 디젤 모델들을 투입한 덕분이다. 더불어 지난 7월 국산차 판매 통계에 관심을 끄는 수치가 나왔다.

바로 현대차 준대형 세단 그랜저가 국내 자동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렸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수입차 공세에 맞서 그랜저를 전략 모델로 내세우고 국산 모델 가운데 흔치않게 가솔린, 디젤, 하이브리드까지 풀 라인업을 갖춘 효과다.

그랜저 디젤과 하이브리드가 독일의 디젤, 일본의 하이브리드 벽을 넘을 수 있겠느냐는 당초의 우려를 보기 좋게 깨 버리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랜저의 어떤 장점과 매력들이 수입 디젤의 간판 BMW 520d를 위협하고 하이브리드의 원조 도요타 렉서스의 ES 300h를 추월했는지 분석했다.

I4 직분사 2.2엔진을 탑재한 그랜저 디젤은 최대 출력 202마력(3800rpm), 최대토크 45.0kg.m, 복합연비는 14.0km/의 성능에 가격은 3603만원이다.

BMW 520d를 압도하는 그랜저 디젤의 정숙성=BMW 520d는 자타가 공인하는 디젤 세단의 최강자다. 그러나 7월 본격 판매에 돌입한 그랜저 디젤은 만만치 않은 내공, 그리고 특별한 장점으로 520d를 위협하고 있다.

그랜저 디젤은 I4 직분사 2.2엔진을 탑재했다. 최대 출력은 202마력(3800rpm), 토크는 45.0kg.m, 연비는 14.0km/l다.

520d는 이보다 낮은 엔진을 올렸다. 2.0 엔진에서 그랜저보다 낮은 184마력(4000rpm)의 최대출력과 38.8kg.m의 토크 성능을 낸다. 반면 연비는 16.9km/l로 앞선다.

그러나 그랜저 디젤에는 보이지 않는 경쟁력이 있다. 바로 승차감이다. 두 차종을 모두 경험해보면 그랜저 디젤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는 점이 바로 정숙성에서 발휘되는 승차감이다.

2.0 엔진을 탑재한 BMW 520d, 184마력(4000rpm)의 최대출력과 38.8kg.m의 토크, 16.9km/l의 연비를 발휘하며 가격은 6330만원부터 시작한다.

시승기에서 표현한 것처럼 믿거나 말거나 가솔린과 특별한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정숙하다. 그랜저 디젤을 경험한 모든 운전자들의 평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차는 디젤 세단 운전자들이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진동과 소음을 잡기 위해 그랜저 디젤에 고급 흡, 차음재를 대거 사용했고 디테일하게 마감을 했다. 여기에다 엔진의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마운팅에도 극도의 신경을 썼고 외부소음의 실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신소재도 마구 사용을 했다.

가솔린 대비 월등한 출력과 토크로 발휘되는 순발력도 만족스럽다. 2.2엔진에서 기대되는 파워보다 감각적인 힘을 보여준다. 스티어링과 가속페달에 확실한 무게감이 실리고 배기음, 서스펜션의 반응까지 거칠어지는 스포츠 모드에서는 달리는 맛까지 삼삼해진다.

BMW 520d도 견고하고 믿음직스러운 주행 성능에는 흠잡을 것이 없다. 그러나 정숙성에서는 단언하건데 그랜저 디젤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장점으로 그랜저 디젤에 대한 시장의 초기 반응은 열렬하다. 본격 판매에 들어가기 이전 사전 예약 대수가 1800대를 넘어서더니 전체 판매량의 30% 이상까지 디젤 모델의 계약 비중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세타Ⅱ 2.4 하이브리드 전용엔진과 고출력 모터를 탑재한 그랜저 하이브리드, 16.0km/ℓ의 복합연비 성능에 가격은 3603만원부터다.

도요타와 렉서스보다 많이 팔린 그랜저 하이브리드=수입차를 포함, 올해 7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하이브리드 모델은 총 2만대 수준이다. 국산 하이브리드는 1만 6000대, 도요타와 렉서스가 주도하고 있는 수입 하이브리드 모델은 3900대가 팔렸다.

놀랍게도 수입차를 포함, 국내에서 가장 팔린 모델은 그랜저 하이브리드다. 1월에서 7월까지 8000대가 팔렸다. 수입 하이브리드 전체 모델을 합친 것보다 많다.

하이브리드의 원조격인 도요타를 제치고 현대차와 기아차 모델들이 선전을 한 이유는 연비와 성능 종합적인 상품성에서 별로 꿀릴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세타Ⅱ 2.4 하이브리드 전용엔진과 고출력 모터를 탑재, 최고출력 159마력에 최대토크 21.0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35kW급 고출력 전기모터가 추가되면서 출력은 204마력으로 높아지고 연비는 1등급 기준인 16.0km/ℓ다.

배기량이 비슷한 렉서스 하이브리드 ES300h는 최고출력 158마력(시스템 총 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21.6kg.m의 엔진 파워를 갖고 있다. 연비는 16.4km/l로 그랜저 하이브리드 보다 0.4km/l 높다.

실제 333km의 시승에서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인증 수치와 같은 16.0km/l의 기록한 바 있다.이는 기아차 모닝, 쉐보레 스파크 등 국산 경차보다 앞선 연비 효율성이다.

렉서스 하이브리드 ES300h는 16.4km/l의 연비 성능을 갖추고 있으며 495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최대 경쟁 브랜드인 도요타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라인업 전체 실적보다 많이 팔린 이유에는 대등한 성능에 앞선 가격 경쟁력도 한 몫을 하고 있다.

비교 모델인 렉서스 300h의 최저가격이 4950만원, 반면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이보다 1300만원이나 저렴한 3603만원에 판매된다.

경차급 연비, 그리고 확실한 우위에 있는 가격 경쟁력이 현대차가 하이브리드 시장의 주도권을 탈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