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오른쪽, 이 사소함이 주는 큰 불편

  • 입력 2013.05.05 21:5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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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중형차를 타고 있는 직장인 최 모씨는 단골인 셀프 주유소를 갈 때 마다 매번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주유구가 차량 왼쪽에 달려 있어 기름을 넣으려면 주유기쪽으로 운전석을 바싹 붙여 차량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최 씨는 "일반 주유소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셀프 주유소는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직접 주유를 하기 때문에 주유구와 차량 사이의 좁은 공간에서 타고 내리는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르노삼성차와 쌍용차 그리고 일본산 자동차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이 운전석과 같은 방향에 있는 왼쪽 주유구 때문에 셀프 주유소를 이용할 때마다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반면 한국지엠과 유럽, 미국 브랜드의 수입차는 운전석과 다른 방향인 오른쪽에 주유구가 있어 이 같은 불편과 무관하다.

이는 사소하고 별일 아닌 차이로 생각할 수 있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주유구의 위치가 주는 불편이 예상외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최 씨의 경우, "남들보다 체격이 큰 탓도 있지만 셀프 주유를 할 때 주유소의 정차 공간도 여유가 없기 때문에 주유기에 바싹 차를 댈 수 밖에 없어 매번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차량 주유구가 브랜드, 국가별로 차이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차량의 주행 방향에 맞춰 머플러에서 나오는 배출가스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고 주유 편의성과 머플러의 위치 등을 고려한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상식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과 같이 우측통행을 하고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차량의 경우에는 대부분 주유구의 위치가 오른쪽에 있고 좌측통행을 하는 일본과 영국의 미니 등은 왼쪽에 자리를 잡고 있는 이유다.

이러한 구조는 꽤 효율적이다. 운전석과 주유구가 각각 다른 방향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이들 차량은 셀프 주유를 할 때 큰 불편이 없어 구조상으로도 안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찍부터 셀프 주유소가 대중화된 것도 이런 구조를 만들어 냈다는 의견도 있다.

 

반면 국산차와 같이 운전석과 주유구를 같은 왼쪽 방향으로 배치한 구조는 셀프 주유소 등을 이용할 때 불편을 감수할 밖에 없다.

국산차의 주유구 위치는 1960년대 원천 기술이 도입된 국가와 모두 관련이 있다. GM 기술을 들여온 한국지엠의 차량 주유구는 오른쪽에 있지만 미쓰비시와 마쓰다, 닛산 등 일본 기술이 적용된 현대차와 기아차, 르노삼성차와 쌍용차 등은 그들과 같은 방향인 왼쪽에 반영이 된 것이다.

특히 르노삼성차는 르노와 닛산의 베이스 모델에 따라 주유구의 위치도 다르다. SM5, SM3 등은 왼쪽에 있는 반면 SM3와 QM5는 오른쪽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일본에서 운행되고 있는 차량들은 운전석과 주유구가 다른 방향에 있기 때문에 셀프 주유소 이용에 불편이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판매되는 일본산 차들은 운전석을 왼쪽으로 변경한 반면 주유구 위치는 오른쪽 그대로여서 역시 국산차와 같은 불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우측통행을 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만드는 차량의 주유구가 좌측통행을 하는 일본과 동일한 구조로 만들어지면서 이상한 꼴이 된 것이다.

애초부터 보행자, 그리고 주유편의, 긴급한 상황에서의 안전과 편의성을 고려해 주유구의 위치가 배려됐다면 국산차의 주유구도 당연히 이 곳의 사정을 감안해서 수정이 돼야 한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차가 우측 통행을 하는 미국과 유럽, 중국에 수출하는 차량의 운전석과 주유구도 모든 왼쪽에 있다.

사소한 것이지만 셀프 주유가 일상적인 미국이나 유럽의 덩치 큰 운전자들이 겪고 있을 불편을 생각하면 다시 생각 해 볼 일이다. 셀프주유소를 갈 때마다 비좁은 공간에서 불편을 느끼고 차 문을 열 때마다 도어 손상을 우려하는 운전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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