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이오닉 5는 자동차다.

  • 입력 2021.02.24 13:56
  • 수정 2021.02.24 13:5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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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대를 했는지 24일 세계 최초로 공개된 현대차 아이오닉 5는 혹평을 받고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된 공개 행사를 지켜 본 많은 이들이 스토리 없는 맹탕, 재탕이라고 또 아이오닉 5가 풀어내고 할 수 있는 얘기가 이것밖에 없냐는 실망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그룹이 야심 차게 개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첫 모델에 대한 기대감이 컸고 한편으로는 전기차는 특별해야 한다는 인식 탓이기도 하다.

아이오닉 5 모티브가 현대차 최초 고유모델 포니고 그래서 그 헤리티지를 계승하는 특별한 것도 기대가 되긴 했다. 현대차 지난 역사 54년 전환점을 찍고 미래 50년을 향해 달려가는 의미가 담겨 있기도 바랬다. 그래서 지켜봤는데 기대와 달리 아이오닉 5는 평범한 소개로 시작해 끝을 냈다. 전기차라는 것, 거기에 몇 가지 최초라는 타이틀이 붙은 것 말고는 가슴에 담을 것이 없었다. 질의응답까지 긴 시간을 지켜봤지만 감동이나 반전은 없었다. 

그런데 전기차는 이미 대중화 단계에 들어섰고 수 많은 모델이 팔리고 있는데 아이오닉 5라고 해서 꼭 그런 감동과 혁신이 필요한가 싶다. 그 자체가 혁신이다. 전용 플랫폼에 의미가 있어도 아이오닉 5는 현대차 그룹이 만든 여러 전기차 가운데 하나일 뿐이고 수 많은 자동차와 다르지 않은, 이동을 위한 기기일 뿐이다. 기능과 역할이 전기차라고 해서 내연기관차와 다를 것도 없다. 잘 달리고 잘 서고 안전하면 된다. 전기차를 특별한 차로 여기면 대중화도 더디게 된다. 가장 자동차다워야 살 때, 탈 때 거부감이 사라진다.

현대차뿐만 아니라 어느 브랜드를 가릴 것 없이 전기차 얘기를 할 때, 새로운 모델을 내 놓을 때 마다 무조건 혁신적이고 뭔가 달라야 하는 부담이 있다. 아이오닉 5가 이전 전기차와 다른 건 전용 플랫폼에 기반을 뒀다는 것뿐이다. 현대차가 강조한 자체 전력 활용 시스템 V2L, 카메라로 대체한 디지털 사이드 미러, 후방 이동이 가능한 센터 콘솔과 플랫 플로어 모두 이미 다른 차에 적용되고 있는 것들이다.

칼럼식 시프트, 12인치 클러스터와 12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을 하나로 연결한 것도 익숙하다. 실내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차도 이미 여러 개고 수년 전부터 수 많은 브랜드가 적용한 것이다. 아이오닉 5보다 더 멀리 가는 전기차도 수두룩 하고 몇 분 충전으로 몇 km를 갈 수 있다는 성능도 돋보이는 것이 아니다. 아이오닉 5에 적용된 첨단운전 보조시스템도 높게 평가할 수준이 아니다.

한 마디로 아이오닉 5는 요즘 흔한 전기차 가운데 하나다. 폭스바겐은 현대차보다 빠르게 전용 플랫폼으로 전기차를 만들어 팔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전기차 경쟁에서 행보가 빠른 것도 아니다. 특별한 것이 없는데 특별한 것을 과하게 기대한 탓에 아이오닉 5에 실망한 이들이 많았나 보다.

아이오닉 5는 일반적인 자동차보다 넓은 실내 공간을 갖췄고 효율성도 뛰어나다. 테슬라와 비교해 주행거리(최대 430km)가 짧다고 해도 5분 충전으로 최대 100km 주행이 가능하다면 일상 용도로 충분하다. 지금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혁신적인 것들이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전기 자동차라는 단순한 관점에서 보면 아이오닉 5는 잘 팔릴 것이 분명하다. 아이오닉 5는 자동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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