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세계는 퇴출, 한국은 팔 곳 잃은 유럽산 디젤차 떨이 시장
[시시콜콜] 세계는 퇴출, 한국은 팔 곳 잃은 유럽산 디젤차 떨이 시장
  • 김흥식 기자
  • 승인 2020.10.19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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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이 2015년 불거진 디젤 게이트 이후 가장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신차 7종을 투입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투아렉, 티구안 그리고 브랜드 플래그십 아테온까지 조심스럽게 내놓은 모델이 연이어 대박을 터트렸다. 그리고 7세대 신형 제타를 현대차 아반떼급 가격대에 내놨다. 금융 등 프로모션을 적용했을 때 그렇다는 얘기지만 폭스바겐이 국산 준중형과 제타 가격 균형을 맞춘 것은 시장 판세를 흔들고도 남을 일이다.

동시에 독일 브랜드 시장 지배력은 올해 역대급이 될 전망이다. 9월 현재 수입차 전체 판매량에서 독일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67.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독일산 비중은 57.7%로 1년 만에 무려 10%P 증가한 것이다.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가 주력인 E 클래스와 5시리즈 부분변경을 출시한 것도 있어 독일산 비중은 올해 70% 이상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독일산 수입차가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현상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질소산화물(NOx), 초미세먼지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오염물질 배출 주범으로 전 세계 어느 나라를 가리지 않고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독일 디젤차'가 무한 증식하고 있는 지금 상황을 바라만 볼수 없는 지경이 되고 있다. 전 세계가 디젤 엔진을 강력하게 규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요즘 가을 하늘이 보기 좋다며 디젤차 환경 오염 영향을 과소 평가하는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암과 신경계 질환을 유발하는 질소산화물, 피부 모공까지 파고드는 초미세먼지는 원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이런 와중에 수입 디젤차는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4만9564대가 팔려 전체 수입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7%였지만 올해 5만7081대, 29.8%로 되려 늘었다. 우리 정부는 디젤차를 줄이려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노력하고 있지만 수입 디젤차는 기세가 꺾이지 않고 오히려 이런 정부 정책을 비웃듯 늘었다. 반면 유럽 신차 누적 판매 대수(1월부터 8월)에서 디젤차 비중은 지난해 29%에서 올해 27%로 낮아졌다.  

유럽에서 조차 팔기 힘들어진 디젤차를 팔 수 있는 곳이 유럽을 빼면 한국이 유일하다시피 해졌고 따라서 독일 브랜드가 밀어내기를 하든, 파격적인 가격에 내 놓든 주력을 할 수 밖에 없는 시장이 된 셈이다. 미국, 중국 등 큰 시장은 디젤차를 거들떠보지 않는다. 내년 환경 규제가 크게 강화되는 유럽에서 디젤차는 팔면 팔수록 기업에 부담이 되는 애물단지가 된다.

유럽은 내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95g/km로 제한하고 초과량에 대해 막대한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철 지난 모델이 느닷없이 신차(?)로 둔갑해 출시되고 파격적인 할인 공세를 펼치는 것도 다 그런 이유다.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독일산 디젤차(가솔린도 다르지 않지만) 대부분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이 기준을 크게 넘는다. 디젤차 비중을 낮춰야 하는 독일 브랜드 입장에서 한국 시장은 유난스러운 소비자 선호도를 이용해 특별한 규제 없이 마음껏 팔 수 있는 곳이 됐다.

아우디 A8 3.0 V6 디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71g/km, 벤츠 E220 d 2.0 디젤은 145g/km이다. 국내 브랜드 동급 가솔린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디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잃는다. 메르세데스 벤츠 전체 판매량에서 20% 이상을 차지하는 모델 역시 디젤 엔진을 올린 E 클래스다. 최근 출시된 부분변경 E 클래스도 디젤차인 E 220d를 전면에 내세웠다. BMW 5시리즈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아우디 역시 다양한 라인을 갖추고 있지만 주력인 A6와 A8에서 디젤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수입사들이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건 기업 총량 규제에 구색을 갖추기 위한 것일 뿐, 팔 생각이나 현지에서 조달할 수 있는 공급량으로 봤을 때나 그런 여력이 없는 것들이다. 이런 꼼수도 규제를 해야 한다. 독일산 디젤차 공세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국내 환경 규제와 정책에 맞춰 디젤 엔진을 줄여 나가고 있는 것과도 대비가 된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세단 라인에서 디젤차를 삭제하면서 대신 SUV 라인에는 가솔린을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있다.

탄소 배출량이 가솔린 엔진보다 낮다는 주장에도 세계가 디젤차 퇴출을 강력하게 추진하며 규제하는 이유는 질소산화물(NOx), 초미세먼지와 같이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물질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젤차 퇴출, 도심 진입과 운행 제한, 노후차 폐차와 교체 등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는 우리나라가 독일 디젤차 떨이 시장이 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문이라지만 독일 브랜드가 회사를 쪼개 표를 늘리고 연대해 수입차 협회 회장 자리를 노리는 것도 철 지난 디젤차를 쉽게 팔기 위한 로비를 위해서는 얘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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