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부회장, 완전 자율주행차 실현에 2조 4000억 원 배팅

  • 입력 2019.09.23 18:44
  • 수정 2019.09.24 08:4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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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그룹이 세계적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인 앱티브(APTIV)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레벌 4/5 수준의 완전자율차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앱티브는 자율주행 분야 세계 톱티어(Top Tier)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차량용 전장부품 및 자율주행 전문 기업으로, 인지시스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컴퓨팅 플랫폼, 데이터 및 배전 등 업계 최고의 모빌리티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전세계 자동차 관련 업체에 자율주행 개발을 위한 ‘합종연횡’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현대차 그룹이 유력한 자율주행 기업과 별도의 조인트벤처(JV) 설립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단순 협업의 틀을 넘어 합작법인 설립이라는 최적의 공동개발 방식을 택한 현대차그룹의 ‘정공법’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IT 기업이 주축이 된 자율주행 업계에 커다란 지각변동과 반향을 예고하고 있다.

자율주행은 자동차 산업은 물론 모빌리티 업계의 패러다임을 대전환시킬 최상위 혁신 기술로 꼽힌다. 운전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차량이 이동 중에도 모든 탑승자들이 시간을 여유롭게 활용할 수 있으며, 교통사고 감소, 에너지 절감 등을 통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체는 물론 IT 기업도 자율주행 기술 확보 여부에 따라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사활을 걸고 있다.

신설 합작법인은 오는 2022년까지 완성차 업체 및 로보택시 사업자 등에 공급할 자율주행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기존 앱티브의 자율주행 연구거점 외에도 추가로 국내에도 자율주행 연구거점을 마련함으로써 세계적인 자율주행 기술력이 국내에 확산되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JV 설립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운전자의 개입 없이 운행되는 레벨 4, 5(미국자동차공학회 SAE 기준) 수준의 궁극의 자율주행차를 조기에 시장에 선보여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개척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현대차 그룹과 JV를 설립하는 앱티브의 자율주행 기술력은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 업체 중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보스톤에 위치한 자율주행사업부를 중심으로 피츠버그, 산타모니카, 싱가포르 등 주요 거점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싱가포르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여타 자율주행 전문 기업들이 주로 무난한 교통환경에서 기술을 구현하는 반면, 앱티브는 복잡한 교통 및 열악한 기후와 지형 등 난이도가 높은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기간 중 다양한 업체들이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 가운데, 비가 오는 날에도 유일하게 서비스를 운행한 업체는 앱티브 밖에 없었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자율주행 전문기업 설립을 통해 전세계에서 운행이 가능한 레벨 4 및 5 수준의 가장 안전하고, 최고 성능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개발에 나선다. 고도화된 자율주행 기술은 보다 안전한 이동서비스 제공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크게 절감시키게 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현대차그룹의 역량이 결합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앱티브 케빈 클락(Kevin Clark) CEO는 “이번 파트너십은 ADAS를 비롯한 차량 커넥티비티 솔루션, 스마트카 아키텍처 분야 앱티브의 시장 선도 역량을 보다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최첨단 기술력과 연구개발 역량은 자율주행 플랫폼의 상용화를 앞당기기에 최적의 파트너”라고 언급했다.

이번 계약으로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총 40억 달러 가치의 합작법인 지분 50%를 동일하게 갖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현금 16억 달러(한화 약 1조9100억원) 및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적재산권 공유 등 4억 달러(한화 약 4800억원) 가치를 포함 총 20억 달러(한화 약 2조3900억원) 규모를 출자하며, 앱티브는 자율주행 기술과 지적재산권, 700여명에 달하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인력 등을 JV에 출자한다.

합작법인은 이사회 동수 구성 등 양측 공동경영 체계를 갖추게 된다. JV는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양산 기반과 앱티브의 자율주행 S/W 기술을 확보하게 되며, 현대차그룹과 앱티브는 JV를 통해 양측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유기적이면서도 밀접한 협업체계를 구축한다.

지난해 9월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수석부회장 취임 이후 미래 ‘게임 체인저’로 거듭나기 위한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신설법인 설립 결정으로 완전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중요한 퍼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기아차는 내연기관차는 물론 순수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 친환경차량을 합작법인에 공급해 원활한 자율주행 연구 및 도로 주행 테스트를 지원하고, 기존에 앱티브가 펼치던 로보택시 시범사업에도 현대·기아차 차량으로 대체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앱티브 자율주행사업부가 운영하던 기존 연구거점들은 신설 합작법인에 그대로 존치되며, 추가로 국내에도 연구거점을 신규 설립, 국내 자율주행 기술력도 ‘퀀텀 점프’ 수준의 성장을 이룰 발판이 될 전망이다. 또한 5G 통신, 인공지능 등 국내 관련 산업과의 협업이 자연스럽게 진행되면서 4차산업 혁명과 고부가가치 산업의 동반 성장을 견인하게 될 전망이다.

신설 합작법인은 추후 설립 인허가, 관계당국 승인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중 최종 설립될 예정이며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투자 외에도 보유하고 있는 자율주행 관련 특허 제공, 차량 개조, 인력 지원 등 전폭적인 협력과 지원을 통해 기술교류 효과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한편 현대차 그룹과 앱티브의 JV 설립 계약 체결은 최상위 자율주행 S/W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게 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현대차그룹은 단순 협업수준을 넘어 S/W 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와 JV를 통해 공동 개발하는 최적의 ‘정공법’을 통해 조기에 자율주행 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글로벌 자율주행 개발 경쟁은 누가 우군을 더 많이 확보해 다양한 환경에서 더 많은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느냐가 핵심 관건”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신설법인과의 우선적 협력을 통해 현대·기아차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더욱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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