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열쇠가 번거로운 물건이 되고 있다

  • 입력 2017.09.19 08:33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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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거리는 고리에 나를 달아 허리춤에 걸고 다닌 시절이 있었지. 손가락에 끼워 빙글빙글 돌리면 폼도 났고. 새 차를 샀을 때 나를 받아 드는 사람들의 표정이 얼마나 행복해 보였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해.

사실 난 1949년 열쇠를 꽂아 시동을 거는 '턴키 스타트'로 시작해 70여년 동안 인간과 자동차를 연결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 왔지. 절도범들 때문에 속이 상한 적도 많았지만, 자동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어 이동하려면 반드시 내가 있어야 했으니까.

버튼으로 누르면 시동이 걸리는 ‘첨단 자동차’에 맞춰서 스마트키, 리모트 키가 등장했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고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리모트 키가 방전되거나 문이나 트렁크가 제대로 닫히지 않는 긴급한 때 사용하라고 살짝 숨어 있지.

하지만 아무리 좋은 차도 내가 없으면 무용지물이 됐던 시절은 끝나가고 있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이 들고 다닌다는 스마트폰 때문이지.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자동차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거는 단순 기능뿐만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이 여간 많은 것이 아니어서 똑똑하다는 스마트키까지 밀어내고 있는 거야.

리모트 키의 원격제어 기능에 엔진 시동을 걸고 설정된 온도에 맞춰 자동차 실내 온도를 조절하는 것도 모자라 도난 경보에 진단 기능까지 갖춘 애플리케이션도 나왔다고 하더군.

 

스마트폰으로 부산에 있는 자동차 문을 서울에서 여닫을 수 있다고 하니까 더는 내가 필요 없는 세상이 된 거야. 전기차 만드는 테슬라는 모델3을 만들면서 아예 자동차 열쇠를 만들지 않았다며.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면 블루투스로 자동차와 통신을 하면서 문을 여닫고 시동을 건다고 해. 손을 대지 않고 트렁크를 열고 자동주차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으니까 경쟁이 될 수 없겠지.

자율주행차나 전기차와 같이 자동차가 전자화 될수록 스마트폰과의 관계는 더 긴밀해지겠지. 스마트폰이 할 수 있는 기능도 많아질 테고. 하지만 걱정되는 것도 있어. 바로 해킹이지.

스마트폰을 해킹하면 자동차를 통제권이 해커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도난, 유괴 같은 범죄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 그렇다고 대세에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아.

더 아쉬운 건, 자동차를 상징하는, 그래서 외관 못지않게 디자인에 신경을 썼던 멋지고 예쁜 키들을 시간이 흐르면 만날 수 없게 된다는 것인지도 모르겠어.

어쩌면 포르쉐, 애스턴 마틴, 페라리 등등의 자동차 키가 오래지 않아 ‘클래식 키 경매’에 나올지도 모르지. 잘 수집해 놓으면 ‘보물’이 될 수도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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