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터져서 속 터지는 에어백 "오해와 진실'

  • 입력 2013.09.26 23:35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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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백은 터지나". 자동차, 특히 현대자동차와 관련된 기사에 어김없이 따라 붙는 댓글이다. "쿠킹호일", "흉기차"와 함께 현대차를 조롱하는 대표적인 말들이다. 자동차가 충돌을 했는데도 감감무소식, 버젓이 제 자리를 지키고 지키고 있는 에어백에 대한 불만이다.

최근에는 한 방송사가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3세대 스마트 에어백을 수출용 차량에만 장착한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국산차 44종 가운데 스마트 에어백을 장착한 차가 중대형차를 포함 단 10종 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은 "북미 수출차에 스마트 에어백을 장착하는 이유는 현지 규정에 따른 것일 뿐 국내 소비자들을 역차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상황이 어찌됐는 간에, 고급차와 수출용차에만 이름까지 스마트한 스마트 에어백을 장착하고 있다면 다른 입장에서는 푸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에어백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없이 무조건 완성차 업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스마트 에어백이 1세대 SRS, 또는 2세대 디퍼런스보다 기능상 추가된 것이 있기는 하지만 안전성의 차이는 검증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에어백이 제한적인 안전상의 역할만 할 뿐이고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상당수의 고가 수입차들도 2세대인 디파워드 에어백을 장착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점도 눈 여겨볼 대목이다.

 

에어백이란=에어백은 미국의 존 헤트릭(John Hetrick)이 1952년 개발을 했으며 매년 수 만명의 목숨을 구해주는 자동차의 대표적인 안전장치다.

충격이 감지되면 단순 전개 역할만 했던 SRS(Supplemental Restraint System)에어백은 이후 체구에 따라 SRS 에어백의 팽창력을 감쇄(20~30%)시켜주는 2세대 디파워드 에어백으로 진화했다. 듀얼스테이지 에어백 등 업체마다 다른 용어들을 사용하기도 한다.

수출용, 내수용 차별화로 잘 알려진 3세대 스마트(Smart) 에어백은 탑승자의 위치, 안전띠 착용상태와 충격강도를 분석해 팽창력을 조절해 준다. 가장 진보한 4세대 어드밴스(Advanced)에어백은 스마트 에어백의 기능에 탑승자의 몸 무게와 체격, 자세를 분석해 최적의 팽창력을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에어백은 자동차 충돌시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장치로 이해하고 있다. 자동차에 설치된 센서 가 충격을 감지하고 ACU가 이를 인지해 압축가스로 백(Bag)을 부풀려 앞으로 쏠리는 승객을 차량의 전면 내부기기 장치와의 충격으로부터 보호를 해주기 때문이다.

안전띠만 착용했을 때보다 부상정도를 줄일 수 있는 2차 충격흡수장치로 이제는 대부분의 자동차가 장착을 하고 있고 보험료 할인도 받을 수 있다. 일반화된 3점식 안전띠가 관성과 충격에 따른 탑승자 상체의 과도한 쏠림을 막는데 분명한 효과가 있지만머리와 목 부위의 부상을 막는데는 에어백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입증이 되고 있다.

 

에어백이 안전 만능?=그러나 어떤 첨단 기능이 포함된 에어백도 자동차 충돌사고에서 탑승자를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는 만능의 역할을 할 수는 없다, 미국 교통안전당국에 따르면 안전띠만으로도 교통사고 상해의 45%를 줄일 수 있고 여기에 에어백이 함께 작동을 하면 5%가 더해져 총 50%의 감소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에어백 하나만으로 충돌이 발생했을때의 상해 감소는 단 14%에 불과했다. 안전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확인시켜주는 결과다. 또한 에어백이 상해정도를 줄여주는데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안전띠와 함께 기능을 했을 때의 얘기다.

논란이 된 디파워드 에어백과 스마트 에어백의 차이는 탑승자가 안전띠를 착용했는지의 여부를 감안해 팽창력을 조절하는 기능이 추가된 것이 전부다. 스마트 에어백이 개발된 배경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반적인 압력으로 에어백이 팽창됐을 때 더 큰 부상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됐된 것이 바로 스마트 에어백이다.

이는 에어백이 최대 팽창력으로 전개된다고 해도 안전띠를 하고 있으면 앞으로 쏠리는 현상이 줄어들지만 안전띠를 하고 있지 않은 최대의 관성력으로 에어백과 충돌하면서 더 심각한 2차 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안전띠를 제대로 착용하고 있다면 스마트 에어백은 특별하게 기능상의 장점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만약 14세 미만의 어린이나 유아, 또는 작은 체구의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거나 조수석에 타지 않는다면 4세대 어드벤스 에어백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런데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미국 수출차에 스마트 에어백을 굳이 장착한 이유는 현지의 안전규제에 맞추기 위해서다. 미국이 모든 자동차에 스마트 에어백을 강제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일부 주(州)에서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 에어백을 어쩔 수 없이 강제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안전에 있어 더욱 강력한 규정을 시행하고 있는 유럽에서는 디파워드 에어백이 일상화됐다.

안전띠를 꼭 한다는 전제하에서 스마트 에어백이 반드시 필요한 안전장치라고 생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며 따라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도 미국을 제외한 유럽과 중국, 중동 지역 등에는 일반적인 에어백을 장착해 수출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 그리고 미국에서 국내로 수입되고 있는 상당수의 자동차들도 2세대 에어백이 일반적으로 장착돼 있다.  국내 법규에서 스마트 에어백을 굳이 권장하지 않은 이유도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는 규정이 있는 만큼 굳이 더 많은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본 때문이다.

 

터지고 안 터지고, 그래서 속 터지는 에어백=분명히 전개됐어야 할 것으로 보이는 사고가 났는데도 멀쩡한 에어백은 그야말로 속 터지는 에어백이 된다.

에어백과 관련한 대 다수의 불만이 바로 제 때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어백은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는 전면 좌우 30도 이내의 각도와 충돌시 속도가 약 20~30km/h 이상의 조건에 맞아야 작동을 한다.

그러나 이런 조건이 완벽하다고 보는 상황에서도 에어백이 전개되지 않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국내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안전띠의 전개 여부는 가장 대표적인 소비자들의 민원이자 골치거리이기도 하다.

에어백은 충격을 감지하는 센서, 기체를 팽창하는 장치와 에어백으로 이루어진 에어백 모듈로 구성됐다. 차량의 범퍼에 가해지는 1차 충격을 감지하고 에어백이 터지기까지 단 0.05초 이내에 모든 상황이 완료되는 만큼 시스템은 단순하지만 고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 장치이기도 하다.

따라서 단 한개의 조건에서 벗어나게 되면 에어백은 전개가 되지 않는다. 수없이 이뤄지는 전문기관의 충돌테스에서 여지없이 에어백이 전개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그만큼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이는 일반 도로에서도 이런 조건에 맞아야만 에어백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왜 국산차만?=일부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기술력 부재를 탓하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각종 충격 센서와 에어백은 대부분 같은 회사의 제품들을 사용하고 있다.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면 자동차를 만든 제조사의 잘못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제품상 문제가 있었다면 에어백과 이런 저런 센서를 만들어 납품하는 협력업체의 책임도 따져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예를 들어 오토리브가 제조한 안전띠와 에어백은 현대차와 기아차는 물론이고 GM, 포드, BMW, 도요타, 폭스바겐 등 전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에 납품되고 있다. 현대모비스, 삼송 등 유명 업체들의 제품도 마찬가지다. 완성차 업체들이 한 곳의 제품을 전량 공급 받지 않는 이유는 리스크를 분산시키려는 목적이다.

따라서 국내용, 수출용에 장착되고 있는 에어백의 핵심 부품들은 대부분 동일한 알고이즘으로 작동이 된다고 보면된다. 차량에 부착된 센서의 갯수를 지적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차종, 차급 또는 판매 대상 지역별 규격에 부합하는 것일 뿐 에어백의 정상 작동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이런 점들은 국내에서 실시한 신차안전충돌테스트(KNCAP)에서도 증명이 되고 있다. 디파워드급 에어백을 장착한 모델들도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백이 민감하게 작동하도록 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가벼운 충격에도 반응을 하면서 이를 교체하는 따른 비용 부담을 우려한 탓도 있다.

따라서 에어백이 모든 충돌사고에서 만능일 것이라는 기대감과 종류에 따라 기능상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선입견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2세대 또는 3세대 에어백을 놓고 따지기 보다는 안전띠가 만약의 사고에서 더 효율적인 상해 감소 효과가 있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반면 완성차업체들도 필요에 따라 소비자들이 그레이드가 다른 에어백을 고를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히는 융통성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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