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사랑하는 현대차"를 외친 대표 "국토부의 아들"을 자처한 대표

  • 입력 2023.06.16 10:19
  • 수정 2023.06.16 10:36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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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현대차". 지난 15일 있었던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에서 김도엽 뷰메진 대표는 사업 성과를 발표하면서 "사랑하는 현대차"를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처럼 반복했다. 뷰메진은 AI, 자율비행 드론으로 아파트와 같은 콘크리트 건물 외벽 등의 안전을 살피는 업체다.

모빌리티 분야와 관련이 없는 기업, 그런데도 김도엽 대표가 현대차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이유가 있다. 뷰메진은 자율비행 드론으로 아파트 등 대형 콘크리트 건축물의 외벽을 살펴 바늘구멍보다 작은 0.3mm의 미세한 균열까지 찾아낸다.

사람이 직접 건물 외벽을 오르내리며 하는 안전 진단은 아파트 1동에 보통 4일이 걸리고 1회 조사에 1억 50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된다. 위험스럽고 까다로울 뿐 아니라 부담도 큰 작업, 그러나 AI 기술과 자율비행 드론으로 작업을 하면 인명 사고, 비용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김 대표에 따르면 4일 걸리던 작업 일수가 반나절, 억대의 비용이 5000만원으로 줄어든다. 2020년 설립 이후 안전진단 통합 관리 플랫폼 '보다(VODA)'를 개발하고 기술 보완과 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수익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뷰메진 자율비행 드론
뷰메진 자율비행 드론

2022년부터 현대차그룹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제로원' 투자와 지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대차그룹 제로원이 단순 투자에 그치지 않고 사업 지원에 나서면서 국내 대형 건설사가 뷰메진에 안전 진단을 맡겼고 이어 일본 최대 건설사인 오바야시구미 수출도 성사됐다.

뿐만 아니라 1335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건설안전 품질 관리 모니터링 벤더사 평가를 통과해 입찰 자격을 획득하는 쾌거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2020년 소중한 돈 900만 원을 버는데 그쳤지만 현대차그룹 제로원 투자 이후 2023년에는 35억 원 매출이 예상되고 2027년 24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랑하는 현대차"를 외치고도 남을 일이다. 

지난 15일,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 성과를 공유하고 제로원이 발굴하고 투자한 스타트업사들을 소개하고 전시하는 행사 '현대차그룹 오픈 테크데이(HMG Open Innovation Tech Day)' 현장을 다녀왔다. 현대차ㆍ기아는 2017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현대차그룹은 대형 투자를 제외하고 200여 개 스타트업에 1조 3000억원을 투자했다.

주목할 것은 스타트업 지원이 모빌리티 분야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날 전시장을 꾸린 스타트업사 중에는 뷰메진 이외에도 AI 기반 버추얼 휴먼 제작과 특수효과 사업을 하는 '메타버스 엔터테인먼트', 공간과 사용자 특성에 맞춰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플레이즈'도 있었다.

2018년 사내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NAMU’
2018년 사내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은 ‘NAMU’

이날 전시물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라스트 마일 배달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빈(Mobinn)'이었다. 모빈은 '제로원'의 적극적인 투자로 일반 도로, 계단은 물론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등 복잡한 도심 정글을 스스로 헤쳐 나가 배달 제품을 실어 나르는 자율주행 배달 로봇을 개발했다.

모빈에 특히 관심이 갔던 건 최 진 대표의 특이한 이력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파워트레인 연구원으로 일했던 최 대표는 2018년 사내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NAMU’(메마른 세상에 나무를 심는다)로 대상을 받았다.

휠과 타이어를 통합한 방식으로 이동하는 NAMU는 일반적인 구조를 가진 모빌리티로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계단)을 쉽게 오르내리며 당시 현장을 지켜보던 많은 이들에게 강한 인상을 줬다. 당장 실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라는 점을 높게 평가하는 이들도 많았던 기억이 있다.

모빈 자율주행 배달로봇
모빈 자율주행 배달로봇

최 대표는 2020년 사내 예비 창업자로 선발됐고 2022년 분사해 배달 로봇의 완성도를 높이고 제품화하는데 성공했다. 최 대표는 배달 로봇뿐만 아니라 소형 물류 창고, 신호수, 순찰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고 보고 확장성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 4월 시작한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벤처플라자’를 2021년 ‘제로원 컴퍼니빌더’로 확대 개편하고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플랫폼인 ‘제로원(ZER01NE)’과 브랜드를 통일해 사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고 국내외 혁신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와 지원을 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제로원을 통해 지금까지 분사한 총 30개의 사내 스타트업이 기록한 매출액은 누적 2800억원, 신규 인력 채용은 800명 이상을 달성했을 정도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유럽 충전 인프라 스타트업 ‘아이오니티(IONITY)’, 미국의 양자 컴퓨팅 업체 ‘아이온큐(IONQ)’, 음성인식 솔루션 업체 '사운드하운드(SoundHound)' 등 성공적인 스타트업 발굴 사례로 꼽힌다.

황윤성 현대차 기아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상무
황윤성 현대차 기아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상무

황윤성 현대차 기아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상무는 "1886년 내연기관 자동차가 등장한 이후 자동차는 수많은 외부의 혁신기업과 기술로 점진적인 발전을 해왔다"라며 "현대차그룹은 오픈이노베이션 전개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리더가 될 기회로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국을 허브로 한 미국 실리콘 밸리와 이스라엘 텔아비브, 싱가포르, 독일 베를린, 중국 베이징 등 글로벌 거점과 19개 펀드 운용으로 전 세계 스타트업 소싱과 투자 역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 황 상무는 "2017년 이후 200개 이상 스타트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라며 "이들에 대한 투자와 육성 그리고 이를 통한 그룹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깊이 생각해 볼일도 있었다. 김도엽 뷰메진 대표가 "사랑하는 현대차"를 외친 반면, 최 진 모빈 대표는 자신이 "국토부의 아들"이라고 반복했다. 자율주행 배달 로봇이 제대로 달리려면 국토부가 쥐고 있는 목줄을 풀어 줘야 가능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택배, 배달 수요에 대응해 2021년 마련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택배 서비는 화물차,  소화물배송대행서비스는 이륜차만 할 수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으로 실외 이동로봇의 보도 통행은 가능해졌지만 국토부의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은 아직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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