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부활의 원천은 애정으로 사수한 브랜드

  • 입력 2015.09.21 08:2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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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이 18년 동안 탔던 자신의 체어맨 1호 차를 쌍용차에 기증한 것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기업 총수가 18년 동안 하나의 자동차를 탔고 누적 주행거리가 33만 km 나 됐다는 것도 대단하다. 그가 쌍용차에 이 차를 기증한 일은 더더욱 감동적이다.

김 회장은 1994년 쌍용차 대표로 취임했고 1997년 탄생한 체어맨은 그가 개발을 주도한 플래그십이다. 이때 만든 양산 1호 차를 기증한 것은 쌍용차가 기업 역사에 적지 않은 부침을 겪어오면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틴 저력을 보여 준 사례다. 지금은 아니지만 당시의 오너가 자신이 만든 차에 누구보다 강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뿌리는 1954년 집 마당 천막공장으로 시작한 하동환자동차제작소다. 불하받은 미군 트럭에 드럼통 철판을 펴 입혀 만든 버스가 최초의 모델이었고 동아자동차, 신진공업사, 신진지프와 거화를 거쳐 1988년 쌍용차로 상호를 바꾸고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여러 곳의 기업들과 합병이 되기도 했던 질긴 역사만큼 쌍용차의 현재 모델들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한 축이나 다름없는 의미를 담고 있다. 1983년 서울국제무역박람회를 통해 처음 등장한 당시 거화의 코란도(KORANDO)는 ‘한국인은 할 수 있다(Korean Can Do)’는 의미로 시작해 32년 동안 이어져 온 국내 최장수 브랜드다.

쌍용차가 완벽한 부활에 성공하고 국내 완성차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게된 기폭제는 단종 후 6년 만에 부활한 코란도C, 그리고 가장 최근 출시한 티볼리다. 그러나 그 저변은 자신이 만든 차를 오래도록 사랑한 전직 CEO, 그리고 브랜드의 가치와 역사를 가볍게 여기지 않은 쌍용차의 철학이 있다. 티볼리와 함께 쌍용차의 재도약을 이끌고 있는 핵심 모델들의 브랜드 스토리를 정리했다.

 

최장수 브랜드의 저력을 보여 준 코란도-C

32년 동안 약 60만대가 팔렸다.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작지 않은 숫자다. 1955년 등장한 국제시발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역사의 시작으로 보면 코란도는 한국 자동차 역사와 함께 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코란도가 대중적인 RV로 각인되기 시작한 것은 딱딱하고 경직된 디자인을 버리고 부드러운 곡선과 강렬한 볼륨이 강조된 1996년 뉴 코란도가 나오면서부터다.

운전석에서 사륜구동 전환이 가능한 전자식 파트타임 4WD 시스템, ABS 시스템 등 정통 RV의 기술과 성능은 당시 젊은이들에게 꿈의 차가 되기도 했다. 지옥의 랠리로 1999년 9월 아르헨티나 팜파스 랠리, 11월 멕시코 바하 랠리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도 같은 모델이다.

 

2005년 단종됐던 코란도는 2011년 코란도C로 부활한다. 6년 만에 모노코크 타입의 ‘도심형 SUV’로 출시된 코란도C는 인테리어 감성을 높이고 레저에 특화된 멋 내기를 강조해 쌍용차가 중국 상하이기차의 철수로 시작된 최대의 고난기를 극복하는 일등공신이 됐다.

쌍용차가 2열 승객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도시에서도 역동적인 레저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SUV라는 점을 강조하고 각종 체험형 이벤트에 주력하면서 코란도C의 장점을 살려낸 것도 주효했다.

 

국내 유일의 후륜구동 미니밴 코란도 투리스모

1세대 체어맨의 후륜구동 플랫폼이 기반이 된 로디우스는 2004년 5월 ‘신들의 산책’이라는 슬로건으로 출시됐다. 뛰어난 편의 장비와 동급 유일의 4WD 시스템을 갖춘 프리미엄 미니밴을 지향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경쟁 모델들과 달리 가격과 공간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고, MPV의 원조 모델인 카니발의 위세가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로디우스 후속 A150(프로젝트명)을 개발하면서 개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입차’의 한계를 벗어나야 한다는 전략을 두고 고민했다.

때마침 국내에서는 레저 산업의 급속한 성장으로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증가했고, 이 같은 현상은 자동차 개발에도 영향을 줬다.

쌍용차는 따라서 아웃도어 라이프에 최적화된 MLV 코란도 투리스모 개발에 전력을 다하기로 했다. SUV의 스타일, 세단의 안락함과 MPV의 활용성을 겸비한 프리미엄 MLV를 개발 콘셉트로 결정한 이유다.

 

2013년 2월 출시된 코란도 투리스모는 앞서 출시된 코란도 C, 코란도 스포츠에 이어 쌍용차의 대박 신화를 이어간다. 코란도 투리스모는 30년 전통에 빛나는 코란도에 이탈리아어로 관광, 여행을 의미하는 투리스모가 조합된 것이다.

11인이 탑승 가능한 넉넉한 실내공간에서 함께 하는 즐거움을 강조했고, 레크리에이션 베이스캠프를 슬로건으로 채택한 것도 주효했다. 참여형 레저를 중히 여기고 그 안에서 삶의 여유와 삶의 의미를 찾는 30~50대 레저 지향의 남성 가장들이 주 수요층으로 자리를 잡은 것도 이런 전략에 따른 것이다.

한편 코란도 투리스모는 동급 RV 차량 중 유일하게 4WD 시스템을 채택하고 정숙성이 뛰어난 LET 디젤 엔진, 체어맨과 같은 후륜 멀티링크 독립현가장치로 뛰어난 승차감을 자랑한다. 특히 9월 새롭게 태어난 뉴 파워 코란도 투리스모는 LET 2.2 디젤 엔진과 벤츠 7단 자동변속기가 조합을 이룬 새로운 파워트레인이 적용, 동력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조르제토 쥬지아로의 1%를 위한 차, 렉스턴

렉스턴은 2001년 9월 ‘대한민국 1%’의 브랜드 슬로건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통 프리미엄 SUV를 목표로 탄생했다. 코란도와 무쏘의 꾸준한 인기를 바탕으로 ‘SUV 명가’ 이미지를 쌓은 쌍용차가 국내 최고 SUV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탄생시킨 모델이다.

대표성, 희소성, 사회적 가치라는 의미를 담아 '대한민국 1%-렉스턴'이란 공격적인 브랜드 슬로건으로 명성을 얻은 렉스턴은 왕가(王家)를 뜻하는 ‘REX’와 품격 또는 기조를 의 ‘TON(TONE)’의 합성어다.

왕가의 품격을 상징하는 브랜드답게 렉스턴은 출시 이후 각종 디자인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로써는 유례없이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렉스턴의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유명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쥬지아로의 손에서 탄생했다.

 

거창한 의미답게 렉스턴에는 국산 SUV 중 최초의 사양들이 적용돼 처음 출시될 때부터 눈길을 끌었다. 3명의 운전자 체형을 기억할 수 있는 메모리 기능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첨단 사양이었고 이런 편의성으로 이전까지 시장을 지배했던 현대차 테라칸의 강력한 경쟁 모델로 부상했다.

렉스턴은 출시 이듬해인 2002년 테라칸보다 1만 대나 많은 4만 7300대가 팔리기도 했다. 이후 엔진과 변속기를 중심으로 끓임 없이 성능을 개선해가며 진화한 렉스턴은 모노코크 보디가 주류인 SUV 시장에서 유일하게 프레임 보디의 정통성을 지켜오면서 마니아들에게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LET 2.2 디젤엔진과 벤츠 7단 자동변속기로 재탄생한 ‘뉴 파워 렉스턴W’가 출시되면서 정통 프리미엄 SUV의 역사를 계속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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