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기차, 지엠은 안주고 현대차는 미국 생산을 피할 수 없는 상황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1.11.29 07:50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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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 전기차에 떠밀려 내연기관차 퇴출 속도가 빠르게 진전되면서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과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초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무장한 신형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하면서 울산공장 내연기관차 라인 생산인력을 약 30% 줄여 우려했던 인력 감축이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기도 했다. 당장은 다른 라인으로 잉여인력을 옮겼지만 전기차 라인이 증가하면 이런 현상은 앞으로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기업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쌍용차는 경우 법정관리 중이고 진행 중인 인수 작업이 잘 마무리된다고 해도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한국GM과 르노삼성도 시장 점유율이 최악으로 가고 있지만 강성노조 이미지가 강해 본사가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다. 해외에서 보는 국내 자동차 현장 환경은 최악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앞서 언급한 노사관계다. 우리는 매년 임단협 문제와 부분 파업을 하기 좋은 구조여서 정상적인 업무를 보기 힘들다. 여기에 주 52시간 근무와 최저 임금 인상 등 기업 입장에서 어려운 여건이 겹겹으로 쌓이고 있다.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 등 무공해 자동차로 급격하게 전환하면서 산업 생태계에 그 충격이 그대로 전달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GGM)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전기차 전환이 빨라지면서 노조는 해외 전기차 생산라인 설치에 반대하고 국내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외 사정이 좋은 것도 아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 바이 아메리칸 선언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하면서 전기차를 포함한 완성차를 제조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해야 하는 필연적인 조건이 나왔고 따라서 국내 생산 명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현대차 그룹은 국내 생산 공장 인력을 신입 채용을 지양하고 정년퇴직으로 자연 감소를 지향하고 있다. 조만간 국내 생산직은 점차 고갈될 것이 분명하다. 현대차 그룹이 미래 모빌리티 성장 동력으로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는 물론 자율주행 등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전문 인력을 5년 동안 4만 명 이상을 채용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나마 위안거리다.

하지만 이는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국내 환경을 얼마나 조성하느냐에 달려있다. 지금 정부가 비즈니스 프랜들리 정책보다 노동자 지향형이라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런 기조가 지엠이 앞으로 전기차 10여 종을 본격 생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국지엠에 단 한 차종도 배정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산 배터리와 모터 등 핵심 부품을 우리 기업에서 조달하면서 단 한 차종도 배정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를 살피고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겼다. 

앞으로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앞서 언급한 기본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규제 일변도 포지티브 정책으로 스타트 업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규제 샌드박스 등 여러 제도적 개선 방향이 진행되고 있으나 수십 년 관행이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성공적인 기업이 많이 나와야 일자리도 증가하고 먹거리도 풍부하게 된다는 진리다. 

크게 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시각, 미래를 내다보는 전문가 활용이 더욱 중요한 시기다. 국내 생산 현장이 고부가가치를 지향하고 노사가 균형 잡힌 새로운 생태계로 거듭나야 할 때다. 현재 관행대로 간다면 머지않아 급변하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인한 경착륙을 모든 국민이 피부로 경험해야 하는 일이 닥칠 수도 있다. 국내 자동차 산업 공동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가 책임 있는 자세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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