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내연기관 추격 허용 '하이브리드카' 가장 먼저 사라질 위기

  • 입력 2021.03.11 14:59
  • 수정 2021.03.11 15:2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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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동력차 수요가 급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전동차 판매 대수는 직전 연도보다 44.6% 증가한 294만3172대다. 전동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유형은 순수 전기차(BEV)로 34.7% 증가한 202만5371대를 기록했다. 증가율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가 73.6%로 가장 높았다. 판매 대수는 90만9519대. 수소 전기차(FCEV)는 9.3% 증가한 8282대를 기록했다.

주목할 것은 이 통계와 같이 친환경차 목록에서 하이브리드카(Hybrid)가 제외되는 일이 최근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또는 하이브리드카와 같이 배터리를 주력이나 보조 동력으로 사용하면 모두 '친환경 자동차'로 분류했던 예전과 다른 기류다. 내연기관이 다운 사이징, 변속기를 포함한 관련 계통 신 기술로 생존력을 높이고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와 같은 변종에 관심이 쏠리면서 더 이상 기술적 진보 한계에 직면한 하이브리드카가 가장 먼저 자동차 산업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같은 배기량 파워트레인 연료 효률성을 하이브리드카와 대등한 수준으로 끌어 올린 내연기관차도 이미 존재한다.

순수 전기차, 배터리를 주동력으로 사용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가 친환경차 시장 지배력을 높이면 가장 곤혹스러운 처지가 될 곳은 일본 그리고 토요타다. 토요타는 1997년 출시한 하이브리드카 프리우스를 시작으로 20년 넘게 완벽하게 시장을 석권해왔다. 하이브리드 시장을 회의적으로 바라봤던 초기 반응에도 불구하고 토요타 하이브리드 누적 판매량은 2013년 500만대, 2017년 1000만대, 지난해 1500만대를 넘어섰다.

토요타 성과는 2009년 아반떼 LPi 시작한 현대차 하이브리드카 누적 판매량이 10년 후인 2009년 100만대를 기록한 것과 좋은 비교가 된다. 토요타가 전 세계 하이브리드카 수요 70%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파워를 갖고 있지만 계속될 것 같지는 않다. 하이브리드카 이상으로 연료 효율성이 좋은 내연기관, 보조금이 있기는 해도 순수 전기차와 가격 차이가 좁혀지면서 내연기관과 다르지 않다고 보는 인식까지 겹쳐 하이브리드카 의존도가 큰 토요타가 입을 타격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런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를 제외하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포함, 지난해 팔린 전기차는 총 294만여 대로 토요타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을 넘어섰다. 하이브리드카 시장에서 토요타 비중이 높은 만큼 올해 전기차 판매량은 하이브리드카를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국내 사정도 다르지 않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친환경차(82만329대) 가운데 하이브리드차는 67만4461로 82.2%를 차지했다. 전기차와 수소차는 각각 16.4%, 1.3%다.

하이브리드카가 등록 통계로는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판매 추세로는 이미 약세로 전환됐다. 국산차는 전기차가 하이브리드카 판매량 절반에 근접했고 수입차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증가율이 하이브리드카보다 배가량 높아졌다. 국산, 수입산 순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종이 많아지고 있고 특히 일반 모델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는 마일드 하이브리드까지 가세해 하이브리드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또 다른 위협은 유럽과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카에 제공되는 혜택을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오는 2023년부터 하이브리드카를 친환경차, 저공해차 목록에서 삭제하고 취득 단계 세금과 공영 주차장 감면과 같은 혜택을 삭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를 내연기관차와 다르지 않게 대우하면 정책 규제와 브랜드 전략에 의해 인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내연기관보다 하이브리드카가 먼저 사라질 수 있다. 전기차 세 확대를 만만하게 보고 아직 내연기관 또는 하이브리드카에 미련을 두고 있는 일본 자동차 산업이 우려스럽다. 일본 정부가 2030년 가솔린 판매를 중지하겠다고 밝히자 "전기차 제조 과정에서 더 많은 오염 물질이 배출된다"며 반발했다는 토요타 아키오 토요타 회장 인식도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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