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 테크] 교체할 일 없는 자동차 디지털 퓨즈 "자가 진단에 리셋 후 복원까지"

  • 입력 2023.12.18 09:56
  • 기자명 김아롱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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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헤럴드 김아롱 칼럼니스트] 오래된 전등과 같은 조명기구를 새로 교체해야 할 때 현관주변에 위치하고 있는 배전반(일명 두꺼비집)을 열고 누전스위치 또는 메인스위치를 차단한 후 작업을 해야 합니다. 메인스위치를 차단하면 집안의 모든 전기콘센트와 전등의 전원이 차단돼 안전하게 전기기구를 교체할 수 있습니다.

형광등이나 lED 전구와 같은 단순한 전구교환 시에도 누전차단기까지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감전사고 예방을 위해 전원을 차단한 상태로 교체작업을 해야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안전 수칙입니다. 일반적으로 전기를 허용용량보다 과다하게 사용하거나 단선(배선이 끊어지는 것) 혹은 단락(배선이 서로 접촉해 합선되는 현상)될 경우 누전차단기가 작동해 집안이나 사무실이 일시적으로 정전상태가 됩니다. 합선으로 인한 화재나 감전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자동차 정비업소를 비롯해 각종 공장에서 누전으로 인한 화재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는 이유도 노후한 전기시스템들로 인해 누전차단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동차에는 이러한 누전차단기 대신 각종 전장시스템의 회로보호를 위해 퓨즈(Fuse) 또는 릴레이(Relay)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퓨즈와 릴레이는 역할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기능을 갖추고 있는데요.

퓨즈는 회로시스템에 일정 용량 이상의 과전류가 흐르거나 단선 혹은 단락이 발생할 경우 전원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반면 릴레이는 회로 또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전원을 차단하거나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차이입니다. 

퓨즈와 릴레이를 한 곳에 모아 놓은 것을 퓨즈블록(또는 퓨즈박스)라고 하는데 통상적으로 엔진룸과 실내 운전석 하단 또는 좌, 우측 대시보드와 도어 사이 등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엔진룸에는 주로 엔진이나 에어컨 및 히터, 헤드라이트 등과 같은 조명장치 등과 관련된 퓨즈가 자리잡고 있으며, 실내에는 주로 라디오나 인포테인먼트 등과 같은 전장시스템과 관련된 퓨즈가 위치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최근에는 자동차 전장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퓨즈블록 대신 정션블럭(Junction Block, 혹은 정션박스)을 적용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정션은 ‘연결 또는 접합’이라는 뜻으로 퓨즈나 릴레이 등을 한 곳에 모아놓아 점검이나 정비를 용이하게 할 뿐 아니라 자동차의 각종 전기 및 전장시스템에 전원을 분배(배전)해 주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의 경우 이러한 정션박스 외에도 고전압 시스템으로부터 정비사나 운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인터록(Interlock)이라고 불리는 특유의 고전압 전원차단장치를 탑재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고전압배터리와 고전압시스템 등을 점검하거나 수리하기 위해 고전압배터리에 서비스플러그(Service Plug) 또는 MSD(Manual Service Disconnect)라고 불리는 수동 전원차단장치를 갖추고 있기도 합니다.

자동차의 대표적인 전원차단장치라고 할 수 있는 자동차용 퓨즈는 과전류 또는 과부하나 단락이 발생할 경우 퓨즤의 일부가 녹아 회로가 차단되는 멜팅(Melting) 방식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데 퓨즈의 모양에 따라 블레이드 퓨즈나 마이크로 퓨즈, J 퓨즈, 링크 퓨즈, 플러그 퓨즈 등 다양한 종류의 퓨즈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퓨즈의 허용전류(정격) 용량에 따라 적게는 0.5 암페어(A)부터 많게는 수십 암페어까지 다양한 용량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퓨즈의 정격용량에 따라 노랑색, 녹색, 빨강색 등 특정한 색상코드를 지정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차 정비사들은 퓨즈의 색깔만 봐도 대략적인 정격용량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퓨즈가 끊어져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퓨즈와 달리 누전차단 스위치와 같이 여러번 사용할 수 있는 퓨즈가 사용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퓨즈는 리셋 퓨즈(Resettable Fuse) 또는 서킷 브레이커(Crucuit Breaker)라고 합니다. 이러한 퓨즈는 고전류가 해결되면 자동으로 복원되거나 리셋을 통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 할 수 있지요.

최근에는 전자식 또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 퓨즈(Smart Fuse)가 새롭게 선보이고 있기도 합니다. 스마트 퓨즈는 회로상에 과전류가 흐를 때 퓨즈가 녹아서 회로를 차단하는 일반적인 퓨즈와 달리 전기회로의 과전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감지함은 물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퓨즈를 말합니다.

스마트 퓨즈는 일반 퓨즈와 마찬가지로 과전류 상태를 감지하고 회로를 차단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정밀한 전류감지를 통해 과전류 상태를 신속하게 감지해 차량의 전기시스템을 보호해 주지요.

퓨즈가 끊어지면 교체해 주기 전까지는 기능을 사용할 수 없는 멜팅 방식의 일반적인 퓨즈와 달리 스마트 퓨즈는 일시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자동으로 회복되는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운전중에 일시적으로 발생한 문제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자가진단 기능을 갖추고 있어 각종 센서와 통신기술을 사용해 전기회로의 현재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외부장치나 시스템과 통신을 주고받으며, 운전자에게 퓨즈 자체의 상태나 고장여부를 판단하고 알림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스템의 성능을 최적화할 수 있지요.

일부 스마트 퓨즈의 경우 인터넷 연결을 통해 원격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 스마트폰 앱 또는 웹 인터페이스를 통해 퓨즈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제어할 수도 있습니다. 특정 사용자나 응용에 따라 동작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기 때문에 스마트 홈 기술과 통합해 전기시스템을 더욱 스마트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스마트 퓨즈는 이처럼 시스템의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고 전기시스템의 효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함으로써 자동차의 전기시스템을 더욱 안전하게 보호함은 물론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한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 회사 관계자는 최근 진행된 미디어 테크 브리핑에서 “스마트 퓨즈는 기존 멜팅방식 퓨즈를 대체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기존 멜팅 퓨즈는 퓨즈가 끊어질 경우 교체를 해야 하지만 스마트 퓨즈는 디지털 방식으로 퓨즈가 끊어질 경우 리셋을 통해 복원이 기능하며, 보다 다양한 디지털 확장성을 제공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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