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이 일하는 스마트 팩토리' 내연기관 · 전기차의 동행, 아우디 뵐링어 호페

  • 입력 2023.04.27 07:50
  • 기자명 김훈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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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네카르줄름] 코로나19 대유행과 함께 시작된 환경을 비롯한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은 자연스레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 만큼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연기관차의 조기 퇴출이 논의됐고 순수전기차 전환의 속도는 더욱 당겨졌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마땅한 순수전기차 하나 없이는 버틸 수 없는 그리고 더 이상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환경으로 치닫고 있다. 더욱 강력해진 환경 기준에 따라 전설의 대배기량 슈퍼카는 소리 없이 작별을 고하고 그 자리를 강력한 전기 모터와 배터리로 구성된 고성능 순수전기차가 대체 중이다. 

시장 트렌드가 바뀌고 내연기관에서 순수전기로 에너지 전환의 시대를 맞이하며 이를 생산하는 과정 역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누군가는 사람을 대체하는 로봇의 시대를 예고한다. 또 어딘가에선 급격한 탄소감축 추진이 자동차 산업을 위축시키고 대량 실직과 심각한 경제적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를 거느리며 자동차의 본고장으로 불려 왔던 독일. 그중에서도 폭스바겐그룹 내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판매 상위를 줄곧 유지했던 아우디의 고향 네카르줄름을 찾아 독일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현지시간으로 21일 오전, 자동차 전시장 및 출고장 그리고 식당 및 쇼핑 센터, 컨퍼런스 룸 등으로 구성된 네카르줄름 아우디 포럼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객들로 채워졌다. 약 100년 전 편직 기계 작업장에서 출발해 현재의 자동차 생산시설로 거듭나기까지 이곳에 자리한 아우디 네카르줄름 공장은 지역 사회의 주요 고용주 중 하나로 1만 5500여명이 근무하고 약 100만㎡ 규모의 현장에서 A4, A5 카브리올레, A6, A7, A8 등의 모델이 생산된다. 

이곳 역시 앞서 둘러본 잉골슈타트 아우디 포럼과 동일하게 일반에 작업 현장을 공개하는 공장 투어를 운영 중으로 방문객은 언제든 아우디 차량의 생산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단, 네카르줄름 아우디 단지 내에서도 공장 투어를 운영하지 않고 국내 언론에도 이번 처음으로 방문을 허락한 시설이 있으니 바로 뵐링어 호페 공장 라인이다. 주요 시설에서 약 6km 떨어진 곳에 자리한 해당 공장에선 10기통 엔진을 장착한 R8과 아우디 RS 라인업 최초의 순수전기차 RS e-트론 GT가 함께 생산된다. 

폭스바겐그룹 내에서도 유일하게 내연기관 모델과 순수전기차가 공동 생산되는 뵐링어 호페 공장은 2020년 시설 업그레이드를 통해 스마트 팩토리로 전환됐다. 또 기존 숙련공과 자동화 시설이 공존하는 조금은 특별한 구조를 띠고 있다. 

이날 방문한 뵐링어 호페 공장은 여는 조립 라인에 비해 많은 수의 작업자가 눈에 띄었다. 거의 전적으로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R8 제조 공정상 다수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었고 용접과 프레스 작업을 위한 자동화 로봇과 부품 및 섀시 이동에 주로 사용되는 무인 로봇 'AGV'가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흥미로운 부분은 실제 이곳 전체 생산 과정에서 자동화율은 80% 그리고 남은 20%에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 또 뵐링어 호페 공장의 노동자는 여느 아우디 생산 라인과 달리 특별 교육 과정을 거쳐 숙련공으로 채워진 부분이다. 그리고 이런 숙련공의 상당수는 R8 뿐 아니라 RS e-트론 GT를 하나의 생산 라인에서 조립하고 있었다. 

엔진과 전기 모터로 채워진 각각의 차체 하부가 뒤섞여 하나의 생산 라인에 줄지어진 광경은 어색해 보였다. 다만 현장 근로자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풍경으로 이같이 내연기관과 순수전기차가 하나의 조립 라인에서 들어설 수 있었던 데에는 앞서 언급한 AGV 무인 로봇의 역할이 주요했다. 

아우디 공장 중에서도 가장 먼저 해당 로봇을 도입한 뵐링어 호페는 이를 통해 전체 생산 라인 중간에서 배터리와 전기 모터가 탑재된 전기차 차체 하부를 AGV를 통해 투입했다. 이런 이유로 전기차를 위한 별도의 생산 라인 구축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인력 투입을 줄일 수 있었다. 

뵐링어 호페 생산책임자 볼프강 샨츠는 이날 인터뷰에서 "이곳은 아우디 공장 중에도 작은 규모에 속해 여러 도전적인 실험이 가능했다. 일례로 스팟 용접용 로봇은 경주용 차량의 섀시 생산 또한 가능하다. 또 물류 단계에서 시작된 철저한 분류 작업으로 인해 작업자는 해당 모델이 R8, RS e-트론 GT에 상관없이 정확한 조립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도로 숙련된 작업자를 통해 우리는 이곳에서 2015년부터 R8을 생산하고 2020년에는 RS e-트론 GT를 추가할 수 있었다. 매우 유연하고 효율적인 작업 시스템을 통해 자동화 시설을 추가했음에도 고용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우디는 이런 뵐링어 호페 공장의 유연성을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차량과 부품의 수송 자동화를 위한 무인 시스템 'DTS'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들의 최종 목표는 공급망 전체를 자동화하는 것이다. 

또 e-트론 GT 생산을 추가하며 폭스바겐그룹 최초로 무선 주파수 인식 'RFID'를 도입해 전체 생산 공정에서 차량 이력을 면밀히 살필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아우디는 전기차 생산 이전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프린트된 공구가 생산 시작 시점부터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현장의 작업자는 맞춤 제작된 공구를 통해 생산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뵐링어 호페 공장에서 이뤄지는 e-트론 GT 생산은 이미 완전히 탄소 중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아우디는 재생가능한 원료로 생산된 전기와 열을 사용했다. 이러한 성과는 아우디와 네카르줄름 현장 모두에게 주요 전환점을 제공하고 심지어 유럽과 미국 소비자에게 e-트론 GT를 배송하는 방법에서도 탄소중립적인 방법이 사용된다.  

한편 아우디는 지난해 12월 '360팩토리' 플랜을 발표하고 2026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새롭게 선보이는 차량을 모두 순수전기차로 채우고 2033년까지 내연기관의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2025년까지 전 세계 아우디 생산 현장에서 탄소 중립 실현을 목표 과제로 제시하고 2035년까지 생산 현장에서 물 소비량 또한 절반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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