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2] 불법 부추기는 '가변축'-믿고 쓰는 과적 장치

  • 입력 2018.10.26 11:10
  • 수정 2018.10.29 07:18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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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 불법 부추기는 '가변축'-도로의 무법자 '과적'<기사보기>
[특집2] 불법 부추기는 '가변축'-믿고 쓰는 과적 장치
[특집3] 불법 부추기는 '가변축'-임의 상승 조작 막아야

정부가 1998년부터 허용하기 시작한 '가변축'은 4.5t 이상 중대형 화물차의 70%가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가변축을 설치한 화물차는 약 10만여 대로 매년 평균 1만여 대씩 늘고 있다.

가변축은 적재물 중량에 따라 차량의 축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장치다. 예를 들어 2개의 축을 가진 총 중량 9490kg의 4.5t 화물차 적재 중량은 4500kg이지만 가변축을 추가하면 축당 하중이 늘어나 많게는 8t까지 적재량을 늘릴 수 있다.

14t 화물차가 가변축을 설치하면 축하중 허용치가 19t이 되는 식이다. 화물차가 가변축을 설치하는 이유는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어서다. 현행법상 축당 허용되는 하중이 10t이기 때문에 추가되는 축만큼 하중이 분산돼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는 것.

화물 무게에 따라 운송비가 결정되는 업종의 특성상, 가변축은 차량 구매 후 대부분 차주의 의례적인 구조변경 절차로 여겨진다. 6000만 원대의 4.5t 화물 트럭에 1000만 원을 들여 가변축을 설치하면 억대의 7t 또는 8t과 맞먹는 고중량 화물 수송이 가능해져 짧은 시간 본전을 뽑고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정부가 가변축을 허용한 것도 과적에 따른 폐해를 줄이는 동시에 화주의 물류비 부담을 줄이고 차주의 수익도 높일 수 있다고 본 때문이다. 그러나 상당수의 차주가 화물을 적재하면 가변축을 내려 축하중을 낮춰야 하는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으면서 곳곳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과적을 하고도 자동차 전용도로, 고속도로 등에 설치된 단속 장비를 버젓이 통과하는 것도 가변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검측기를 통과할 때 가변축을 들었다가 통과 후 다시 내려 중량을 감소시키는 이른바 '차축 들기'가 대표적인 악용사례다.

4.5t 화물차가 8t의 화물을 적재하면 반드시 가변축으로 내려 주행을 해야 하지만 실제 도로에서 보기는 힘들다. 서울외곽순환도로 김포 요금소(판교방면)에서 가변축이 설치된 화물차를 살펴본 결과 10대 중 7대는 하강 상태, 그러니까 사용을 하지 않고 주행을 했다. 

적재된 화물의 중량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청소차를 비롯해 육안으로도 과적이 짐작되는 차량 대부분도 가변축을 사용하지 않았다. 4.5t 화물차가 8t의 화물을 싣고 가변축을 사용하면 무리가 없지만, 만약 상승 상태로 도로를 달리면 적재 용량의 두 배나 되는 과적을 한 것과 다르지 않다.

과적을 한 만큼 도로와 교량이 파손되기 쉽고 제동거리가 늘어나 대형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과적하고도 단속 현장을 만나면 슬그머니 가변축을 내려 축하중을 맞춰 여유 있게 통과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주행 중 가변축을 내리려면 반드시 차량 외부에서 조작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가변축 하강 스위치를 실내에 불법으로 장착하고 단속이 뜨거나 측정을 할 때만 사용을 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변축을 설치해 적재 용량을 늘려 놓고 실제 사용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시흥 하늘 휴게소에서 만난 화물차 운전자 A 씨는 "우선 속도가 나지 않고 연비도 20% 나빠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가변축에 쓰는 타이어값도 만만치 않아서 처음 몇 번을 빼고는 사용한 적이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굳이 비싼 돈을 들여 가변축을 설치한 이유를 묻자 "1000만 원 정도만 들이면 두 배 정도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다. 가변축을 달면 일단 서류상으로 적재용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화주 입장에서 일단 적법한 것이고 그래서 우리가 쓰든 안 쓰든 운송비를 더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가변축이 과적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여러 수단을 동원해 막고 있지만 가변축이라는 합법적 과적 수단으로 인한 폐해는 크다. 차량 총중량 증가로 도로 교통안전을 위협하고 환경 오염과 도로 파손 비용에 대한 사회적 부담도 늘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정감사에서도 과적 적발 건수가 어떻고 하는 얘기가 나왔는데 이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가능한 많은 짐을 싣고 더 많은 운송비를 받아야 하는 영세 화주나 차주 입장에서 보면 과적은 만연할 수 밖에 없고 가변축 같은 예외적 허용 제도가 불법을 부추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이런 부작용을 막는다며 지난 4월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지만, 업계에서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 개정안은 '허용 축중(10톤)을 초과하는 적재하중이 가해지면 자동으로 가변축을 하향시키고 상승 조작이 불가능한 구조'로 못을 박았다.

그러나 이 법의 시행 시기는 앞으로 2년 후다. 그 이전 수많은 화물차가 임의조작이 가능한 가변축으로 과적을 일삼아 도로를 파손하고 도로 운전자를 위협해도 된다는 얘기다. <다음 호에는 개정법의 문제점과 해외 사례, 가변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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