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적수 '하이브리드 VS 디젤' 끝장 승부
호적수 '하이브리드 VS 디젤' 끝장 승부
  • 김흥식 기자
  • 승인 2014.01.27 0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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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7일, 한국석유공사 패트로넷 전국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83.73원, 경유는 1702.41원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리터당 260원 이상 벌어졌던 두 유종간 가격차가 181.32원으로 좁혀진 것.

두 유종간 가격차가 가장 많았던 2008년 이후 디젤차 판매는 급증을 했고 이제는 수입차를 대표하는 차종이 됐다. 작년 한 해 동안 판매된 수입차 10대 가운데 6대는 디젤차, 그리고 독일 브랜드였다. 그러나 유종간 가격 차이가 좁혀지고 있고 차 값에도 적지 않은 차이가 나면서 디젤차의 장점은 요즘 많이 약화됐다.

일부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많이 팔리기 시작했던 디젤차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서 내구력과 성능, 승차감에서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분석을 내 놓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이 틈을 비집고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앞으로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놓고 있다.

이런 대립각에서 어떤 차의 손을 들어주기도, 더욱이 명쾌한 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몇 100km를 달리고 내 놓는 연비는 도무지 통일성이 없고, 운전자가 느끼는 감성도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차종을 같은 구간에서 1000km 이상 달려보기로 했다.

적어도 이 정도의 거리는 달려봐야 승부가 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하이브리드카가 됐든 디젤차가 됐든 소비자들이 이런 논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연비’ 때문이다. 자동차를 유지하는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연비야말로 경제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자동차의 성격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는 두 차종이 늘 호적수로 날을 세우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호적수, 캠리 하이브리드와 폭스바겐 파사트국내 디젤차 시장을 개척한 브랜드는 '폭스바겐'이다. 골프, 파사트, 티구안 등 유럽 전역에서 대중적 성공을 거둔 디젤차를 들여왔고 이제는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의 주력이 됐다. 이들은 월등한 기술력을 앞세워 덜덜거리고 시커먼 연기가 나오는 차로 인식됐던 디젤차를 가솔린과 대등한 승차감, 클린디젤로 변모시켰다.

디젤차의 유일한 적수로 등장한 하이브리드카는 반면 별 재미를 못 봤다. 2013년 한 해 동안 5835, 전체 수입차 유종 점유율은 3.7%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숫자의 대 부분이 도요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풍부한 라인업, 그리고 한 해 평균 100만대 이상이 전 세계 시장에서 판매되는 기술의 저력에서 가능한 성장이다.

1000km 이상의 테스트 주행은 그래서 이 두 브랜드의 대표 모델들로 낙점을 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도요타의 캠리 하이브리드, 디젤은 폭스바겐의 파사트로 했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1만 4326km, 파사트 2.0TDI는 9295km의 누적 주행거리를 갖고 출발을 했다. 제원표상 배기량과 출력, 연비 등은 캠리 하이브리가 우세하다. 연비만 해도 캠리 하이브리드는 16.4km/ℓ로 1등급, 파사트는 14.6km/ℓ로 2등급이다.

 

전국에 대설주의보, 거제도 홍포의 칼 바람

1월 20일, 두 명의 운전자가 캠리 하이브리드와 폭스바겐 파사트의 운전석에 앉았다. 목적지는 거제도 홍포, 전망대에서 해금강을 바라 볼 수 있는 작은 어촌이다. 오전 9시, 서울을 출발했다. 도로는 새벽에 내린 눈으로 질퍽했고 모든 차들은 거북이 운전을 했다.

연비는 두 차량의 트립으로 측정키로 했다. 운전자는 가는 길과 오는 길 두 차량을 맞바꿔 운전하기로 했고 선두 차량도 중간 중간 쉬는 지점에서 교대를 했다. 최대한 같은 거리를 달리고 연비를 재기 위해서다. 제한 속도를 크게 초과하지 않았고 가능한 규정된 속도를 지켰다. 좋은 연비를 내려 하기 보다는 일상적인 속도에서 어느 수준의 연비가 나오는지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날씨는 최악이었다. 서울을 출발해 올림픽대로와 중부, 경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를 지나 거제도 홍포에 닿기까지 계속해서 눈이나 비가 내렸다. 서울에서 거제도 홍포까지의 주행거리는 약 426km, 서울은 1000km 이상 거리로 도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튿날 오는 길은 남해와 호남, 경부, 중부에 이어 서울춘천고속도로 덕소IC를 빠져나가 다시 도심으로 들어와야 했다.

이렇게 달려 최종적으로 기록된 주행거리는 캠리 하이브리드가 1007.18km. 파사트는 1027.7km였다. 주행거리에서 많은 편차가 생긴 것이 의아스럽다. 이대로라면 연료사용량과 주행거리를 단순 계산해서 표시되는 연비는 캠리 하이브리드가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인은 불가능했고 따라서 주행거리와 연비는 트립에 기록된 수치를 그대로 전달한다.

 

20.9km/ℓ VS 18.0km/ℓ, 연비 경쟁의 승자는

1000km가 넘는 먼 거리를 달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해 트립에 표시된 캠리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20.9 km/ℓ, 파사트는 18.0 km/ℓ로 기록이 됐다. 파사트의 경우 구간별로 19 km/ℓ 대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오는 길 중부고속도로에서 만난 정체구간과 서울 도심에서 그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졌다. 반면 캠리는 별 변화가 없었다.

도심에서 강한 하이브리드 카 연비의 장점이 잘 드러난 것. 이번 테스트 주행에서 캠리 하이브리드가 사용한 총 연료는 50.12 ℓ, 리터당 휘발유 가격을 1885.24원으로 계산하면 총 9만 4488원을 썼다. 이는 km당 93.93원을 사용한 셈이 된다.

 

18.09km/ℓ를 기록한 파사트는 56.77ℓ의 연료를 사용했고 ℓ당 1704.06원인 경유 가격으로 계산했을 때 총 연료비는 9만 6739원, km당 비용은 94.19원이다. 근소한 차이이기는 하지만 연비, 연료비, km당 비용에서 모두 캠리 하이브리드가 앞 섰다. 디젤차의 연비가 좋고 경유가격이 싼 만큼 크게 우세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번 테스트 주행이 도심과 고속도로를 따로 구분하지 않았지만 표시된 연비로 따져봐도 차이는 크지가 않다. 특히 도심에서는 캠리 하이브리드가 17.1km/ℓ, 파사트가 12.6km/ℓ로 100km를 주행했을 때 2500원 가량 차이가 난다는 점도 어떤 용도의 차를 고르느냐에 따라서 깊게 고민을 해 봐야 한다.

 사진 왼쪽이 캠리 하이브리드, 오른쪽이 파사트의 트립에 표시된 최종 연비

연간 총 유지비용(TCO), 캠리가 우세

자동차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판단의 기준은 TCO(Totaℓ Cost of Ownership)다. 자동차 가격과 등록비용, 세금, 보험료,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연료비의 부담 정도를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이다.

캠리 하이브리드와 파사트 2.0TDI의 TCO도 비교를 해봤다. 우선 구매 비용은 캠리 하이브리드가 조금 우세하다. 기본 차 가격은 파사트(4200만원)보다 30만원이 더 비싸지만 등록세와 취득세, 공채매입 등에서 혜택을 보기 때문에 95만원 가량이 낮다.

 

다음은 유지비, 연간 자동차세와 보험료, 일반 소모품 교환비와 연료비(연간 2만5000km)를 모두 계산하면 캠리 하이브리드는 464만 5900원, 파사트는 457만 4900원을 필요로 한다. 여기에 차량 구매단계의 비용을 합치면 캠리 하이브리는 총 4901만 9800원, 파사트는 4990만 1900원이 들어간다. 캠리 하이브리드의 첫 해 총 비용이 88만 2100원 저렴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다.

우직한 파워, 또는 부드러운 승차감

유럽을 제외한 지역에서 우리나라만큼 독일산 디젤차에 열광하는 나라는 매우 드물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런 현상이 이제까지의 시장 트렌드와 다르다는 점에서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시장의 편식이 심해지면서 월등한 성능을 갖추고 있는 가솔린 또는 하이브리드 차량들이 맥없이 사라지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캠리 하이브리드와 파사트의 테스트 주행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이 차량들이 분명하게 다른 성격의 차라는 것이다. 캠리 하이브리드는 놀라울 만큼의 정숙성과 편안한 승차감, 그리고 도심에서의 연비 성능이 돋보였고 파사트는 거칠지만 우직한 파워로 남성적 취향의 맛이 제대로 살아있었다.

취향에 따라서 선택이 전혀 달라져야 하지만 지금의 수입차 시장은 ‘묻지마’ 선택으로 왜곡이 돼 있다. 디젤차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대부분 ‘연비’를 앞 세운다. 특히 수입차의 경우 고가의 차 가격에 대한 부담을 일반적인 휘발유차보다 뛰어난 디젤차의 연비로 보상을 받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 사진 왼쪽이 캠리하이브리드, 오른쪽이 파사트의 소음 측정 결과다

하지만 하이브리드카도 부담이 낮은 연료비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이번 테스트로 입증이 됐다.

캠리 하이브리드를 얕보지 말아야 할 수치가 또 있다. 정지상태에서 100km 도달 시간이 파사트(9.1초)보다 빠른 8.8초라는 사실이다. 어떤 차를 선택하는데 있어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충분한 대안이 있고 대등한 조건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것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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