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테크] "비행기 탈 때 몸무게 잰다?" 자동차도 몸무게가 중요해

  • 입력 2023.12.14 11:36
  • 수정 2023.12.14 11:37
  • 기자명 김아롱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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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헤럴드 김아롱 칼럼니스트] 최근 국내 주요 항공사들이 이용자를 대상으로 수하물과 함께 탑승자 몸무게를 측정해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운항노선이나 좌석의 등급에 따라 개인이 휴대할 수 있는 수하물 무게가 정해져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데요. 탑승자 몸무게까지 측정하는 이유는 항공기 안전과 관련이 있습니다.

항공기의 경우 기종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륙 또는 착륙하기 위한 중량이 정해져 있는데요. 여기에는 비행기 자체 중량을 비롯해 수하물 적재중량과 탑승자의 몸무게, 운항에 필요한 연료량 뿐만 아니라 기내에 배치되는 표준 물품과 탑승자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음료와 음식 무게까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항공사는 최소한 5년 주기 또는 필요에 따라 탑승자의 중량(휴대 또는 위탁 수하물 중량+탑승자 몸무게)을 측정해 산출된 평균 중량을 승객 표준 중량으로 적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국내 항공기 중량 및 평형 관리기준(국토교통부 고시 제2018-317호, 2018년 기준)에 따르면 현재 국내 항공기 탑승자의 평균 몸무게(하절기 기준)는 약 73kg이며, 좀 더 세부적으로는 성인 남성의 경우 78kg, 성인 여성은 68kg, 어린이(2세부터 12세까지)는 35kg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항공기 조종사와 스튜어디스 등 운항 승무원의 몸무게와 수하물의 중량도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요. 이처럼 평균 수하물의 중량과 비행기 탑승자의 몸무게를 알면, 항공기의 표준운항중량과 무게중심(Center of Gravity, 이하 CG)을 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이착륙시에 필요한 최대 허용하중과 안전한 운항을 위한 탑승자 및 수하물의 무게 배분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비행기 탑승자나 수하물이 한쪽으로 쏠리게 되면 항공기가 비행 중 또는 이착륙 시에 심각한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항공기의 경우 자동평형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지요.

자동차 역시 차종에 따라 승차 인원과 적재하중이 정해져 있을 뿐 아니라 차량 무게는 연비와 주행 특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자동차관리법과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서는 자동차의 하중을 공차상태와 적차상태로 구문하고 있는데요. 공차상태란 사람이 타지않고 자동차에 예비부품과 공구는 물론 연료와 냉각수, 윤활유 등을 가득 채운 상태로 일반적으로 차량 중량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적차상태는 공차상태에다 자동차마다 정해진 승차정원과 최대적재량이 탑재된 상태를 의미하는 차량 총중량으로, 이때 자동차의 승차 인원의 경우 1인당 몸무게가 65kg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또한 13세 미만의 어린이의 경우 1.5인을 1인(약 32.5kg)으로 가정하고 있지요.  

차량총중량은 승용차의 경우 20톤 미만으로 제원상 큰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바퀴에 차량의 공차중량과 총중량의 20% 이상 작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경차의 경우 공차중량이 약 900~920kg, 소형차는 1,100~1300kg 내외, 중형세단의 경우 1420~1550kg 정도입니다. 여기에 대형승용차의 경우 1600~2000kg, 경우에 따라서는 2000kg이 넘는 차량들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차량 성능이나 높은 안전성이 요구됨에 따라 전장 시스템을 비롯한 자동차부품 수가 증가함에 따라 차량 중량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중형차를 예로 들면 1980년대 초반 차량의 공차중량은 1000kg 내외였지만 최근 출시되고 있는 모델의 경우 1500kg을 훌쩍 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부 대형차의 경우 2500kg을 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의 무게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도 훨씬 무거운 편이지요.

이처럼 자동차 중량의 증가는 자동차 연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차체의 무게(공차중량)는 자동차의 전체 연료소비량의 약 23%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차체가 가벼울수록 연료를 적게 소모해 연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지요.

차체가 가벼우면 연료 소비가 감소하므로 배출가스 또한 줄어들어 환경적으로도 많은 이점을 제공합니다. 차량 중량을 100kg 경량화할 경우 CO2를 km당 3.5~8.5g가량 줄일 수 있습니다.  

차량의 무게는 연비뿐만 아니라 차량의 제동 성능과 조종 안정성 등 주행 성능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차량 중량 1500kg인 승용차가 차체 무게를 10%만 줄여도 가속 성능이 8% 향상됨은 물론 제동거리가 5% 단축되고, 조향 성능은 6%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차체의 내구수명 또한 1.7배 증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합니다.

차체 무게가 많이 나가면 제동거리가 길어질 수밖에 없고 브레이크 시스템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게 됩니다. 또한 차체가 가벼운 차량은 무거운 차량보다 가속 응답성이 빨라 주행감이 우수한 것이 특징입니다.

차체 무게는 타이어와 도로 사이의 마찰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적절한 차량 무게는 타이의 접지력을 최적화하고 주행 안정성을 향상시켜줍니다. 미끄러운 노면이 많은 겨울철 후륜구동 화물차 운전자들이 적재함 뒤쪽에 화물을 실어 뒷바퀴의 구동력을 높이는 것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지요. 하지만 차체가 너무 무거우면 타이어와 서스펜션 부품에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관련 부품의 수리 및 교체 주기가 빨라질 수도 있지요. 

스프링 하부질량(Unsprung Mass)이라고 불리는 이러한 타이어 및 서스펜션 관련 부품은 차량의 운동성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차체 무게가 같은 차량이라도 타이어 및 서스펜션 관련 부품이 무거울 경우 가속성과 코너링 주행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사람이 발목에 10kg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는 것보다 똑같은 10kg의 무게를 배낭에 넣고 달리는 것이 훨씬 편하고 오래 달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지요. 

한편 차량의 전체적인 중량뿐 아니라 차체의 무게중심(CG) 위치와 차체의 전후좌우의 무게배분 역시 차량의 주행 특성과 안전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무게중심이 낮은 차량은 무게중심이 높은 차량보다 차체 앞뒤로의 차량 하중 이동량이 적기 때문에 차체가 가속할 때 차체가 들리는 현상을 억제해 가속 성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제동 시에도 앞쪽으로츼 차체 쏠림이 적어 제동거리를 단축할 수 있습니다.

코너링 주행 때에도 서스펜션의 중심축보다 무게중심이 낮을수록 차체 롤링이 적어지므로 안정적이면서도 스티어링 휠의 조작 응답성이 정확하며 빠르게 코너를 탈출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또한 좌우 무게배분이 균형있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차량이 특정 방향으로 치우칠 수 있습니다. 이는 핸들링이나 조향의 민감도에 영향을 미치며, 운전자가 차량을 제어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륜구동 차량의 경우 전륜과 후륜의 무게 배분이 약 70:30 후륜구동의 경우 55:45 정도가 대부분이지만 최근 일부 차종의 경우 전륜과 후륜구동의 무게 배분이 거의 절반에 가깝게 설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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