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중국은 절대 말하지 않는 '중국 전기차 산업'의 치명적 약점

국내 기업 배터리 관련 특허 2만 6000개, 세계 최대로 일컫는 중국 CATL 4000개
전기차 배터리 핵심 양극제 기술도 국내 기업 독점, 중국 LFP 배터리 곧 사라질 것

  • 입력 2023.03.14 08:00
  • 수정 2024.04.09 15:5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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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가 아니다. 배터리 전쟁이다. 중국, 미국, 유럽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에서 벌이고 있는 치열한 경쟁 꼭대기에는 '전기차용 배터리'가 있다. 중국이 가장 앞서 나간다고 한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로 거론하는 중국 CATL 세계 시장 점유율은 33.9%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을 주축으로 한 K-배터리 점유율을 다 합친 것(23.2%) 보다 높다. 

중국 BYD는 테슬라를 위협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전 세계 시장에 판매된 전기차는 총 1083만 대로 전년 대비 61.3% 증가했다. 이 가운데 BYD는 187만 대를 팔아 테슬라(131만 4000대)를 제쳤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포함된 수치지만 BYD는 순수 전기차도 90만 대 이상 팔았다. 중국이 배터리로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아졌다.

K-배터리의 굴욕 그리고 위기라는 얘기가 나왔다. 과연 그럴까?

CATL, BYD를 주축으로 한 중국 전기차 산업이 자국 시장 중심으로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기준 이들 제품의 60% 이상이 중국에서 소비됐다. 시장을 넓히기 위해 수 년간 미국과 유럽 진출을 도모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최근에는 미국과 유럽의 강력한 견제에 부닥쳤다. 미국은 중국산 광물을 사용한 배터리 탑재까지 규제하고 있다. 유럽도 비슷한 장벽을 준비 중이다.

더 뚜렷해진 한계는 중국 정부가 전폭 지원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서도 찾을수 있다. LFP는 우리 주력인 NCM(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가 매우 낮아 과거 전기차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중국이 LFP를 선택한 건 우리 기업들이 움켜쥐고 있는 NCM 기술 특허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정부의 총력 지원 덕분에 LFP는 중국산 저가 단거리 전기차를 중심으로 탑재되기 시작했다. 기술적 보완으로 2021년부터는 테슬라, 벤츠 일부 모델에 중국산 LFP 배터리가 실리기 시작했다. 한국의 삼원계 NCM 배터리 시대가 종말을 맞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2년 여 세월이 흐른 지금 어떻게 됐을까. 그런 징후가 보이고는 있을까.

정 반대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K-배터리가 아닌 LFP 배터리의 종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더 뚜렷하다. 테슬라는 LFP 배터리 적용 범위를 2년 전과 비교해 더 이상 확장하지 않고 있다. 중국 자본에 먹힌 벤츠 말고는 LFP 배터리를 탑재하겠다는 전기차 제조사도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 주도 LFP 배터리는 최근 CTP( Cell To Pack) 기술 개발로 무게가 줄고 에너지 밀도가 높아지기는 했다. 어딘가는 1000km 주행이 가능한 LFP 배터리도 발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관심을 가질 정도였다. 하지만 LFP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 무게 등을 CTP 기술로 개선했다고 해도 우리가 주력으로 하는 NCM 배터리 밀도를 넘지는 못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같은 무게로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이 NCM 배터리는 통상 305Wh/kg, LFP 배터리는 165Wh/kg에 그친다. LFP가 NCM과 같은 용량의 에너지를 저장하려면 40%가량의 무게와 부피가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우리 NCM 배터리도 CTP 기술로 에너지 밀도를 더 높이고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이미 개발한 것으로 안다. 한국과 중국 배터리 성능 격차는 더 벌어졌다.

두 배터리를 각각 탑재한 전기차 제원을 보면 이해가 쉽다. 74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현대차 아이오닉 6 공차 중량은 2035kg, WLPT 기준 484km를 달린다. 아이오닉 6보다 11kWh 이상 큰 85.4kWh LFP를 탑재한 BYD HAN 공차 중량은 2660kg으로 아이오닉 6 보다 625kg이나 더 무겁다. 주행 가능 거리는 440km로 더 짧다. 차량 중량이 에너지 효율성,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있다면 쉽게 이해될 것이다.

LFP 배터리가 가진 이런 한계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곳이 CATL이다. 그래서 CATL도 NCM 배터리를 개발해 일부 모델에 탑재했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벤츠 EQ 모델에 탑재했지만 기대한 성능, 주행거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외면받았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사 CATL이 유독 NCM 배터리에 취약한 이유가 있다. 우선은 LG에너지솔루션과 같은 우리 기업들이 지난 30년 이상 축적한 '초격차 기술'을 따라 잡는데 한계가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특허는 지난 2월 기준 2만 6000여 개에 달한다. CATL은 4000여 개, 테슬라는 700개 미만이다.

더 복잡한 얘기가 많지만 배터리 핵심 기술인 고성능 양극재를 만들 수 있는 곳이 전 세계에 4곳밖에 없다는 것, 이 모두가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설명이 된다.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한 때 그랬던 것처럼 국내 기업이 아니면 NCM 배터리 제조가 불가능한 구조이고 기술에도 상당한 격차가 있다. 

이 때문에 CATL은 물론 직간접으로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했던 완성차 브랜드들도 대부분 파산이나 사업 중단 위기라는 쓴 맛을 보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수십년 축적한 기술, 5년 이상 벌어진 초기술격차를 100년 이상 내연기관차에 매달린 자동차 기업이 따라잡는 건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중국 LFP 배터리가 CTP 개발로 우리 NCM 배터리와 경쟁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관측도 있는 것 같다"라며 "NCM 배터리도 이미 CTP 개발을 끝내고 적용 단계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기술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 더, 중국 CATL이 각형 배터리 생산 능력만 갖추고 있는 반면, 우리 기업들은 각형뿐 아니라 원통형, 파우치형 등 제조사가 원하는 모든 형태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도 그들은 갖지 못한 경쟁력이다. 그래서 GM, 포드, 스텔란티스, 폭스바겐, BMW 그리고 일본 전기차도 K-배터리가 아니면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 개발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중국 CATL 그리고 BYD가 세상 전기차의 중심인 것처럼, 그래서 K-배터리와 국산 전기차에 위기가 찾아온 것처럼 호도하지 않았으면 한다. 주요 광물의 확보와 수급, 정부 정책, 세계 시장의 규제 등 당면한 것들을 기업과 정부가 합심해 풀어야 할 것도 많겠지만 190년 전 처음 등장한 전기차의 새로운 시대를 우리가 열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충분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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