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굴뚝은 없다, 세계 자동차 산업 격변

  • 입력 2012.07.25 11:5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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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더 이상 공장을 짓지 않고 있다. 대신 엄청난 비용과 많은 시간, 특히 고용에 따른 부담을 덜면서도 단기간에 원하는 모델의 생산이 가능한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

해답은 간단하다. 우선 자기 브랜드없이 메이커가 위탁하는 자동차를 전문으로 조립해 공급하는 업체에 생산을 맡기는 방법이다.

지난 5월 닛산의 인피니티 브랜드는 캐나다 마그나 슈아티야사와 차세대 럭셔리 엔트리 모델의 위탁생산협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 인터내셔널의 자회사인 마그나 슈타이야는 독자브랜드없이 주문자 상표로 자동차를 생산해 납품하는 회사다.

이 회사는 지금까지 메르세데스 벤츠 등의 자동차를 무려 250만대나 생산 공급해왔다. 전 세계 26개국에 294개의 생산시설을 갖춘 만큼, 주문자의 요구에 맞춰 최단기간 효율적인 공급이 가능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근 핀란드의 발멧(Valmet)사와 차세대 콤팩트카 A-클래스의 생산 협약을 체결했다. 발멧 역시 사브와 포르쉐 등의 제품을 위탁생산한 승용차 전문 생산업체다.

위탁생산 방식은 자동차 수요가 불확실한 상황에 맞춰 적절하게 대응이 가능한 탄력적 경영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또한 공장을 새로 짖는데 필요한 엄청난 비용도 필요없다. 제품을 생산하기 까지 족히 2~3년이 걸리는 공장 건설과 달리 위탁생산 방식은 2~3개월이면 충분하다.

고용에 따른 부담도 없고 언제든 수요에 맞춰 적정 물량의 생산 조절도 가능하기 때문에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특히 선호하는 생산 방식이기도 하다.

품질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위탁생산 업체들은 이미 벤츠, 포르쉐, 사브 등 브랜드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모델들을 차질없이 생산해왔고 따라서 믿을만한 고품질의 차량 공급 능력이 충분하다는 점을 입증 받아왔다.

르노닛산이 르노삼성차의 부산 공장에서 차세대 로그를 생산하는 방안과 같이 가동율이 떨어진 여유있는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도요타도 지금까지 자국내에서만 생산해왔던 렉서스 브랜드를 다른 시설로 이전하고 있다. 엔고 극복, 그리고 생산 원가를 낮춰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묘수다.

세계 각국에 생산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처럼 산업 수요, 현지의 특성에 맞춰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하고 있다. 경쟁기업들이 서로의 단점, 부족한 점을 서로 보완하며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일도 최근 많아지고 있다.

BMW와 도요타, PSA 푸조 시트로엥과 GM 등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필요한 부분을 서로 충족시켜주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 메이커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자동차 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계산때문이다. 기아차 수출 담당 임원은 "유럽발 경제 여파가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고 자동차 수요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당장의 수요에 맞춰 공장을 새로 세우거나 다른 업체를 합병하는 전략은 무리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메이커들이 현재의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생산 시설을 확충하기 보다는 위탁생산에 눈을 돌리고 여유 시설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이유라는 설명이다.

안타까은 것은 글로벌 메이커들의 이합집산과 묘수가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ㆍ기아차는 노사간 극한 대립의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업체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생산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수요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어쩔 수 없다. 생산을 늘리거나 시설 확충, 심지어 CKD(조립생산) 수출도 노조와의 협의가 이뤄져야 가능하다"면서 "위탁생산은 고사하고 생산 차종의 국내 및 해외 이전 같은 계획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경쟁사들이 협력을 통한 연합전선을 구축, 주요 시장을 공략한다면 현대차의 설자리는 점차 좁아지게 된다. 생산과 공급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한 회사의 노력에 노조가 적극 협조해야 할 절실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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