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결함인데, 국토부 이상한 "리콜?"

자동차 관련법 규제풀고 사문화된 법령 정비 시급

  • 입력 2013.09.23 23:5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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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드 퓨전

모 회사 미국 주재원으로 근무하던 김 모씨는 현지에서 구입해 타고 다닌 기아차 오피러스(수출명 아만티)를 귀국할 때 이삿짐으로 분류해 반입했다.

해외로 수출된 국산차는 현지에서 일정기간 소유하고 재 반입시 세금이 면제되고 각종 인증을 면제 받아 국내에서 새 차를 사는 것보다 더 경제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로 들여 온 오피러스는 붉은색 방향지시등 색깔이 문제가 됐다. 국내 법규(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 44조)에는 방향지시등의 색을 '황색 또는 호박색'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오피러스의 붉은색 방향지시등을 교체하기 이전까지 적발될 때마다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말에 수 십만원을 들여 전, 후 램프를 통째로 교체했다. 

그는 "미국에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고 또 국내에서 제작돼 수출된 차를 그대로 들여왔는데 벌금을 물고 통 째로 교체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항의했지만 별 수가 없었다.

국내 자동차 관련 법령이 미국, 유럽과의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그리고 사회 변화에 맞춰 제 때 정비되지 못하면서 빚어진 한심한 사례다. 

최근 견인장치 미 장착으로 리콜에 들어간 포드 퓨전도 이런 엉성한 법령때문에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다. 국토부는 국내에서 판매된 131대의 퓨전에 비상시 차량 견인을 위한 견인장치가 장착되지 않은 '결함'이 발견됐고 이를 이유로 리콜을 권유했다.

견인장치가 왜 결함의 사유가 되는지, 차량 안전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는 정확하게 설명되지 않았다.ㄱ토부 관계자는 "자동차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20조에는 모든 자동차가 '연결 또는 견인장치'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며 리콜 사유를 설명했다.

반면 리콜 대상 차량 131대 이외의 퓨전에는 이 견인장치가 장착되지 않았지만 국토부는 나머지 차량의 결함을 문제 삼지 않았다. 확인 결과 이번에 리콜 대상에 포함된 퓨전의 원산지는 모두 멕시코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을 원산지로 수입된 차량들은 한ㆍ미 FTA 협정에 따른 상호인증 원칙에 따라 견인장치가 없어도 상관이 없지만 멕시코산 퓨전은 국내 법규를 그대로 적용 받아 리콜 대상이 된 것이다.

멕시코를 포함한 북미, 그리고 상당수의 국가에서는 차량 견인장치 장착을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 수입되고 있는 미국산 자동차의 상당수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국내 법규를 충족시키지 못한 동일 차량간에도 원산지에 따라서 결함이 있는 차, 또는 정상적인 차로 분류되는 우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포드코리아 관계자는 "기존 모델들도 견인장치가 장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들여와 판매를 했고 문제가 되지 않았다"면서 "원산지가 다른 경우 적용 법규가 다르다는 점을 미처 챙기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와 관련해 "자동차 관리법, 자동차안전기준에 관란 규칙 등 자동차 관련 법규 가운데 이미 사문화된 법령이 수도 없이 많다"면서 "규제를 풀고 현실에 맞도록 법령을 정비하고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엔진룸에 물이 새는 자동차는 결함 여부에 대한 조사자체를 미적거리면서 이제는 아무런 효율성도 기대할 수 없는 견인장치 미 장착을 결함으로 분류하고 리콜까지 시행하는 정부의 대응 방식도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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