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새고 불 나는 車 '고객님 책임입니다'

  • 입력 2013.06.18 23:10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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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보배드림

고가의 수입차 오너인 박 모씨, 최근 자동차 실내에 물이 들어와 시동이 걸리지 않고 모든 내부 기기의 작동이 멈춰버렸다.

평소 꼼꼼하게 차량을 관리했고 침수가 됐을 법한 상황이나 이유도 찾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차량을 맡긴 수입사 서비스센터는 황당한 원인을 밝혀냈다.

와이퍼가 작동하면서 엔진룸으로 흘러 들어간 물이 빠져나가야 하는데 낙엽이 쌓여 배수구가 막히는 바람에 프론트 패널에 고인물이 실내로 흘러 들어갔다는 것.

이 업체는 "정기적으로 배수구를 관리하지 못한 고객의 책임"을 물었고 고장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수 백만원의 비용과 수리비 모두를 박씨가 부담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자동차의 어느 부위에 고장이 난 것인지를 알아보는 비용까지 박 씨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지금까지 살면서 정기적으로 엔진룸을 열고 와이퍼가 씻어 내린 빗물이 흘러가는 경로를 따라 막힌 곳은 없는지 관리를 해야 하는 차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다"면서 "이게 소비자가 책임을 질 이유가 되는 것"이냐며 분개했다.

이 업체는 "비슷한 사례가 몇 건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동차에 배수구가 막히고 여기에 고인 물이 실내로 유입이 됐다면 이는 심각한 차체 구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씨의 거센 항의에 결국 이 업체는 정상작동을 위한 기본 조치 비용을 자신들이 모두 부담키로 했지만 박 씨는 아직도 당시의 분노를 한 동안 사그러뜨리지 못했다.

막무가내로 고객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가 말썽이 일것으로 보이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것.  최근 인터넷에는 '국과수의 감정 결과도 무시하는 현대차'의 무대포 대응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3월 주차된 차량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하면서 불거진 이 사건은 국과수가 배터리 단자에 연결된 볼트 부분이 발화의 원인이라고 감정결과를 내 놨다.

현대차는 그러나 국과수 내용에 대한 충분한 조사를 전제로 자체 조사와 다른 결과에 더 무게를 둔다는 쪽으로 대응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국과수 조사에 앞서 실시한 자체 조사에서 원인을 알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는 화재가 차량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며 따라서 고객의 피해에 대한 어떤 책임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에도 포드의 토러스가 운행 중 전소되는 일이 발생했지만 해당 메이커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피해자에게 직접 보험 처리를 강요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5월에도 현대차의 고급 모델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발생, 회사와 차량 소유자가 차량 결함과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18일에는 중고차 사이트 보배드림에 구입한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폭스바겐 TDI에서 원인모를 화재가 발생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경우에서 차주는 폭스바겐이 원인을 규명하기 보다 '보험처리'를 강요하고 있다며 분개하고 있다.

이와 같이 차량 전소, 또는 전기 및 전자 계통에 치명적인 고장이 발생하는 습기나 물기의 유입으로 발생하는 피해 대부분이 소비자들의 책임으로 전가되고 있다. 화재의 경우 명확하게 원인을 찾기 힘들고 침수는 소비자의 관리 잘못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임기상 자동차시민연합 대표는 "자동차의 부분적인 결함에는 업체들이 비용적 측면에서 적극 대응을 할 수 있지만 화재나 침수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대응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화재나 침수는 소비자들의 재산상 피해가 막중한 만큼 공신력 있는 기관이 상시적으로 중대 결함을 연구하고 규명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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