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 테크] 절묘한 타이밍 '가변밸브 제어 시스템' 출력 높이고 연비 잡는 핵심 기술

  • 입력 2023.01.19 08:35
  • 수정 2023.01.19 08:36
  • 기자명 김아롱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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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엔진은 ‘흡입-압축-폭발-배기’라는 연소 사이클로 작동합니다. 이렇게 엔진 내부로 연료와 공기를 넣어주고 연소가스를 엔진 밖으로 배출시켜 주는 장치를 흡기 및 배기밸브라고 합니다. 흡기밸브와 배기밸브를 열고 닫아주는 기구를 캠샤프트(Cam Shaft)라고 합니다.

엔진 회전속도와 출력, 토크, 연비 등에 따라 캠의 형상이 결정되므로, 특정한 구간에서는 최적의 효율을 가지지만 또 다른 영역에서는 효율이 떨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경주용 또는 고속 스포츠카 튜닝카 등에서는 하이 캠 샤프트로 고속에서 고출력을 기대할 수 있지만 공회전 및 저속영역에서는 반대로 엔진부조(비정상적인 작동에 의한 엔진떨림 현상)가 발생합니다. 

가변 밸브 제어시스템은 캠의 형상이나 흡기 및 배기밸브의 열림 또는 닫힘 시기(밸브타이밍), 밸브의 열림량(밸브리프트) 등을 변화시켜 출력 및 연비향상을 도모하고 배출가스를 줄여주는 시스템입니다. 제조사는 가변밸브타이밍(Continuously Variable Valve Timing, 이하 CVVT)과 가변밸브리프트(Continuously Variable Valve Lift, 이하 CVVL) 등으로 엔진 연소과정 중 흡기와 배기밸브의 열리고 닫히는 시점과 깊이를 주행상황에 따라 조절하는 가변 밸브제어 기술들을 적용해 엔진의 성능과 효율을 높이고 있는데요.

가변밸브 제어기술은 1992년 포르쉐가 배리오캠(Vario Cam)으로 불리는 CVVT 기술을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2001년 BMW가 밸브트로닉(Valvetronic)이라는 CVVL 기술을 최초로 개발한 이후 지금은 대부분 양산차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가변 밸브타이밍(Variable Valve Timing, Continuously-VVT) 시스템은 흡기와 배기밸브가 동시에 열려있는 구간인 밸브오버랩(Valve Overlap) 구간을 변화시켜 엔진효율을 향상시켜 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밸브오버랩은 엔진 연소과정 중 배기가스를 신속하게 배출하고 흡입공기를 쉽게 들어오게 하기 위해 흡기밸브와 배기밸브가 동시에 열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밸브오버랩 구간에서는 배출되는 배기가스의 일부가 흡입부압에 의해 역류해 엔진연소실 안으로 다시 들어가는 현상(이를 내부 EGR 효과라고 부릅니다)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밸브오버랩이 길게 되면 저속영역에서 내부 EGR량이 증가해 연소가 불완전해 출력이 떨어지고 엔진회전수(토크)가 불안정해지는 반면 고속영역에서는 체적효율이 향상되어 오리려 출력이 증가합니다. 반대로 밸브오버랩 구간이 짧으면 저속영역에서 출력이 상승하고 공회전구간이 안정적인 반면 고속에서 출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죠.

가변 밸브타이밍 시스템은 캠샤프트에 액츄에이터와 제어밸브 등을 적용해 흡기밸브의 닫힘 시기와 배기밸브의 열림시기를 빠르게(진각) 또는 느리게(지각) 작동시킴으로써, 중, 고속회전영역에서 밸브오버랩 구간을 최적으로 제어해 줍니다. 가변 밸브타이밍 시스템은 흡기 캠샤프트만 제어하는 방식과 흡배기를 모두 제어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한편 가변 밸브리프트(Continuously Variable Valve Lift) 시스템은 흡배기밸브의 열림량(Lift)을 변화시켜 저속 및 고속영역에서의 펌핑 손실(Pumping Loss)를 최소화함으로써 연비를 향상시켜 주는 장치입니다. 흡배기밸브는 캠사프트와 밸브 작동기구에 의해 일정하게 열고 닫히는데 밸브가 흡배기 포트를 개폐하기 위해 움직이는 거리를 밸브리프트(밸브양정)이라고 합니다. 

밸브가 일정한 높이로 열리고 닫히다보니 엔진 회전속도에 따라 고속회전영역에서는 흡입공기량이 부족해 출력이 떨어지는 일종의 펌핑 손실이 생기게 됩니다. 배기밸브 또한 마찬가지로 저속영역에서 펌핑손실로 인해 배출가스 배출이 원활하지 못해 내부 EGR이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가변 밸브리프트 시스템은 별도의 밸브작동기구와 캠샤프트를 적용해 흡배기 밸브를 엔진회전수에 따라 평소보다 더 많이 열어줌으로써 이러한 펌핑 손실을 최소화시켜 주는 것이 작동원리입니다. 저속 또는 고속회전영역에 따라 캠 샤프트의 캠 높이(양정)을 변화시키거나 링크를 이용해 밸브의 이동량을 가변적으로 제어해 주는 것이지요.

이처럼 주행상황에 따라 밸브열림 타이밍이나 열림량을 제어해 성능과 연비를 향상시킨 기존 가변밸브 기술은 엔진의 성능과 연비 중 하나에 집중하거나, 아니면 양쪽을 밸런스 있게 절충(타협)해야 하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즉 연비를 우선시하는 앳킨슨사이클, 성능에 중점을 둔 밀러사이클, 연비와 성능 절충형 오토사이클 등 세 가지 중 하나의 엔진사이클을 선택하고 그에 따라 고정된 밸브 열림시간(이하 밸브 듀레이션, Valve Duration)을 가질 수밖에 없지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 개발된 것이 CVVD(Continuously Variable Valve Duration) 기술입니다. CVVD 기술은 밸브가 열려있는 시간(Duration)을 엔진의 상태에 따라 최적으로 변화시켜 주는 기술입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2019년 세계 최초로 구현한 CVVD 시스템은 주행상태에 따라 엔진제어시스템(ECM)이 CVVD 구동모터를 최대 6000rpm으로 회전시켜 가변제어부가 캠샤프트와 연결된 링크의 위치를 0.5초만에 이동, 연결링크의 중심이 변경됨으로써 캠 샤프트의 회전속도가 바뀌게 됩니다. 

캠이 밸브를 누르는 속도가 바뀌면서 밸브의 열림시간이 빨라졌다 느려졌다하는 것이지요. CVVD 시스템은 밸브가 열려있는 시간(듀레이션)을 1400단계까지 매우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CVVD 기술은 연비 및 가속주행 등 운전조건에 따라 밸브 듀레이션을 길거나 짧게 제어해 엣킨슨, 오토, 밀러 사이클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출력이 적게 필요한 정속주행 때에는 흡기밸브를 압축행정의 중후반까지 열어 압축행정 때 발생하는 저항(펌핑손실)을 감소시키고 압축비도 낮춰 연비개선 효과를 제공합니다, 반대로 가속주행 때에는 흡기밸브를 압축행정 초반에 닫아 폭발에 사용되는 공기량을 최대화함으로서 엔진토크가 향상돼 가속성능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최적의 밸브 듀레이션 구현으로 연료연소율을 높여 배출가스 저감에도 높은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유효 압축비를 4:1~10.5:1까지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 가변압축 효과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CVVD 기술을 적용할 경우 엔진성능은 4% 이상, 연비는 5% 이상 향상되며 배출가스는 12% 이상 저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또한 흡기밸브에만 적용된 CVVD를 배기밸브까지 적용할 경우 배출가스를 50%까지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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