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 테크] 매년 수 백회 자동차 충돌테스트 현장에서 '절대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

  • 입력 2023.01.16 09:10
  • 기자명 김아롱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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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화재사고로 인명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운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대전에서 발생한 대형 쇼핑몰 화재, 수도권 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차량화재로 인해 많은 인명사고가 발생했고 최근 전기차 화재사고도 두려운 정도로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화재사고는 특히 운전자가 미처 차량에서 탈출하기 전에 불씨가 순식간에 차량 전체로 확산되기도 해 많은 소비자들이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구입을 망설이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전기차는 고전압배터리는 물론 인버터 및 컨버터 등 고전압시스템이 탑재되어 있기 때문에 충돌사고 등으로 고전압시스템이 파손될 경우 합선으로 인한 불꽃 발생되는 등 전기적인 문제로 화재가 발생할 우려가 높습니다. 

소방청 동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8월까지 발생한 전기차 화재사고 26건 가운데 전기적인 요인으로 인한 발화 건수가 총 6건으로 교통사고 또는 기계적 원인으로 인한 화재원인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또한 전기차에 주로 사용되고 있는 리튬이온폴리머 배터리는 에너지밀도가 높고 충방전효율이 뛰어난 반면 과열되기 쉽고 열 또는 충격에 민감해 화재에 취약한 것이 단점으로 꼽힙니다. 

배터리 내부 전해액은 유기용제 성분으로 고온이 발생할 경우 가연성 가스를 생성하기 때문에 만약 화재가 발생한 경우 배터리 셀 내부에 가득 찬 가연성 가스가 폭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확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외부충격 등으로 분리막이 손상될 경우 다량의 리튬이온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급격한 열이 발생, 폭발로 이어질 가능성 높다는 것이 소방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의 화재요인은 배터리 결함 및 과충전, 외부충격 등 3가지가 주요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배터리 충전과정에서 충전커넥터의 접촉불량이나 충전기 고장 또는 과충이 될 경우 높은 발열이 발생하게 되는데, 배터리 셀 내부에서 자체 반응을 일으켜 고온의 가스가 생성되고, 배터리 셀 내부 구성물질이 외부로 누출되어 화재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누출된 전해질은 148℃에서 점화되거나 스파크를 일으킬 수 있으며 연소가 급속하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교통사고 등과 같은 외부충격으로 인해 리튬이온배터 내부의 분리막이 손상될 경우 양극과 음극이 맞닿아 단락이 발생하게 되고, 이러한 내부단락은 열폭주(thermal runaway) 현상을 발생시켜 배터리온도가 급상승하고 가스가 새어나오면서 폭발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전기차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최근 많은 국내외 자동차안전도 평가에서 전기차 안전도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유럽신차안전도평가(Euro NCAP)가 발표한 2022년 전기차 안전도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체 21개 차종 가운데 18개 차종이 모두 최고등급인 별 5개를 획득했으며, 나머지 3개 모델도 별 4개를 받아 충돌안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2021년 자동차안전도평가(KNCAP)에서도 4종의 전기차 중 3종이 1등급, 한 차종이 2등급을 받아 전반적으로 안전도가 높은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미국고속도로안전협회(IIHS)에 따르면 전기차는 동급 차량모델에 비해 무겁고 충돌에 더욱 잘 견딜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훨씬 안전할 뿐 아니라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전기차 운전자 및 탑승자의 부상청구 비중 또한 동급 모델보다 40% 낮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일반도로에서는 교통사고로 인해 전기차의 화재가 빈번하게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정면충돌은 물론 측면과 후방추돌까지 다양한 방향에서 충돌테스트를 하는 신차안전도평가에서는 화재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충돌테스트의 실험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신차안전도평가는 차량의 안전보다 탑승자 또는 보행자의 안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충돌사고 발생 때 얼마나 탑승자를 보호하는지를 확인하는 충돌안전성을 비롯해 차량과 부딪힌 보행자를 얼마나 보호하는지 확인하는 보행자안전성, 그리고 비상제동등, 사각 및 후측방감지 등 첨단장치로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는 사고예방안전성 등을 평가하고 있지요.

전기차안전평가 역시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탑승자 및 보행자 중심의 안전도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추가적으로 충돌사고 때 고전압시스템의 전원차단 여부나 배터리의 화재, 폭발 가능성 등을 평가하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배터리의 충전전압이 가장 낮은 상태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도로에서 자주 보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IIHS는 배터리의 완전 충전 대비 12.5퍼센트만 충전된 전기배터리로 충돌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지요. 배터리가 완전 충전된 상태에서는 경우에 따라 열 폭주가 빠르게 발생하지만 배터리 충전량이 12퍼센트일 때는 배터리가 손상된 경우에도 열 폭주가 발생하더라도 훨씬 느리게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신차충돌안전도 평가에서도 이처럼 배터리 전압을 최소한으로 유지한 채 충돌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또한 IIHS는 2011년 전기차 충돌테스트를 처음으로 실시한 이후 열폭주 현상이나 전기적인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지만 이를 대비하기 위한 비상대응책으로 전기차 충돌테스트 후 고전압 차단 등 절연상태를 확인하고 배터리 케이스에 연결한 센서와 열화상카메라 등을 사용해 핫스팟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만약 배티리 온도가 약 25℃ 이상 오를 경우 경보가 울리고, 소방차가 대기하고 있는 외부로 테스트 차량을 이동시키고 있습니다. 

한편 내연기관차의 경우에도 충돌사고로 인해 연료가 새어 나오게 되면 엔진 열 등으로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연료누출 여부를 확인하고 누출량을 측정하게 되어 있지만 실제 충돌실험에서는 휘발유나 경유 대신 화재 위험성이 적은 솔벤트와 같은 대체연료를 사용합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세칙 ‘자동차안전도평가시험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충돌테스트 차량의 차량연료는 “연료탱크에서 연료를 제거한 후 엔진이 멈출 때까지 엔진을 작동시킨 후 제작사가 제시한 연료탱크 용량의 92% 내지 94%의 대체연료를 만족하는 솔벤트를 시험자동차 연료탱크에 넣으 후 정상작동 수준까지 연료장치를 채우는데 필요한 솔벤트를 추가한다”고 명시되어 있지요. 충돌테스트 화재 발생 조건이 배제된 것인데, 정차 중, 충전 중 주행 중에도 화재가 발생하는 만큼 이에 대비한 테스트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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