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현대차 아이오닉 5, 작년 일본에서 기록한 '526대'의 가능성

  • 입력 2023.01.11 14:09
  • 수정 2023.01.11 14:2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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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6대.' 현대차가 2022년 다시 도전한 일본에서 거둔 성적이다. 2001년 처음 진출해 2009년 굴욕적인 철수를 결정할 때까지 현대차가 기록한 일본 누적 판매 대수는 1만 5000대였다. 절치부심하고 지난해 12년 만에 다시 도전했지만 그때 연평균 실적에 미치지 못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생소한데다 주목받기 어려운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 수소 전기차 넥쏘로 라인업을 단촐하게 짜고 하반기 본격 인도가 시작됐다는 점, 그리고 일본 내수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보면 저조한 성적이 아니다. 

지난해 일본 신차 내수는 전년 대비 5.6% 감소한 420만 1321대로 마감했다. 이 가운데 순수 전기차는 3만 1592대에 그쳤다. 승용모델 총판매량에서 전기차 비중은 1.4%에 불과했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전기차 비중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일본은 여전히 하이브리드(49.0%)와 가솔린(42.3%)이 시장을 지배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지난해 전기차 신규 등록 대수는 16만 대, 승용차 비중으로 보면 11.5% 이상에 달했다. 미국, 중국, 유럽 3대 시장의 작년 전기차 비중 역시 낮게는 5.8%, 높게는 11% 이상을 기록했다. 올해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전년 대비 25% 증가한 1195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일본은 정부와 기업, 소비자까지 전기차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전기차를 바라보는 인식과 선호도가 이렇게 낮은 일본에서 현대차는 526대를 팔았다. 시장점유율은 1.16%로 미미하다. 올해 처음으로 1만 대를 돌파하며 작년 대비 66% 증가한 1만 4348대가 팔린 수입 전기차간 경쟁에서 현대차는 시장점유율 3.66%를 기록했다. 출시 첫해 한 개 모델, 반기 영업으로 거둔 기록치고는 괜찮은 성적이다. 

일본 브랜드까지 통틀어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 곳은 닛산(1만 6017대)이다. 토요타는 618대, 혼다는 371대의 순수 전기차를 팔았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는 재진출 원년, 아이오닉 5 하나로 포드를 제치고 전체 판매량 순위 38위를 기록했다. 넥쏘가 작년 1대를 팔았으니까 현대차가 일본에서 거둔 성과는 따라서 전적으로 아이오닉 5의 공(功)이다. 

일본은 60여 개(상용차 포함)에 달하는 완성차 브랜드가 경쟁하는 시장이다. 일본을 수입차 무덤이라고 얘기하지만 최근 상황은 조금씩 빗장이 풀리는 분위기다. 상위권 전체를 일본 브랜드가 독식하고는 있지만 벤츠는 5만 2000여 대로 톱 10 범위에 위치해 있다. 2021년 대비 줄기는 했어도 폭스바겐과 BMW도 3만 대를 넘겼다. 이를 두고 일본의 수입차 장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기회를 노려 현대차는 올해 르노와 푸조, 쉐보레 등이 자리한 20위권 진입을 노리고 있다. 작년 하반기 기록한 500여 대로는 버거운 순위인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아이오닉 5를 1500대 이상 팔아야 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일본 올해의 수입차로 선정된 이후 현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아이오닉 5는 지난해 12월, 까다롭기 유명한 일본 올해의 차(JCOTY, Car of the year Japan)에서 최고의 수입차로 선정됐다. 1980년 시작한 JCOTY에서 국산차가 선정된 것은 처음이다. 아이오닉 5는 르노 아르카나(70점. XM3), BMW iX(45점), 랜드로버 레인지로버(30점)를 제치고 올해의 차를 수상했다.

올해의 차를 수상했다고 현대차, 또 전기차를 바라보는 일본 소비자들의 인식이 단박에 바뀔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수상 직후 "일본차는 꿈도 꾸지 못할 혁신적인 차"라는 극찬이 쏟아져 나오면서 올해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526대, 숫자는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올해 '아이오닉 5'가 어떤 성과를 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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