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가솔린은 미국산, 가장 젊은 캐딜락 SUV XT4...천박하지 않은 고급스러움까지

  • 입력 2022.12.19 12:16
  • 수정 2022.12.19 14:14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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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캐딜락 레코드(Cadillac Records, 2008). 제프리 라이트(Jeffrey Wright)가 부르는 아임 어 맨(I Am A Man. 원작 Bo Diddley)'이 시작을 알리면 영화가 끝날 때까지 1940년대와 50년대 미국 블루스와 록앤롤, 재즈가 끓임 없이 흐른다. 가난한 흑인 농부 머디 워터스(Muddy Waters)가 블루스의 전설이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캐딜락 레코드에서 음악 이상으로 자주 등장하는 게 캐딜락의 당시 모델들이다. 시골 농부, 길거리 연주자에서 음반 제작자 눈에 띄며 성공한 머디도 가장 먼저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미국 세단으로 불리는 '캐딜락 엘도라도(ELDORADO)'를 산다. 그때만 해도 캐딜락은 흑인 운전기사가 모는 백인 부자들의 전유물이었다.

흑인이 모는 캐딜락을 상상할 수 없었던 시절, 음악과 함께 인종 차별에 저항하는 상징이기도 했다. 영화가 끝날 때 까지 성공한 이민자, 흑인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캐딜락에 집착하고 열광한다. 캐딜락은 그렇게 120년 해리티지를 이어왔다. 하지만 10년 전 프리미엄 대중화를 선언한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 XT4=현대적인 디자인, 고성능, 첨단 디지털 장비로 무장한 CTS가 그 시작을 알리는 첫 모델이었다. 캐딜락 XT4는 그중 가장 극적인 변화로 가장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모델이다. 폭설이 내린 다음 날, 캐딜락 XT4를 만났다. 2023년형에 새롭게 추가한 라테 메탈릭(Latte Metallic)은 눈으로 덮인 도로에서 특히 존재감이 강했다. 블루 계열의 ‘웨이브 메탈릭(Wave Metallic)도 2023년형에 추가한 외관 컬러다.

캐딜락 시그니처는 크게 두 가지다. 'L'자형 램프와 빛 반사에 따라 컬러의 톤을 달라 보이게 하는 캐릭터 라인이다. XT4는 캐딜락 SUV 가운데 유일하게 앞과 뒤에 L자형 수직 램프를 적용했다. 보는 방향에 따라 깊고 옅은 색이 번갈아 나타나는 라테 메탈릭의 오묘한 야누스 감성도 좋았다.

전장 4595mm로 좋은 비율을 보여주는 차체는 선이 분명한 직선과 적당한 볼륨으로 SUV다운 위용을 갖추고 있다. 과하거나 천박하지 않게 고급스러움을 드러낸 것도 마음에 든다. 크롬이 아닌 유광과 무광 블랙 가니쉬 몰딩을 창문과 사이드 스커트에 사용했다.  액티브 그릴 셔터가 적용된 라디에이터 그릴 패턴은 차분하면서 정돈 감이 뛰어났다. 이만한 차급에서 보기 힘든 20인치 알로이 휠도 사용했다. 멀리서 봐도 캐딜락을 눈치챌 수 있는 확실한 차별화가 돋보이는 외관이다.

첨단과 전통을 버무린 디지로그 인테리어=요즘 트렌드로 보면 실내는 아쉬운 것들이 제법 있다. 작은 크기의 센터 디스플레이, 아날로그 클러스터, 여기저기 배치된 버튼류까지 요즘 것들이 아니다. 그러나 취향에 따라 달리 보면 이런 구성은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길 안내에 전혀 문제가 없는 크기의 내비게이션은 대시보드 전체의 균형을 맞추는데 도움이 된다.

요즘 차에 툭하면 들어가는 와이드 스크린 모니터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모양새를 갖고 있는지와 비교하면 된다. 접근성이 좋고 직관적인 버튼류도 공조와 오디오 또 빠른 전환이 필요한 드라이브 모드 등에 집중돼 있다. 몇 단계를 거쳐 필요한 기능에 접근하고 활성화할 수 있게 모니터에 욱여넣은 것들보다 백번 나은 구성이다.

선 없이 블루투스로 페어링이 가능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후방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리어 룸 미러, 13개의 프리미엄 스피커로 구성한 보스 사운드 시스템, 4개의 울트라소닉 센서로 주차를 돕는 자동주차기능 등의 편의 사양도 가득했다. 

넉넉한 휠베이스(2779mm)를 기반으로 효율적으로 공간을 나눠 2열 역시 어깨, 머리, 무릎 모두 부족함은 없다. 특히 기본 용량 637리터의 트렁크 공간도 주목해야 한다. 2열을 접지 않아도 충분한 수납이 가능하기 때문에 꼭 2열 폴딩 시 적재용량을 표시해야 하는 경쟁차와 격이 다르다.

가솔린 SUV는 독일이 아니지=XT4는 2.0L 직분사 가솔린 트윈 스크롤 터보 엔진을 품고 있다. 최고출력 238 마력, 최대토크 35.7kgf•m의 파워는 9단 변속기로 제어한다. 다단 변속기는 촘촘한 기어비로 속도의 영역에 맞춰 전환하는 연결감을 부드럽게 해 준다. 또 엔진 회전수에 대응한 변속을 통해 연료 효율성을 높여 준다. 

눈길이어서 속도를 올리거나 캐딜락이 자랑하는 첨단 안전운전보조시스템(ADAS)를 체험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부드럽고 견고한 새시 피드백, 조향감과 가속 페달 반응은 제대로 살필 수 있었고 덕분에 미국산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졌다. 독일차에 비해서 주행 질감이 가볍고 엔진의 질감이 거칠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묵직한 질감이 새시, 스티어링 휠로 전달된다. 페달 반응도 빠르고 분명했다. 원하는 조향과 속도의 가감속이 가능했다. 눈길 주행에서 위력을 보여 준건 AWD 모드였다. 주행모드를 AWD로 설정하면 각각의 휠에 구동력을 배분하고 제어해 눈길 걱정을 하지 않고 달리게 해줬다.

주변에서 조심조심 운전을 하는 다른 차들과 대비가 됐다. 정숙한 승차감도 보여준다. 창문에  이중흡차음 유리가 들어갔고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터로 잡다한 진동 소음을 잡아준다. 실내 정숙성은 XT4의 가장 큰 장점 가운데 하나다. 역시 가솔린 SUV는 미국산이다.

[총평] 캐딜락이 편한 브랜드는 아니다. 다들 그렇게 생각한다. XT4를 경험하면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5851만 원이라는 가격이 말하는 것처럼, BMW나 벤츠의 동급 경쟁차보다 더 대중적인 포지션에 있다. 무엇보다 경쟁차들이 반짝이는 소재로 과하고 천박하게 치장한 것과 다른 소박한 맛이 일품이다. 특히 주행 질감에서 독일산 가솔린 SUV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차분하고 일관성 있게 끌어올리는 힘의 균형에서 앞선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디젤 SUV의 종말이 임박하면서 캐딜락 가솔린 SUV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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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딜락 #X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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