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 테크] 카센타 정비사 우습게 보지마! 박사 학위에 유학파까지 '당당한 전문직'

  • 입력 2022.12.19 08:44
  • 기자명 김아롱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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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외 자동차회사들이 서비스 기술 경진대회를 잇달아 개최했습니다. 서비스 기술 경진대회는 각각의 자동차 회사들이 자사 서비스네트워크 정비사들을 대상으로 자동차 정비 및 판금/도장기술은 물론 고객응대 및 서비스만족도를 평가하는 대회입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이러한 서비스 기술 경진대회를 앞다퉈 개최하는 이유는 자동차가 갈수록 시스템이 복잡해지는데다 인포테인먼트 및 전장시스템이 확대됨에 따라 이전보다 높은 정비기술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자동차회사들은 정비사들의 서비스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양한 기술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대자동차 '현대 마스터 인증 프로그램(Hyundai Master Certification Program, 이하 HMCP)'과 기아 '테크니션 레벨 업 프로그램(Technician Level-up Program, 이하 TLP)'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HMCP는 지난 2012년부터 도입된 현대차의 독자적 기술 인증제도로 기술역량에 따라 레벨1과 레벨2(테크니션), 레벨3(마스터), 레벨4(그랜드마스터) 등 4등급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기아 TLP 또한 레벨1부터 레벨4까지 총 4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한국지엠과 쌍용차의 경우 브론즈와 실버, 골드 등 3단계의 기술인증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르노자동차코리아는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의 하이테크 정비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일반 정비기술자인 메카닉(STEP1)과 고장진단전문가 EM(STEP2), 정비네트워크 테크니컬 리더로 정비네트워크의 기술적 자문을 담당하는 COTECH(STEP3) 등 3단계의 기술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전기차 전문기술인력을 위해 현대 HMCPe, 기아 KEVT, 르노자동차코리아의 EVS와 같은 전기차 기술인증제가 새롭게 도입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한국지엠과 쌍용차 또한 기존 기술인증제의 실버레벨 이상부터 별도의 전기차 정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서비스네트워크의 서비스엔지니어들은 물론 동네 카센터(이하 전문정비업소)에서 일하고 있는 정비사들은 자동차정비기능사와 정비산업기사, 정비기사, 검사산업기사, 검사기사, 정비기능장과 같은 일정수준 이상의 국가기술자격을 갖추고 있는 전문기술자들입니다. 

과거에는 어깨너머로 배운 기술이나 기능사처럼 최소한의 자격만 갖추고 정비를 해오면서 터득한 경험과 노하우만 있으면 어지간한 정비는 힘들이지 않고 손쉽게 일할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국가기술자격을 업그레이드함은 물론 각종 정비기술 관련교육에 참여하는 등 정비사들이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지 않으면 급격하게 발전하는 자동차기술을 따라가기가 어려운 시대가 되었습니다. 

과거처럼 엔진소리나 냄새 또는 간단한 시운전만으로 자동차를 완벽하게 수리한다는 것은 옛말이 된지 오래입니다. 끊임없이 새로 출시되고 있는 신차들을 과거의 경험만으로 수리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비사들이 엔진이나 섀시, 전장시스템 등 모든 기술을 두루 섭렵하기 어렵습니다. 

모든 시스템을 완벽하게 알기보다 정비사마다 자신만의 정비노하우를 갖추고 있는 특정한 분야가 있기 때문에 서로 부족한 부문은 정비사들끼리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전국 또는 지역별로 정비사들끼리 이러한 정보를 공유하고 정비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나 스터디그룹이 운영되고 있기도 합니다. 

소위 잘나가는 전문정비업소 사장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한 두 개 이상의 정비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지요.

한편 현대차의 HMCP 그랜드마스터 레벨의 경우 현장에서 발생하는 고장진단 실무와 고객응대 등 전반적인 능력을 검증받는 고난이도 평가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뛰어난 정비기술은 물론 다양한 현장경험이 뒷받침돼야 하므로 자격을 취득하기가 무척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 6천여명의 블루핸즈 서비스엔지니어 중 그랜드마스터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정비사는 100여명에 불과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희소성과 가치를 인정받고 있을 뿐 아니라, 최고의 테크니션이라는 자부심 또한 높아 해마다 지원자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그랜드마스터 칭호를 얻기 위해 재수, 삼수까지 재도전을 거듭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 현대 글로벌러닝센터(GLC)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전문정비업소에서 일하는 정비사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정비기능장이나 기술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나서도 새벽까지 공부에 매달리는 정비사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개중에는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나 박과학위를 받은 정비사들도 꽤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미국 자동차정비사 자격인 ASE(Automotive service Excellence certified)까지 취득하기 위해 공부하는 정비사들도 있지요. 

수십 년의 정비경력을 자랑하는 한 베테랑 정비사는 “어렸을 땐 공부에 별로 취미가 없어서 자동차정비를 배웠는데 정비가 이렇게 공부를 많이해야 할 줄 몰랐다”며,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신차들을 정비하기 위해서는 매일 같이 새로운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다른 정비사는 “간혹 나이드신 고객들이 정비사들을 못배운 사람(?)으로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자동차정비만큼 공부를 많이해야 하는 기술직종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과거처럼 경험만 가지고 정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기술트렌드에 뒤처지면 정비업소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살아남으려면 자신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라고 귀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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