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XM3 하이브리드' 혹한과 폭설, 서울 도심 150km를 헤집고 다닌 연비

  • 입력 2022.12.17 09:42
  • 수정 2022.12.19 14:11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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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雪)이 잦다. 기후 변화로 폭설 그리고 10년 만에 겨울황사까지 찾아왔다. 기후 변화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 자동차 배기가스가 주범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생산과 운행, 폐기되는 과정에서 일산화탄소를 비롯한 다양한 배기가스와 오염된 폐기물을 배출한다. 

환경 정책에서 자동차는 주요 규제 대상이다. 급기야 조금씩 다른 시점에 내연기관차(ICE)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극단적 규제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그만큼 지구 환경이 절박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세계 여러 나라가 목표로 하는 시점에 전기차나 수소전기차가 내연기관차를 정말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내연기관차는 연료 효율성을 높여 가면서 끈질기고 아주 길게 수명을 연장해 가며 전기차와 같은 새로운 수단과 공존하는 세상을 더 현실적으로 본다. 내연기관차 연료 효율적을 극적으로 높인 방식이 '하이브리드(Hybrid)'다. 내연기관을 지원하는 모터를 결합해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도요타가 1997년 출시한 1세대 프리우스를 시작으로 이제 일반화한 동력계가 됐다.

하이브리드카 역사 25년이 흐르면서 하이라이트 연료 효율성도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대부분 완성차도 라인업을 갖추게 됐다. 하이브리드 방식은 브랜드마다 미세한 차이가 있다. 직렬형, 병렬형 그리고 두 방식을 혼합하거나 마일드 하이브리드, 풀 하이브리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경쟁을 벌인다. 요즘 트렌드는 발전과 구동을 각각 따로 맡는 2개의 모터를 탑재하는 직ㆍ병렬 혼합, 이를 통해 적극적으로 전기 모드를 활성화하는 풀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르노코리아 XM3 E-테크(TECH) 하이브리드도 같은 방식이다. XM3 E-테크는 제동, 감속 과정에서 발생하는 회생제동에너지로 배터리를 충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내연기관을 통해 발전용 모터를 구동해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 달리다 보면, XM3 하이브리드는 배터리 잔량이 줄면 엔진을 돌려 모터로 발전해 계속 채우는 것을 보게 된다.

르노코리아는 이런 방식을 통해 XM3 하이브리드가 도심 주행의 최대 75%를 전기 모드로 달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혹한과 폭설이 내린 날, 서울 도심과 수도권 주변을 헤집고 다니며 확인해 보기로 했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올림픽대로, 강남과 강북, 광화문 등등 이곳에 사는 운전자들이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도로들이다.

3일간 XM3 하이브리드는 150km를 달렸다. 평균 주행 속도는 24km/h 남짓했다. 마라톤 선수들이 달리는 속도와 비슷했다. 궂은 날씨까지 겹쳐 서울 도심부는 그야말로 지옥 같은 교통정체가 있기도 했다. 경제운전, 연비운전을 생각도 못할 상황이었고 덕분에 서울에서 부산을 가고도 남을 4시간 20분을 달려야 했다. 

그렇게 달려 XM3 하이브리드가 기록한 연비는 19.7km/ℓ. 이 수치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건, 앞서 27km/ℓ를 찍은 이가 있었고 11월 부산 시승에서도 20km/ℓ를 넘겼던 경험이 있어서다. 사실 둘째 날까지 XM3 하이브리드 연비 역시 20km/ℓ를 넘기고 있었다. 첫날 연비는 23km/ℓ에 달했다.

XM3 하이브리드는 이렇게 변명했다. 2일 차에 폭설이 내렸고 3일 차 영하 10도까지 기온이 내려간 탓이란다. 배터리의 특성상 기온이 떨어지면 효율성이 따라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 이해가 갔다. 장담하는데 기후 조건이 유리했다면 수치는 달라졌을 것이다.

XM3 하이브리드만 이런 연비를 기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요즘  같은 방식의 웬만한 하이브리드카도 비슷한 연비를 낸다. 운전 습관, 스킬에 따른 편차도 매우 크다. 어쨌든 순수 내연기관차 대비 월등한 효율성은 연료 사용량에 따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고 봤을 때 일부는 하이브리드카가 전기차보다 더 환경 친화적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XM3 하이브리드 시승 연비의 체감이 쉽지 않은데, 출퇴근 거리가 40km 남짓한 입장에서 보면 월 1회 주유로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요즘 휘발유 가격이 ℓ당 1550원 정도, XM3 하이브리드 연료 탱크 용량이 50ℓ니까 7만 7000원이면 출퇴근을 하고도 남는다는 얘기다.

하이브리카의 기본 가격이 다소 비싼데도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연비 못지않게 인상적인 것도 있었다. 전기 모드가 매우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면서 도심 주행에서 절반 이상은 순수 전기차의 감성으로 달린다. 덕분에 부드럽고 안락한 승차감이 이어진다. 내연기관과 모터의 연결감이 매끄럽고 회생제동의 불쾌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총평] XM3 하이브리드가 150km를 달려 기록한 도심 연비 19.7km/ℓ를 두고 어떤 차는 더 나온다, 디젤차도 그 정도 나온다 따위의 얘기는 듣고 싶지 않다. 핵심은 하이브리드카 효율성이 획기적으로 진화해 이제는 내연기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또 전기차에 비견할 친환경성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고 따라서 도요타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대부분이 하이브리드를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집중하고 있다. 국내만 해도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2만 4000여 대) 늘었다. 순수 전기차보다 1만 대 이상 많이 팔렸다. 그렇다면 대세는 전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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