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식 칼럼] 굴뚝산업은 옛말, 딜러가 조립하고 배송까지 '마이크로팩토리'가 온다

  • 입력 2022.11.29 12:23
  • 수정 2022.11.29 12:39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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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건, 1913년 포드가 미시간 아일랜드 파크 공장에 처음 도입한 컨베이어 시스템 덕분이다. 컨베이어에 올려진 기본 차체에 파워트레인 등 크고 작은 부품을 공정에 맞춰 조립하는 방식의 도입으로 자동차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효율적인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컨베이어는 10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자동차 생산에 있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로봇 또는 기계를 이용한 공정이 많아지기는 했어도 수십 년 전 만들어졌든 최신 공장이든 컨베이어를 따라 수많은 숙련자가 부품을 조립하는 생산 현장의 풍경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자동차 벨류 체인에서 설계를 마친 자동차는 프레스, 차체, 도장, 조립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부분의 자동화가 이뤄졌지만 최종 조립을 마치고 검수가 끝나고 출고, 선적까지의 공정에는 많은 수작업, 숙련된 인력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자동차 생산 라인은 거대한 로봇과 컨베이어로 가득 채워져 있다.

하지만 전기차, 자율주행차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면서 컨베이어로 가득한 지금의 자동차 생산 현장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전기차가 등장한 이후 내연기관 대비 부품수, 작업 공정 단순화로 생산 인력 감축, 공장 축소는 불가피한 일이 됐다. 내연기관차에는 약 3만 개, 전기차는 절반 정도인 1만 5000개 정도의 부품만 필요하다.

전기차는 또 플랫폼, 배터리쉘, 전장 등 대부분의 핵심 부품의 모듈화로 현장 조립 인력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전기차에서 자율주행, 그리고 목적 기반 개인 맞춤형 자율주행 전기차 시대가 오면 대형 시설과 컨베이어, 수많은 인력을 기반으로 한 자동차 생산 방식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현대차가 지난 2020년 15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영국 스타트업 어라이벌(Arrival)이 지난 9월 완공한 비스터 마이크로팩토리(Bicester Microfactory. 사진)는 컨베이어 라인이 없는 자동차 생산 공장으로도 유명하다. 대형 프레스, 용접과 도장 설비도 갖추지 않았다. 대신 알루미늄 차체는 우주선에 사용하는 특수 접착제가 용접을 대신하고 도장은 래핑으로 끝낸다.

모든 조립 공정은 자율주행이 가능한 로봇 스케이트 보드(자율 모바일 로봇 AMR)에 실려 이동하며 순서에 맞춰 이뤄진다. 마이크로팩토리는 대규모의 토지와 건물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도심 외곽 빈 창고를 개조해 생산 시설을 갖추는데 수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어라이벌은 같은 방식으로 미국에도 컨베이어가 없는 조립 공장을 만들었다. 

마이크로팩토리가 대량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컨베이어의 역할을 정밀한 센서와 각종 센서로 자율 이동이 가능한 AMR이 대신하고 프레스 공정과 도장 공정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 모듈화 한 부품을 단순 조립하는 일은 도심 빌딩에서도 가능해진다.

마이크로팩토리의 장점은 또 있다. 예를 들어 강남 한 복판에 지어지고 있는 현대차그룹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에 마이크로팩토리가 들어서고, 대형 창고 크기의 마이크로팩토리가 도심 외곽에서 전기차를 조립해 판매까지 할 수 있게 된다면 지역 수요에 맞는 소량 생산으로 물류비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지엠(GM) 연구개발센터 오석찬 수석 연구원은 어셈블리에 최근 기고한 글에서 "미래에는 자동차 공장이라는 개념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리점에 플랫폼을 비롯한 부품을 비치하고 주문이 오면 고객이 원하는 타입의 차를 현장에서 조립하고 배송하는 '마이크로팩토리'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백화점에서 전자제품 주문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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