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자동차 산업 붕괴 직전 러시아에서 끝까지 버티는 '현대차와 기아'의 노림수

  • 입력 2022.11.22 14:42
  • 기자명 김흥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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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러시아 공장 생산 라인 전경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로 러시아 자동차 산업이 근대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유럽연합자동차공업협회(ACEA)가 최근 발간한 산업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글로벌 자동차 신규 등록 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9% 감소한 4804만 3107대로 집계된 가운데 러시아는 61.8% 급락한 44만 9699대에 그쳤다. 10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60.8% 감소한 50만 2474대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내수 시장이 기록한 전체 수요 102만 4944대보다 낮은 수준이다. 수요 급감에 주요 완성차 브랜드가 러시아에서 사업을 중단하거나 철수하면서 생산량은 66.4% 감소한 33만 9372대에 그쳤다. 이러는 사이 러시아 자동차 생산량과 내수 순위는 모두 글로벌 톱 10 밖으로 한참을 밀려났다. 지난해 기준 러시아는 156만 대로 태국(168만 대)에 이어 세계 11위의 자동차 생산국이었다.

서방 제재로 러시아산 자동차의 수출이 모두 막힌 상태이고 하반기 들어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어 올해 총생산량과 내수는 60만 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아르헨티나(43만 대), 폴란드(44만 대)의 연간 판매량보을 조금 웃도는 수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러시아 자동차 산업의 붕괴는 서방 기업들의 연이은 철수로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최근 일본의 대부분 브랜드도 러시아 시장에서 발을 뺐다. 가장 큰 타격은 프랑스 르노가 러시아 최대 완성차 아브토바즈(Avtovaz)와 합작 관계를 청산한 일이다. 르노는 지난 5월 아브토바즈의 지분을 모두 매각하고 러시아 사업 전부를 청산했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 현황

아브토바즈에 이어 한때 러시아 시장 점유율 2위까지 도달했던 현대차그룹의 고민이 깊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르노를 제외하면 사실상 러시아 사업 비중이 크지 않은 미국, 독일, 일본 업체들은 비교적 쉽게 결정을 내렸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생산과 판매량 급감에도 발을 빼기가 쉽지 않다.

현대차만 해도 2021년 17만 대를 팔았던 러시아 시장에서 올해 10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3 만대를 넘기지 못했다. 4년 연속 연간 판매량이 20만 대를 넘었던 기아 역시 올해 5만 대를 넘기는 데 그쳤다. 대부분 실적이 상반기 것이고 하반기에는 공장 가동을 멈춰야 했을 정도로 전무하다시피 하다.

한때 20% 이상의 점유율로 러시아 빅3 완성차 자리에 있었던 현대차그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의 영향에 따른 피해를 가장 크게 입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현대차 고민은 한번 발을 빼면 어떤 시장이든 다시 발을 들여놓기 어렵다는 데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시장 비중이 작았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사업을 접었을 것"이라며 "서방 기업들의 철수로 발생한 공백을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어 사업 철수나 공장 폐쇄 혹은 매각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아도 예전과 같은 실적을 거두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 기미가 보이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종전이 이뤄지고 서방 제재가 풀리면 가장 늦게까지 버티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정부의 곱지 않은 시선, 가동을 멈춘 공장에 거액을 들여가며 버티는 것도 다시 기회를 잡으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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