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 테크] 혈액 응고 과정에서 착안, 가벼운 흡집 스스로 복원하는 똑똑한 페인트

  • 입력 2022.11.03 12:05
  • 기자명 김아롱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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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눈높이가 높을 뿐 아니라 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까다롭기 유명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으면 전 세계에 소비자들에게 통한다’는 말까지 생겨날 정도이지요. 특히 국내 소비자들은 제품의 외형에 꽤나 엄격해 중고물품을 거래하더라도 각종 흠집이나 생활 스크래치가 많은 제품의 경우 제 값을 인정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스마트폰을 새로 장만할 경우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액정 디스플레이에 보호필름을 붙이고 다양한 보호케이스를 고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심지어 노트북에도 보호필름이나 케이스를 씌우고 파우치에 고이 담아 보관하기도 합니다.

자동차 운전자들 역시 누구나 한번쯤은 범퍼나 후드, 도어 등에 살짝 긁힌 스크래치 때문에 마음이 상한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컴파운드와 같은 표면 복원제를 구해 직접 스크래치를 제거하기도 하지요. 이외에도 스크래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유리막 코팅 시공을 하거나 값비싼 수입차의 경우 도장면 보호를 위해 페인트 보호필름(PPF, Paint Protect Film)을 붙이기도 합니다.

람보르기니 콘셉트카 테르조 밀레니오(Terzo Milemmio)

그런데 최근 일부 수입차를 중심으로 차체 도장 표면에 생기는 스크래치를 자동으로 복원해 주는 스크래치 복원 페인트를 적용한 차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스크래치 쉴드 페인트(Scratch Shield Paint) 또는 셀프 힐링(Self healing)으로 불리는 이 기술은  자동세차기나 광택작업 등으로 발생하는 스월마크나 오프로드 주행 때 발생하는 스크래치, 도어래치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손톱자국 등 차체 표면에 생기는 흠집이나 긁힌 부위를 자동으로 복원해 주는 첨단 기술입니다. 마치 우리 몸에 상처가 생긴 경우 며칠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피부가 재생되는 것과 같지요.

이러한 스크래치 복원 페인팅 기술은 초창기에는 고탄성 레진을 코팅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어 왔지만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표면보호를 위한 레진을 극소형의 캡슐에 내장하거나 형상기억 기술이나 태양열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한 많은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자기재생 페인트(Self-healing paint)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도 합니다. 

세계 최초로 스크레치 쉴드 페인트를 개발해 양산차에 적용한 닛산의 경우 도장면 위에 부드러운 젤 타입의 고탄성 레진을 코팅해 스크래치를 자기 재생(Self-healing)시켜 주는 원리를 이용해 외부온도와 스크래치의 깊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작은 흠집의 경우 1시간 이내 큰 흡집이나 겨울철에는 1주일 정도 지나면 처음과 같이 깨끗한 표면으로 복원시켜 줍니다.

미국 일리노이스 대학이 개발한 자기재생 페인트(Self-healing paint)는 인체에서 상처가 났을 때 혈액이 혈과 밖에서 응고(갤화)되어 지혈하는 원리를 이용해 도장 표면에 1평방피트(ft2)당 수 백에서 수 천개의 극소형 캡슐을 내장해 스크래치 등으로 손상된 캡슐에서 새로운 폴리머가 빠져나와 손상된 표면을 메워줍니다. 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과 미 육군연구소가 개발한 금속성 초분자(metallo-supramolecular) 기반의 폴리머 물질은 표면이 손상될 경우 태양광(UV)에 의해 손상된 분자들이 녹아 표면을 복원시켜 주지요. 

미국 MIT 대학과 람보르기니가 공동으로 개발해 테르조 밀레니오(Terzo Milemmio)라는 콘셉트카를 통해 선보인 자기 재생 페인트의 경우 센서가 차량 외부를 점검하고 작은 흠집이나 찌그러진 부분을 나노튜브로 복원해 줍니다

 자기재생 페인트(Self-healing paint) 원리

BMW의 경우 플라스틱 라디에이터 그릴에 형상기억 폴리우레탄과 열가소성 입자 등을 적용한 자가치유 고분자 폴리우레탄 재질을 코팅한 것이 특징입니다. 제품이 손상되었을 때 온도를 올려주면 분자들이 이동해 원래 형태로 복원되는 열가소성 원리를 이용한 이 기술은 상온에서 하루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작은 흠집을 스스로 복구해 줌은 물론 드라이기를 이용해 직접 표면을 복구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한국화학연구원이 자동차 표면이 긁혔을 때 햇빛을 쬐면 30분만에 스스로 원상 복구되는 투명한 보호용 코팅 소재를 개발한 바 있습니다. 이 소재는 햇빛이 흡수되면 빛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면서 표면온도가 올라가고 이로 인해 고분자 물질 고유의 그물망 구조가 해체되어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하며 자가 치유되는 원리를 이용한 것입니다. 특히 돋보기를 이용해 빛을 모으면 30초만에 흠집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자기 복원페인트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같은 전자정보기기는 물론 건축재료 등으로 사용범위가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또한 자동차 재도장 등으로 인해 발생되는 유기화합물 사용을 줄임으로써 탄소중립을 실현하는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키워드
#도색 #페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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