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고성능 괴물 전기차 '기아 EV6 GT' 눈 깜짝, 화살보다 빠른 시속 260km

  • 입력 2022.10.07 08:00
  • 수정 2022.10.11 15:47
  • 기자명 김흥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4월의 일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AMG GT, 포르쉐 911 타르가, 페라리 캘리포니아 T 그리고 람보르기니 우루스와 맥라렌 570S.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떨리는 슈퍼카들이 한 출발선에 섰다. 그리고 가장 늦게 가장 작은 체구의 순수 전기차 기아 EV6 GT가 들어와 라인을 맞췄다.

400m 드래그 레이스, 출발을 알리는 신호와 동시에 5대의 슈퍼카와 기아 EV6 GT가 치고 나갔다. 레이스는 짧은 순간 끝났고 놀라운 순위가 나왔다. 맥라렌 570S와 간발의 차로 기아 EV6 GT가 체커기를 받았다. V8 트윈 터보 맥라렌 570S는 570마력의 최고 출력과 61.2kgf.m의 최대 토크로 가속 성능(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이 3.2초에 불과한 슈퍼카다.

내연기관을 통틀어 국산차 가운데 가장 빠른 가속 성능 3.5초대의 기아 EV6 GT가 더 끈질기게 달려야 하는 드래그 레이스에서 명성 자자한 슈퍼카를 모두 제치고 맥라렌 570S와 대등하게 달리면서 모두를 놀라게 한순간이다. 더 빠른 전기차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대중 브랜드의 전기차 가운데 이 정도의 가속 성능을 가진 모델은 없다.

지난 5일,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충남 태안)에서 EV6 GT 가속 성능을 직접 체험했다. 가속 페달을 밟는 즉시 모터의 회전수는 최대 2만1000rpm까지 치솟는다. 스웨이드 스포츠 버킷 헤드레스트에 자연스럽게 머리가 붙을 정도로 박차고 나가는데 휠 슬립이 없다. 일반적인 고성능 차에 탑재하는 런치 컨트롤에 슬립을 제어하는 기술이 더해진 '런치 슬립 컨트롤' 효과다.

전문 레이서가 아닌데도 3.6초대가 나왔다. 멈춰야 했을 때 있는 힘껏 압박한 브레이크 페달에 반응하는 제동력도 삼삼했다. 인스트럭터의 말에 따르면 그 이상의 기록도 나왔다. EV6 GT는 최고 출력 270kWㆍ최대토크 390Nm의 후륜 모터와 최고 출력 160kWㆍ최대토크 350Nm의 전륜 모터를 더해 합산 430kW(585마력)의 최고 출력과 740Nm(75.5kgf·m)의 최대토크를 갖췄다.

공로와 서킷 주행에서 보여준 EV6 GT의 성능은 더 인상적이다. 특히 굽은 길을 돌아 나갈 때 차체 안정감이 역대급이다. 공로의 교차로, 서킷의 헤어핀에서 안쪽을 빠르고 깊게 파고들어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전자식 차동제한장치(e-LSD), 전자 제어 서스펜션(ECS)과 완벽하게 대응하면서 코너를 빠져나와 바른 자세로 돌아오는 과정도 매끄럽다.

고속주행로에서는 EV6 GT의 최고속도 260km가 과장이 아니라는 걸 입증해줬다. 하이레벨 경사로가 70%ㆍ35도나 되는 1차로에서 이곳 전문 인스트럭터는 그 이상의 속력도 가능하다고 했다. 고속주행로에서 맛본 EV6 GT 하이라이트는 드라이브 모드의 변별력이다. 에코, 노멀, 스포츠 모드의 차이가 뚜렷하다. 고속으로 달리면서 드라이브 모드를 바꾸면 '턱'하는 느낌과 동시에 페달에 반응하는 모터의 질감, 스티어링 휠(랙 구동형 파워 스티어링.R-MDPS)의 감성이 달라진다.

압권은 GT 모드다. 스티어링 휠 버튼을 누르면 바로 숨통이 트이는 GT 모드에서는 모터, 브레이크, 스티어링, 댐퍼, e-LSD가 최적화하면서 가속 능력과 선회에서 차원이 다른 질감을 보여준다. 기계적 도움이 없어도 역동적인 질주와 충분한 스릴을 주는 것도 EV6 GT의 매력이다.

드리프트 모드가 그걸 입증해 준다. 얘기할 만큼 드리프트를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선회할 때 오버 스티어를 유도해 더 쉽게 드리프트에 성공할 수 있게 돕는다. 인스트럭터는 "EV6 GT의 드리프트가 다른 차보다 까다로운 건 사실이지만 구현했을 때의 스릴감과 박진감을 비교하기 힘든 괴물이다"라고 말했다.

사륜구동의 로드홀딩 능력,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e-LSD, 21인치 미쉐린 PS4S 타이어까지 EV6 GT를 위한 전용 퍼포먼스 사양이 절묘하게 어울려 발휘되는 모든 성능은 지금껏 국산차는 물론 슈퍼카나 전기차로 체험했던 모든 것들을 압도했다. 누군가는 '명작'이라고 했다.

네온 컬러로 포인트를 준 내·외관에도 드문드문 EV6 GT만의 차별화된 것들이 보태져 있다. 전면과 후면 범퍼의 가니쉬를 수직으로 세워 고성능 이미지를 강조했고 1열 시트는 D 컷 스티어링 휠, 스웨이드 스포츠 버킷 시트가 사용됐다. 버킷 시트의 특성상 통풍이나 전동식 조절 같은 편의 기능을 빠져있다.

[총평] EV6 GT의 가격은 7200만 원이다. 가격 상한선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100% 받지 못해 최종 구매 가격은 6700만 원대 수준이다. 비슷한 사양과 성능을 가진 테슬라 모델 3의 기본 가격은 9400만원대다. 가격은 물론이고 단언컨대 모든 상품성에서 EV6 GT에 꿀릴 것이 없다. 하이 퍼포먼스 드라이빙에 목적을 두고 비교 대상을 찾는다면 포르쉐 타이칸이 더 적절하다. 그래도 가격은 물론이고 출력과 토크, 가속 성능에서도 EV6 GT는 포르쉐 타이칸을 압도한다.

저작권자 © 오토헤럴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