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 주고 수천억 받는데" 美 인플레이션 감축법 섣부른 감정 대응 자제해야

김필수 자동차연구소 소장, 대림대 교수

  • 입력 2022.10.02 07:22
  • 수정 2022.10.02 07:24
  • 기자명 김필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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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이하 IRA)으로 우리 자동차 산업이 들썩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 서명으로 즉시 발효한 IRA는 FTA를 흔드는 법안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연합과 일본 등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특히 반발하는 이유는 미국 내에서 판매가 급증한 현대차ㆍ기아가 1000만 원 가량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IRA 시행으로 시장 점유율이 14%대까지 치고 올라가며 테슬라가 위협을 느낄 정도로 판매량이 급증한 현대차ㆍ기아 전기차 가격이 테슬라 모델3보다 비싸지면서 사실상 판매가 어려워졌다. 정부와 산업계 등이 나서 미국 정부에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면서 어느 정도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현대차ㆍ기아의 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준비가 아닌 구체적 실행 방안이 나올 수 있도록 우리 정부의 빈틈없는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우선은 가장 유력한 IRA 세부 시행 법안을 개선할 수 있는 시기를 11월 중간선거 직후로 봐야 한다. IRA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세부적인 부분이 완벽하지 않고 보완 단계에 있는 만큼 틈새를 찾아서 적극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오는 11월 중간선거 이후라도 꼭 수정이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법안에 대한 예외 규정이나 특례 조항 삽입은 한국만을 위해 하기 어려운 만큼 시행에 유예 기간을 두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하면 법안 수정 없이 쉽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한미 FTA 당위성도 강조해야 한다. IRA는 미국산이 아닌 북미산으로 법안이 바뀌면서 캐나다와 멕시코가 포함돼 있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FTA를 체결한 국가는 손으로 꼽을 수 있다. 유럽연합과 일본도 하지 않은 FTA를 체결한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북미산에 주변 FTA 국가를 포함하면서 대한민국을 제외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따져야 한다. IRA가 비상시국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대통령 서명 직후 바로 발효한 것도 지적할 수 있다.

더불어 미국을 자극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간 200억 원 정도인 미국산 전기차 보조금을 수천억 원대 보조금을 받는 국산차와 형평성을 맞춰 주지 말라고 주장하는 일이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시장이고 우리 제품의 글로벌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한다. 감정보다는 설득이 필요하고 이런 법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IRA가 그대로 시행될 수 있을까도 살펴봐야 한다. 내년부터 의무화하는 40% 이상 미국 그리고 미국 FTA 체결국 배터리 광물을 의무적으로 사용케 한 부분은 실현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 현재 배터리 주요 국가는 한ㆍ중ㆍ일이고 이 가운데 일본 미쓰비시는 한계가 있고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을 배제하면 결국 미국은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를 국내 3사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현재 미국 내에는 현지 업체와 국내 배터리사 합작 공장 10여 곳 이상이 준공했거나 진행 중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의 배터리 생산에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미국 전체의 전기차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미국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도 협상의 주요 의제로 다뤄야 한다.

글로벌 시장은 자국 우선주의가 판을 치는 강대국 논리가 작용하고 있다. 세력도 약하고 원자재, 시장 등도 좁은 우리에게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지금의 위기를 해결하고 주요 시장의 보호주의 경향이 확산하지 않게 흐름을 조율하고 설득하는 체계적인 준비도 중요하다. 수출이 우리 먹거리를 확보하는 주요 수단인 만큼 냉철하고 현명한 계획과 실행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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