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vs. 오리지널] 21. 마르첼로 간디니의 걸작 '람보르기니 쿤타치'

람보르기니가 브랜드 역사의 기념비적 모델인 쿤타치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만든 쿤타치 LPI 800-4은 최신 기술과 구조 위에 명 디자이너 마르첼로 간디니의 걸작 중 하나인 오리지널 쿤타치의 이미지를 담은 현대적 모습을 올린 차다

  • 입력 2022.09.01 16:04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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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는 내년 창업 60주년을 맞는다. 지난 시간 람보르기니가 만든 차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대표적 모델을 꼽자면 쿤타치(Countach, 원래 발음으로는 '쿤타시'에 가깝다고 한다)를 들 수 있다. 람보르기니는 기념비적 모델의 데뷔 50주년을 기념해, 2021년에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만든 기념 모델인 쿤타치 LPI 800-4를 공개했다.

쿤타치 LPI 800-4는 브랜드 최상위 모델인 아벤타도르의 것을 발전시킨 한정 모델 시안 FKP 37의 뼈대와 동력계를 활용해 만든 모델이다. 탄소섬유 모노코크 중심의 복합 차체 구조, V12 6.5L 가솔린 엔진과 7단 자동화 수동변속기로 이루어진 동력계에 전기 모터와 리튬이온 배터리, 슈퍼커패시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동력계를 갖췄다.

람보르기니 쿤타치 LPI 800-4는 한정 모델 시안 FKP 37에 레트로 디자인을 접목한 모델이다 (출처: Lamborghini)
람보르기니 쿤타치 LPI 800-4는 한정 모델 시안 FKP 37에 레트로 디자인을 접목한 모델이다 (출처: Lamborghini)

람보르기니 미드 엔진 스포츠카의 전통을 따라 동력계를 뒤 차축 주변에 세로로 설치했고, 동력계 출력은 약 800마력(814마력)에 상시 네바퀴굴림 시스템을 갖춰서 LPI 800-4라는 표시가 모델 이름 뒤에 붙었다. 그와 같은 기계적 구성이 쐐기 모양 차체의 바탕이 되었다. 오리지널 모델의 시저 도어(Scissor door)도 이어받았다.

기본 형태를 바탕으로 오리지널 쿤타치의 요소를 적절하게 현대화해 반영한 디자인은 람보르기니 센트로 스틸레(디자인 센터)의 밋챠 보커트(Mitja Borkert)가 지휘했다. 자동차 디자인 전문지 '오토 & 디자인(Auto & Design)'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사선을 강조하면서, 극단적으로 낮고 각진 선들이 많은 차체 비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밝혔다.

람보르기니 미드 엔진 스포츠카 고유의 차체 비례에 오리지널 쿤타치의 디자인 요소를 변형해 반영했다 (출처: Lamborghini)
람보르기니 미드 엔진 스포츠카 고유의 차체 비례에 오리지널 쿤타치의 디자인 요소를 변형해 반영했다 (출처: Lamborghini)

차체에 반영된 개별 요소는 오리지널 쿤타치의 것을 참고했다는 느낌이 뚜렷하지만, 현대적인 차체 구조와 기술에 알맞게 변형되었다. 개폐식 헤드램프는 고정식으로 바뀌었고, 엔진 냉각을 위해 차체 옆에 설치한 NACA 덕트는 구조적으로는 단순해졌지만 크기는 커졌다. 앞뒤 휠 아치는 오리지널 쿤타치에서는 LP400 S 이후에 쓰인 오버펜더의 선을 닮았다.

지붕에서 이어지는 차체 뒤쪽 엔진 냉각용 공기 흡입구들은 공기역학적으로 다듬은 차체 표면과 어우러지도록 만들어졌다. 테일램프도 LED로 바뀌어 가늘어졌지만, 램프를 감싸는 주변부는 옛 쿤타치와 비슷한 모습이다. 그 밖에도 사다리꼴 보닛, 지붕의 굴곡 등 오리지널 모델에 쓰였던 스타일 요소들이 곳곳에 재현되어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오리지널 모델의 실내와 비교하면 새 쿤타치의 실내는 훨씬 더 화려하고 현대적이다 (출처: Lamborghini)
오리지널 모델의 실내와 비교하면 새 쿤타치의 실내는 훨씬 더 화려하고 현대적이다 (출처: Lamborghini)

당시 기준으로는 고급스러웠지만 형태는 투박했던 오리지널 모델의 실내와 비교하면 새 쿤타치의 실내는 훨씬 더 화려하다. 형태와 기능, 장비 배치 등은 바탕이 된 시안 FKP 37과 같으면서, 고전적 스타일의 패턴으로 가죽 내장재를 처리하는 등 역사성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람보르기니는 쿤타치 LPI 800-4를 112대 한정 생산한다고 밝혔다. 오리지널 모델의 프로젝트 이름인 LP112를 상징하는 숫자로 정한 것이다. 물론 유명 브랜드의 한정 생산 차가 대부분 그렇듯, 공개 직후 매진되었다.

오리지널 쿤타치는 명 디자이너 마르첼로 간디니의 대표작 중 하나다 (출처: Lamborghini)
오리지널 쿤타치는 명 디자이너 마르첼로 간디니의 대표작 중 하나다 (출처: Lamborghini)

쿤타치는 1971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프로토타입이 처음 공개되었다. 람보르기니의 새차 프로젝트 LP112의 개발 과정에 만들어진 시제차는 이탈리아 카로체리아 베르토네에서 일하던 마르첼로 간디니가 디자인했다. 간디니는 오랫동안 여러 명차를 디자인했는데, 쿤타치는 그 중에서도 대표작의 하나로 꼽힌다.

원래 개발 단계에서는 5.0L 엔진을 얹을 계획이었기 때문에 프로토타입에는 LP500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기술적 한계로 1974년부터 생산한 초기 모델에는 3.9L 엔진이 올라가 LP400이 되었다. LP는 동력계를 세로 배치했다는 뜻이고, 뒤의 세 자리 숫자는 엔진 배기량을 의미했다. 람보르기니의 이전 미드 엔진 모델인 미우라는 동력계를 가로로 배치했기 때문에 차이를 강조한 것이다.

쐐기 형태와 옆 부분의 자연스러운 곡선이 어우러진 차체가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출처: Lamborghini)
쐐기 형태와 옆 부분의 자연스러운 곡선이 어우러진 차체가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출처: Lamborghini)

기본 스타일은 프로토타입과 같았지만, 양산 모델은 기능을 고려한 변화가 있었다. 낮고 넓은 차체는 최신 유행이었던 쐐기 모양이 돋보였고, 차체 옆의 자연스럽고 은은한 곡선이 역동적인 느낌을 더했다. 앞쪽에 회전축이 있어 앞을 향해 들어 올려 여는 시저 도어를 단 것도 특이했다. 쐐기 스타일의 콘셉트 카는 많았지만, 거의 그대로 양산 모델에 반영한 차는 많지 않았다.

프로토타입과의 차이는 기능적인 요소가 대부분이었다. 엔진 냉각을 돕기 위한 공기 흡입구와 배출구의 크기와 위치, 형태가 크게 바뀌었고, 차체 옆에도 독특한 NACA 덕트가 생겼다. 차체 앞에는 보조 램프를 더했고, 도어에 단 창은 생산성을 고려해 세 장의 유리로 구성했다.

오리지널 모델이 보는 이들에게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긴 탓에, 현대판 쿤타치의 디자인에 대한 평은 엇갈린다. 그러나 레트로 디자인이 과거의 것을 단순히 복각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 개념과 감각을 바탕으로 재해석하고 발전시키는 것임을 생각하면, 쿤타치 LPI800-4 역시 의미 있는 도전과 창의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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