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vs. 오리지널] 20. 현대 아이오닉 5 vs. 포니 "최초와 시작의 조우"

현대 아이오닉 5는 현대가 처음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양산 모델로, 현대의 첫 고유모델인 포니의 디자인 요소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단순히 옛 디자인을 반복하거나 재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적 감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 입력 2022.08.29 15:55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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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콘셉트 카 45를 공개했다. 현대차가 처음으로 독자적인 제품 기획과 개발을 추진하는 시발점이 된 포니가 공개된 지 45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과 더불어 새로운 전기차 시대를 여는 것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만든 콘셉트 카였다. 45는 브랜드 첫 고유 모델인 포니를 연상시키는 실내외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는데, 그 디자인은 큰 변화 없이 2021년에 양산 모델인 아이오닉 5로 이어졌다.

현대 아이오닉 5는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 카 45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물려받았다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 아이오닉 5는 201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 카 45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물려받았다 (출처: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차체 형태, 간결한 선과 면 구성, 긴 직사각형 틀 안에 배치한 앞뒤 램프 등 여러 특징을 포니에서 이어받았다. 다만 앞 엔진 뒷바퀴굴림 방식 소형 세단이었던 포니와 달리, 차체 아래에 고전압 배터리를 설치하고 소형화된 동력계를 차축 주변에 설치한 구조 덕분에 실내 공간 개념은 크게 달라졌다. 차체도 훨씬 더 커졌을 뿐 아니라 양감도 풍부해져, 크로스오버 SUV에 가까운 구성을 갖췄다. 참고로 아이오닉 5의 휠베이스는 3,000mm로, 포니 1 차체 길이(3,970mm)의 4분의 3이 넘을 정도로 커졌다.

차체 옆에 넣은 대각선 요소는 현대차 SUV의 공통 디자인 요소로 차의 성격을 드러낸다 (출처: 현대자동차)
차체 옆에 넣은 대각선 요소는 현대차 SUV의 공통 디자인 요소로 차의 성격을 드러낸다 (출처: 현대자동차)

포니의 요소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단순히 옛 디자인을 반복하거나 재해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래적 감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이오닉 5 디자인의 특징이다. 사각형 개별 요소를 다양한 형태로 배치해 디지털 느낌으로 표현한 파라메트릭 픽셀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또한 차체 옆에 뚜렷하게 넣은 대각선 요소는 현대차 SUV의 공통 디자인 요소로 차의 성격을 드러낸다. 트렁크는 1세대 포니는 뒤 유리 부분이 고정되고 아래쪽만 열고 닫을 수 있게 되어 있었지만, 아이오닉 5는 전형적인 해치가 되어 적재공간 접근성이 훨씬 더 뛰어나다.

대시보드는 1세대 포니를 연상시키는 고전적 형태에 편안한 느낌을 주는 색과 소재, 현대적인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함께 썼다 (출처: 현대자동차)
대시보드는 1세대 포니를 연상시키는 고전적 형태에 편안한 느낌을 주는 색과 소재, 현대적인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함께 썼다 (출처: 현대자동차)

대시보드 디자인은 1세대 포니를 연상시키는 형태에 편안한 느낌을 주는 색과 소재와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써서 고전적 분위기와 현대적 표현을 함께 담았다. 반면 실내 나머지 부분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장점을 사용자들이 잘 느낄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이고 다양한 변형이 가능하도록 꾸몄다. 좌우로 펼쳐진 대시보드 아래 공간, 슬라이딩 센터 콘솔,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한 뒷좌석 등은 요즘 크로스오버 SUV에서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편의성을 반영한 것들이다.

아이오닉 5보다 45년 전에 만들어진 포니는 디자인 관점에서만큼은 도전적이고 앞선 차였다. 현대차는 1968년에 포드 차의 조립생산으로 자동차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정부가 자동차 국산화 정책을 배경으로 조립 생산이 갖는 한계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현대차는 197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고유 모델 개발을 추진했다. 그 결과, 이탈디자인이 디자인한 포니 쿠페 콘셉트와 양산 모델을 위한 목업이 1974년 토리노 모터쇼에서 공개되었다.

현대의 첫 고유모델인 포니는 이탈디자인이 디자인을 맡아 당시 최신 유행이었던 '종이접기' 디자인이 반영되었다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의 첫 고유모델인 포니는 이탈디자인이 디자인을 맡아 당시 최신 유행이었던 '종이접기' 디자인이 반영되었다 (출처: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자동차 개발 경험이 없었던 만큼, 모든 분야에서 다른 업체들의 손을 빌어야 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디자인 분야에서 이탈디자인과 손을 잡은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디자인 용역을 위해 이탈리아 카로체리아들과 접촉하다가 유명 카로체리아들보다 더 높은 용역비를 요구했음에도 주지아로의 미래적 감각을 높게 평가해 이탈디자인과 계약을 맺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포니에는 주지아로가 유행시킨 '종이접기' 디자인이 반영되었다. 각진 차체와 날렵한 선이 만들어내는 스포티한 분위기는 동급 차들에서 보기 드문 것이었다. 특히 탑승공간과 적재공간이 분리된 세단 구조면서도 지붕 끝에서 트렁크에 이르는 차체 뒤쪽을 매끈한 면으로 만든 패스트백 스타일이 눈길을 끌었다. 유럽에서 해치백의 유행이 시작되고 있었지만, 3박스 세단에 뿌리를 둔 차체 구조를 응용한 패스트백 스타일은 차 안에 담긴 기술과는 별개로 새로운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탈디자인이 만든 포니 시제차의 실내. 양산 모델에서는 경제형 소형차라는 개념에 맞게 간소화되었다 (출처: Italdesign-Giugiaro)
이탈디자인이 만든 포니 시제차의 실내. 양산 모델에서는 경제형 소형차라는 개념에 맞게 간소화되었다 (출처: Italdesign-Giugiaro)

내부는 경제형 소형차 특유의 단순하고 간결한 분위기였다. 기본적인 계기 구성과 장비 배치는 바탕이 된 미츠비시 랜서와 비슷했지만, 주요 계기와 공기조절장치를 양쪽 끝이 둥근 틀 안에 가지런히 배치해 세련된 분위기였다. 대시보드 양쪽의 공기배출구를 원형으로 만든 것도 스포티한 느낌을 더했다.

1980년대 후반까지 이탈디자인은 현대차의 여러 모델을 디자인했고, 90년대 들어 현대차가 독자 디자인 능력을 갖추는 과정에서도 큰 영향을 주었다. 이탈디자인은 1960년대 후반 이후 여러 신생 자동차 업체 디자인에 영향을 주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크게 성공을 거둔 곳은 역시 현대차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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