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vs. 오리지널] 피아트 124 스파이더 '마즈다 MX-5 기반 스포츠카'

10년 이상 비워져 있던 피아트의 스포츠 성격 모델 자리를 채운 모델이 2015년에 선보인 새 124 스파이더다. 피닌파리나에서 디자인한 오리지널 모델의 스타일을 이어받으면서, 바탕이 된 MX-5의 구조를 그대로 따라 스포츠카 이미지가 더 강해졌다

  • 입력 2022.08.04 12:00
  • 기자명 류청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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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는 전통적으로 소형차 중심의 대중차 브랜드였다. 그룹 차원에서 다양한 브랜드를 거느리면서 시장 내 경쟁을 피하기 위해 특별한 모델을 라인업에서 대거 없앤 2000년대에는 그런 성향이 더 강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의 스포츠 모델에 대한 수요는 있었다. 이에 피아트 그룹은 마즈다와 제휴해 MX-5 기반의 2인승 스포츠카를 알파 로메오 브랜드로 만들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고위층의 결정에 의해 이를 피아트 브랜드로 내놓기로 하면서 쿠페와 바르케타 이후 10년 이상 비워져 있던 스포츠 성격의 모델이 부활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모델이 124 스파이더다.

30여 년만에 부활한 피아트 124 스파이더는 마즈다 MX-5에 피아트의 스타일을 입힌 차다 (출처: Stellantis)
30여 년만에 부활한 피아트 124 스파이더는 마즈다 MX-5에 피아트의 스타일을 입힌 차다 (출처: Stellantis)

피아트 124 스파이더는 2015년 11월에 열린 LA 오토쇼에서 공개되었다. 모델 이름과 디자인은 과거 인기 모델이었던 124 스파이더를 되살렸다. 기본적으로는 4세대 마즈다 MX-5의 설계와 주요 구성요소를 활용해 피아트의 스타일을 입혔다. 생산도 일본 히로시마에서 마즈다 MX-5와 함께 이루어진다. 그러나 외모는 오리지널 모델의 여러 디자인 요소를 가져오면서 새롭게 변형해 조화롭게 꾸몄다. 또한 차체 패널도 MX-5와 공유하는 것이 없어 뚜렷하게 구분되었다. 

헤드램프는 오리지널 모델의 디자인을 살짝 변형해, 달걀 모양의 커버 안에 원형에 가까운 3분할 LED 주간 주행등을 넣었다. 가로로 긴 육각형 그릴과 사다리꼴 방향지시등도 오리지널 모델을 떠오르게 한다. 보닛은 길이 방향으로 살짝 파인 부분을 양쪽으로 넣어 탄탄한 느낌을 더했다.

넓고 낮아 보이는 차체 뒷부분은 오리지널 모델보다 더 스포티한 느낌이다 (출처: Stellantis)
넓고 낮아 보이는 차체 뒷부분은 오리지널 모델보다 더 스포티한 느낌이다 (출처: Stellantis)

차체 뒤쪽은 가장자리를 살짝 부풀리기는 했지만 트렁크 리드 부분이 돋보이게 만들었고, 가로로 긴 테일램프는 빨간색 테두리를 두르고 안쪽에 후진등과 방향지시등을 배치했다. 세부 요소만 보면 오리지널 모델과는 차이가 있지만, 차체가 낮고 넓어 보이는 형태를 통해 스포티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옆모습에서는 오리지널 모델의 모습을 살릴 수 있도록 여러 부분에 신경을 썼다. 앞쪽이 뾰족한 보닛 끝 부분, 아래쪽이 살짝 안쪽으로 파고든 트렁크 선과 함께 도어 손잡이 앞에서 시작해 트렁크 모서리까지 이어지는 돌출부 등이 대표적 예다. 다만 앞좌석 뒤에 비좁은 뒷좌석이 있었던 오리지널 모델과 달리, 새 124 스파이더의 실루엣은 롱 노즈 숏 데크 스타일의 전통적 2인승 스포츠카의 모습이다. 처음부터 2인승 컨버터블로 설계된 MX-5를 바탕으로 만든 덕분이다.

실내는 바탕이 된 MX-5와 거의 같다 (출처: Stellantis)
실내는 바탕이 된 MX-5와 거의 같다 (출처: Stellantis)

반면 실내는 바탕이 된 MX-5와 거의 같다. MX-5가 고전적 분위기가 날 만큼 워낙 단순하고 기능적인 구성이기도 하지만, 비용 절감을 위한 방편이기도 했다. 물론 일부 내장재를 피아트 스타일로 바꾸기는 했지만 엔진만큼 뚜렷한 차이가 나지는 않았다. 두 개의 좌석 뒤에 놓인 롤 오버 바 역시 MX-5의 것과 같다. 

시장 분위기의 변화와 더불어 대중적 성격의 2인승 스포츠카가 사라지는 흐름 속에서, 124 스파이더는 옛 명차의 부활이라는 의미와 함께 장르의 소멸을 늦추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판매 감소는 피할 수 없어, 오리지널 모델만큼 장수하지는 못할 운명이다.

오리지널 124 스파이더의 디자인은 피닌파리나에서 완성되었다 (출처: Stellantis)
오리지널 124 스파이더의 디자인은 피닌파리나에서 완성되었다 (출처: Stellantis)

상대적으로 장수하기도 했고 인기도 있었던 오리지널 124 스파이더는 1960년대 초반 어려움을 겪었던 피아트가 재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만든 모델 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도 아세아자동차를 통해 생산되었던 124가 기본 뼈대였다..

원래 이름은 124 스포트 스파이더였다. 토리노 모터쇼에 선보인 차는 카로체리아 투링(Carrozzeria Touring)이 만들었지만, 양산 모델은 피닌파리나의 톰 차아다(Tom Tjaarda)가 디자인했다. 눈에 보이는 부분은 각진 124 세단과는 완전히 다른, 날렵하고 스포티한 스타일이었다. 차체 겉부분은 대부분 매끈한 면으로 이루어졌지만, 탄탄한 비례와 은은하게 날렵함을 강조한 부분들이 균형을 이뤄 고급스러운 느낌까지 주었다.

각진 세단보다 날렵하고 스포티하지만 뒷좌석 공간 때문에 차체 뒤쪽이 길어 보인다 (출처: Stellantis)
각진 세단보다 날렵하고 스포티하지만 뒷좌석 공간 때문에 차체 뒤쪽이 길어 보인다 (출처: Stellantis)

가로로 넓은 육각형 그릴, 원형 헤드램프는 뾰족한 차체 앞쪽에 맞춰 주변을 물방울 모양으로 팠다. 특징적인 앞모습은 범퍼 이외에는 큰 변화 없이 생산이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차체 뒤쪽은 트렁크 모서리가 뒤로 갈수록 뾰족해지는 형태가 특징이었다. 직사각형 테일램프는 초기에는 작았지만 후기에는 한층 더 커졌다. 실내도 대시보드와 좌석 등 대부분이 세단과는 달리 호화로운 분위기였다. 실제로 값도 세단보다 훨씬 더 비쌌지만, 당시만 해도 그만큼 스포티하면서 아름다우면서 그 값에 살 수 있는 차는 흔치 않았다.

피아트는 1981년까지 124 스파이더를 생산해 판매했고, 그 뒤로는 피닌파리나가 생산권과 공장을 넘겨받아 독자적으로 1985년까지 만들어 판매했다. 20여 년간 약 20만 대가 생산 및 판매되었는데, 그 가운데 4분의 3이 미국 땅을 밟았을 만큼 미국에서 인기가 많았다. 새 124 스파이더를 미국에서 처음 공개한 것도 그런 과거를 의식한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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